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청소하는 히키코모리다. 매일 저녁 씻고 나면 방 청소를 한다. 매일 방 청소를 하는 건 몇 년 전 새로 생긴 습관이다. 이제는 몸에 배어 있는 습관이라 별생각 없이 몸이 절로 움직인다. '귀찮다'라는 생각이 감히 끼어들 겨를이 없다. 샤워에서 청소로 이어지는 자동화된 루틴 덕분이다. 머리를 말리면 머리카락이 바닥에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때 딱 한 번 청소를 한다.
내가 매일 청소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대충 하기 때문이다. 몸을 닦은 젖은 수건으로 책상 위 먼지와 거울을 가볍게 닦는다. 어차피 나는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이 방에서는 나 혼자만 생활하는데 더러울 게 뭐가 있겠는가? 바닥은 밀대 걸레로 대충 슥슥 미는 게 전부. 물걸레질은 가끔 한다. 매일 먼지랑 머리카락만 치워도 충분히 깨끗하다.
주방 청소도 내 전담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한다. 처음에는 부모님 댁에 얹혀살면서 마땅히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냥 내가 하는 게 편하다. 어느새 더러운 걸 못 참는 성격이 되었다. 설거지며 싱크대며 가스레인지며 주방 청소를 도맡아 왔다. 그 대신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만 깨끗이 치우는 게 목적이다.
말로는 대충 한다고 하지만 제법 열심히 하는 나를 보며 혹시 청소에 강박이 생긴 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처음부터 깨끗한 인간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청소와는 거리가 먼 더러운 인간이었다. 집에 은둔하기 시작한 뒤 쓰레기를 수집하고 발 디딜 틈이 없는 방까지 만들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청소와 정리 정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었다. 바닥 청소는 어쩌다 한 번 했다. 이불 위에서 과자 같은 음식을 먹기도 하고 쓰레기통이 가득 차서 넘칠 때가 되어서야 쓰레기통을 비우곤 했다. 청결과는 좀처럼 가까운 인간이 아니었다. 그러고선 밖에서는 깨끗한 척, 멀쩡한 척하는 인간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썩 깨끗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과거에 비하면 양반이지 않은가. 가히 새로 태어난 수준이다. 그동안 청소란 몰아서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늘 한 번 시작하면 대청소가 되었다. 그러니 더욱 하기 싫어지고 미뤄지는 것이었다. 귀찮음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청소라는 건 매일 조금씩 대충 하는 것이 공식이다. 매일 조금씩 하면 크게 더러워질 일이 없다. 매번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청소도 대충 하자. 이 집에 이사 왔을 때 내 방 청소뿐만 아니라 거실, 주방 바닥을 쓸고 닦고를 매일 같이 했다. 지금은 거실, 주방 청소는 내킬 때만 한다. 창틀 청소도 어쩌다 한 번씩 대충 닦는다. 단 하나 지키는 것은 내 방 청소는 매일 하기. 이것이 진짜 공식이다.
쓰레기는 바로 치우고, 발 디디는 바닥만 깨끗이 유지해도 '살 만하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 '아, 내 방이 깨끗해서 내가 밖으로 못 벗어나는 건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방이 깨끗하면 최소한의 정신 건강이 지켜진다는 것. 방 상태는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반영한다던데 내 방을 보면 나는 지극히 멀쩡해 보인다. 이게 바로 사람을 겉으로만 봐선 모른다는 얘긴가? 나는 왜 히키코모리인가 싶다. 청소하는 히키코모리들이여, 이 글을 본다면 살아 있다는 연결 신호를 보내 주오. 나만 이상한 게 아니라고 말해 주오.
깨끗이 씻고 청소까지 했다면
최소한 오늘 할 일은 다 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