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결 May 10. 2023

청소기 없이 살기



2년 동안 청소기 없이 방 청소를 했다. 청소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불편해서’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정말이다. 청소기를 충전하는 게 귀찮고, 청소기에 쌓인 먼지를 털고 관리하는 일이 번거롭다. 필터에 낀 머리카락을 빼는 것도 싫다. 무엇보다 우리 집 청소기는 무거워서 손목이 아프다. 그래서 청소기가 있어도 쓰지 않는다.





청소 도구는 세 가지


1. 밀대

2. 마른 걸레

3. 꼬리빗


(꼬리빗의 용도는 아래에서 설명)



청소 루틴은 이렇다. 매일 저녁 샤워 후 머리를 말린 직후 마른 걸레를 밀대에 꽂아 방을 닦는다. 그리고 걸레에 붙은 머리카락과 먼지를 가볍게 털어 낸다. 여기서 끝내기도 하고 걸레를 바로 헹궈서 물걸레질을 하기도 한다. 걸레 한 장으로 해결한다.



빗의 뾰족한 부분으로 걸레를 쉽게 꽂을 수 있다.



이전까지 일회용 청소포를 사용했다. 편리했지만 계속해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빗자루를 사야 되나’ 고민을 하던 중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헌 옷을 잘라서 만든 걸레를 청소포처럼 사용해 보면 어떨까?' 직접 실험해 봤다.


비슷한 크기로 잘라 만든 걸레는 정말 청소포랑 똑같았다. 심지어 잘 닦인다. 먼지가 아주 착착 달라붙는다. 역시 먼지 잡는데 제격인 건 다름 아닌 '옷'이었다! 마른 걸레는 머리카락이랑 먼지를 떼기가 한결 쉽다. 빗자루로 쓸었다면 빗자루 사이에 낀 머리카락을 빼는 게 번거로울 것 같다. 그래서 빗자루는 아직 장만하지 않고 있다. 거실, 주방, 현관, 창틀을 청소할 때도 헌 옷을 알맞은 크기로 잘라서 닦는다. 더 이상 일회용 청소포, 물티슈는 쓰지 않는다. 이제는 걸레 한 장만 있으면 된다.




청소기를 사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소음! ‘위-잉’ 시끄러운 소리를 내뿜는 청소기는 평온한 하루의 방해꾼이 되고 만다. 나는 그 찰나의 소음도 용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오늘도 조용히 청소를 한다. 청소기를 쓰지 않으면 저녁에도 층간 소음 걱정 없이 조용히 청소를 할 수 있다. 밀대 걸레가 부딪히는 소리가 걱정된다면 손으로 들고 걸레질을 하자. 그 정도 배려는 하고 살자.





침대도 옷장도 없는 방
스윽 몇 번 밀면 끝나는 청소







나의 공간을 단정히 하는 일은 쉬워야 한다. 그리고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면 내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 편리함에도 대가가 있다. 나를 가꾸는 사소한 일들을 기계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 일상의 소중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도 내 손으로 직접 한다면 더 좋다!





없이 살기 4. 청소기
이전 04화 커튼 없이 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