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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May 14. 2023

빨래 바구니 없이 살기


빨래 바구니,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더러워진 옷, 땀에 젖은 옷, 냄새나는 옷을 품어 주는 녀석. 젖은 수건도 마다하지 않는 열린 마음. 역시 빨래 바구니는 바쁜 현대인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입은 옷을 당장 빨지 않고 팽개쳐 놓을 수 있는,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구석. 하지만 나는 빨래 바구니에 이별을 고했다.


빨래 바구니가 따로 없다. 매일 같이 손빨래를 하기 때문에 빨래 바구니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 세탁기를 쓸 때는 빨랫감이 제법 쌓였었는데, 그땐 천으로 된 에코백에다 보관을 했다. 오염되거나 젖은 빨래는 넣지 않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에코백도 한 번씩 세탁을 해야 해서 번거로웠다. 그러다 더 좋은 방법을 찾았다.


바로 택배 봉투! 한 팝업스토어의 당일 배송으로 받은 종이봉투는 제법 커서 웬만한 옷이 다 들어간다. 지금까지 이 봉투가 꽉 찰 정도로 빨래가 쌓인 적은 없다. 비가 오거나 빨래를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하는데 그때 꺼내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보관하면 되니 공간도 차지하지 않는다. 접이식 빨래 바구니인 셈이다. 이렇게 얇고 가벼운 바구니라니! 게다가 택배 봉투를 한 번 쓰고 버리지 않고 재사용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바구니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택배로 받는 종이 박스에도 빨랫감을 보관할 수 있지 않을까? 꼭 빨래를 플라스틱으로 된, 천으로 둘러진 예쁜 바구니에 담으란 법은 없다. 빨래 바구니는 우리 옷만 잠시 맡아주기만 하면 된다. 그럼 제 역할은 다한 거다. 거기다 예쁘기까지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닐까.


이 봉투 하나가 있다는 든든함 때문에 나는 종종 마음 놓고 빨래를 쉬기도 한다. 그러면서 확신했다. 역시 ‘빨래 바구니가 있으면 빨래가 쌓인다’는 것을. 그래도 가끔은 게으름 피울 나를 위해 두기로 한다.




빨래 바구니는 더 이상 내 집 한구석에 자리를 마련해 줄 만큼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다.


바구니에 옷을 한가득 넣어 두고

"자, 할 일이 이만큼 쌓여 있어"라며

숙제를 내주고 싶지 않다.


밀린 숙제를 한 번에 하는 건 유쾌하지 않다.

조금씩 매일 하는 게 더 편하다.


그래서 오늘도 빨래를 한다.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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