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요리하는 히키코모리다. 오로지 손수 만든 집밥만 먹는다. 배달 음식, 편의점 음식, 마트에서 주문한 인스턴트식품으로 끼니를 때우지 않는다. 식생활만큼은 건강하다고 자부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쌀을 씻는다. 백미는 30분 이상 불려야 한다. 전날 저녁에 불려 둔 현미로 밥을 하기도 한다. 보통 현미를 먹지만 백미도 먹는다. 주식은 밥이다. 밥심으로 산다. 쌀을 씻어 놓고 간단한 채소 반찬을 만든다. 혹은 밥에 채소를 함께 넣고 밥을 지으면 반찬이 따로 필요 없다. 내가 하는 모든 요리는 간단하다. 불을 쓰는 시간은 10분 내외.
가끔은 불을 쓰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 귀찮다고 음식을 사 먹거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지 않는다. 차라리 과일을 먹고 생고구마를 씹어 먹는다. 훨씬 맛있고 간편하고 건강하다. 씻어 먹기만 하면 되니 번거롭게 치울 것도 없다. 간단한 요리를 하니 간편하게 치울 수 있다. 요리가 쉬워지니 밥 먹는 것도 일이 아니다.
나는 먹기 위해 사는 인간이었다.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끊임없이 맛있는 음식을 탐했다. 귀찮으니까 아무거나 먹었다. 정해진 때도 없이 먹었다. 먹고 싶은 대로 막 먹었다. 라면이 주식이었다. 냉동식품, 배달 음식, 과자도 즐겨 먹었다. 나는 인스턴트 인간이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뒤에야 건강을 살피게 되었다.
우선 나 하나만 제대로 먹여 살리자. 일단 내 몸 하나 건실히 멀쩡하게 되살려 놓기로 했다. 그것만 집중했다. 잘 먹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러자 하루가, 일상이 생기를 되찾았고 우울하게 쳐져 있을 새가 없었다. 맑은 음식이 내 몸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고 정신을 맑게 일깨워 줬다. 우울의 그늘을 걷어내고 나를 치유해 준 것은 내가 나를 위해 만든 음식과 나를 위해 들인 시간이었다.
나는 특별히 내 정신을 바로 세우려 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려 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 먹는 음식에만 신경 썼다. 집 밖을 나서는 일보다 내 몸 건강을 먼저 지키는 게 먼저였다. 불안한 미래와 싸우는 대신 위태로운 나를 보살폈다. 그러자 몸과 정신이 하나라는 것과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변화한다. 달고 기름진 음식을 입에 달고 살던 내가 지금은 기름, 설탕을 먹지 않는다. 입맛도 변한다. 입맛을 바꿀 수 있다. 못할 게 없다. 무릇 절제란 먹고 마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이 말을 매일 같이 새롭게 깨우치고 있다. 소박한 음식에 만족할 수 있게 되자 욕심이 없어졌다. 비로소 오늘 하루에 감사하게 되었다. 절로 감사한 마음이 솟아났다. 단지 먹는 것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내 삶의 지각이 변동했다. 나는 방 안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먹는 음식이 건강해지면 몸이 건강해지고 정신이 건강해진다. 건강하려면 먹는 음식부터 바꿔야 한다. 정신을 맑게 하려면 맑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삶의 기본은 음식이다. 기본부터 바꾸자. 기본을 탄탄하게 다지자. 몸을 먼저 보살피자. 내 정신을 믿지 못한다면 몸을 믿어라. 그러기 위해 의지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라. 내 몸이 나를 지탱해 줄 것이다. 그렇게 되찾은 정신이 다시 나의 몸을 지켜줄 것이다.
내 손으로 정성스레 차린 밥상으로 나를 대접하자. 누구보다 나를 귀하게 대접하자. 나부터 소중히 해야 다른 사람도 보살필 수 있다. 사랑은 안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음식으로 산다. 생명으로 먹어라, 내 몸을 살뜰히 보살펴라. 그 순간 당신의 하루가, 인생이 바뀔 것이다.
깨끗이 씻은 몸으로 깨끗이 청소한 방에서 깨끗한 음식을 먹자. 제대로 먹자. 먹는 것에서 시작하자. 건강한 음식으로 건강한 하루를 만들어가자. 자, 이제 누가 당신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당신은 결코 스스로에게 돌을 던지지 못한다. 제법 괜찮은 나를 마주할 것이다. 그런 당신이 이제 무엇인들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