지난주에는 늦은 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녀왔다. 단풍을 보고 싶어 검색해 보니 딱 그때쯤 단풍이 절정인 산들이 나왔다. 그중 시어머니의 강력 추천으로 내장산을 골라 다녀왔다.
서울에서 새벽같이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도착하니 이미 오전 9시가 넘었다.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그래도 금강산도 식후경, 근처에서 산채 비빔밥을 먹고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올라갈 때는 버스와 케이블카를 이용했고 내려올 때는 걸어오기로 했다.
사람이 많아 1시간은 기다려서 케이블카를 탔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싶게 케이블카로 내려다보는 풍경이 참 멋졌다. 옹기종기 다채롭게 펼쳐진 나무들이 하나의 산을 이루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아직 산에 단풍이 들지 않았다는 것! 온 산이 알록달록한 모습을 기대했는데 말이다. 여행을 다녀온 후 며칠 지나서 올해는 유난히 단풍이 늦게 든다고 뉴스에도 나왔다.
대부분의 나무가 연두색과 초록색을 뽐내고 있었다. 그래도 몇몇 나무에는 조금씩 빨갛게 단풍이 들고 있었다. 여름을 지낸 나무들이 빨갛게 익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이런 기회도 별로 없겠지 싶었다.
전날 비가 와서인지 산을 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미끄럽고 가팔랐다. 종종걸음을 하기도 하고 옆의 나무를 붙잡기도 하며 조심조심 내려왔지만 중간에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등산 초보 부부에게는 난이도가 있었다. 열심히 내려온 흔적으로 며칠간 다리 근육이 뭉쳐 아파했지만 추억으로 남았다.
완성형으로 온 산이 빨갛게, 노랗게 물든 모습을 봤다면 정말 아름다웠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단풍이 들어가는 과정을 본 것 같아서 이대로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