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결 Nov 06. 2023

부지런한 히키코모리

프롤로그


나는 방구석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부지런하다는 것. 히키코모리 하면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이미지, 쓰레기로 가득 찬 방과 오랫동안 안 씻어서 냄새나는 더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매일 깨끗이 씻는다. 머리를 하루라도 안 감으면 버티기 힘들다. 방 청소는 매일, 설거지는 밥 먹자마자 바로, 빨랫감도 쌓아 두지 않는다. 배달 음식이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지도 않고, 손수 집밥을 차려 먹는다. 집안일을 게을리하지 않다 보니 나름 바쁜 일과를 보낸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기 전까지 드러누워 있는 법이 없다. 히키코모리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제법 바람직한 생활을 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히키코모리다. 가끔 생각한다. '이렇게 부지런하면 뭐 하나. 아직 집 밖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대체 왜 아직 방구석에 머물러 있을까? 왜 밖으로 나가지 못할까?'


이제는 부지런한 히키코모리가 아니라 부지런한 인간이 되고 싶다. 나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세상으로 나가는 첫걸음이 되길 바라며.






나와 다르지 않은 소우주들에게.


지금 당장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돼.

일단 살자, 우리.

나로 살아 숨 쉬는 거야.

내 손을 잡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