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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May 15. 2023

티슈 없이 살기


티슈를 없앤다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뽑아서 쓰기만 하는 되는 편리함을 포기해야 하는 것. 손수건을 쓰는 건 불편하고 고지식한 일이라 생각했다. 내가 그런 번거로운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늘 편리한 티슈가 옆에 있었으니까. 애써 그런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쓰레기는 매번 비워도 계속해서 쌓여만 갔다. 더는 불편한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다. 몸의 불편함보다 마음의 불편함을 먼저 살피기로 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곧바로 '티슈 없이 살기' 실험을 강행했다. 마지막 티슈 한 장을 뽑아 쓰고 방에서 갑티슈를 없앴다. 대신 손수건을 쓰기로 했다. 입지 않는 셔츠를 잘라 손바느질로 손수건을 만들었다. 서툴지만 바느질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처음엔 하루에 여러 장의 티슈를 쓰듯이 많은 손수건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작은 사이즈 2장만 만들어 사용해 봤다. 손바닥만 한 수건은 세탁이 불편했다. 그래서 예전에 만들어 둔 손수건과 비슷한 크기로 한 장을 더 만들었다. 그렇게 총 4장의 손수건이 생겼다. 막상 사용하고 보니 손수건은 하루에 한 장만 있어도 충분했다. 지금은 큰 손수건 2장을 하루에 1장씩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다. 얇은 재질이라 세탁과 건조가 용이한 게 장점이다.



손수건의 효과는 굉장했다



실험 한 달 만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쓰레기가 확연히 줄었다. 줄어든 쓰레기의 양으로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티슈를 쉽게 쓰고 버렸는지를. 매일 많은 휴지를 쓰는 만큼 쓰레기통도 자주 비워야 했다. 지금은 쓰레기가 쌓이는 게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줄어서 쓰레기통을 자주 비울 필요가 없다. 게을러졌다고 해야 할까? 집안일을 줄여 준다는 이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티슈 없이 살기 실험은 대성공이다. 코감기에 걸렸을 때도 손수건으로 잘 지냈다. 휴지로 계속 코를 풀게 되면 코 끝이 헐고 따가운 게 당연했는데 손수건을 사용하면 그런 문제가 전혀 없었다. 건강 차원(비염, 감기)에서도 면으로 된 손수건을 사용하는 편이 좋겠다.






이제는 물티슈와 청소포도 쓰지 않는다. 물티슈 대신 행주를 청소포 대신 걸레를 쓴다. 일회용 티슈를 쓰지 않으면 쓰레기도 줄고 그것을 버리는 일도 줄고 생활비도 줄어든다. 수고롭게 보관하지 않아도 되고 없다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이지, 티슈를 없앤 건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염을 달고 살았던 나는 티슈를 언제나 챙기고 다녔다. 방에 티슈가 없으면 불안했고, 티슈는 소모품 중 가장 필요한 물건이었다. 티슈 없는 생활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손수건 한 장이 이렇게 가든할 줄 몰랐고, 걸레 한 장으로 이렇게 청소가 쉬울 줄 몰랐다. 지금까지 손수건과 걸레를 빨아 쓰는 일은 피곤한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귀찮지 않았다. 내 손으로 직접 해 본 적이 없어서 몰랐을 뿐이다.


일회용 소모품은 편리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그것을 구입하고 보관하고 버리는 일에도 소모되는 에너지가 있음을 간과하기 쉬운 물건들이다. 무엇보다 쓰긴 쉽지만 버리기는 어렵다는 것. 내 손에서 사라진 티슈가 쉽게 썩지 않고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면 더는 함부로 쓸 수가 없다. 티슈를 비우며 이제는 그런 죄책감도 함께 덜었다. 손수건 한 장이 주는 가벼움이란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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