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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보기 Dec 11. 2024

[회귀본능]  2.  경기도 베드타운서 맞은 코로나19

- 나의 '어쩌다 부동산 투자'談


10년의 결혼생활을 지낸 동네는 서울과 인접한 경기권의 베드타운이었다.



그 무렵 사람들은 현금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현금은 언제 휴지조각이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르헨티나의 사례가 방송을 타고 흘러나오기도 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아르헨티나의 지폐는 땔감으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자산은 토지와 주식으로 이동했다.

우리 동네는 갑자기 재건축 바람이 불었다.

땅값이 오른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동네를 탐방하고,

집 내부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쓸어갔다는 이야기를

아이 친구 도원 엄마로부터 들었다.

진실인 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떠도는 소문들은 동네사람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무렵 실내기관은 문을 닫고 갈 곳 없이 방황하다

아이와 동네 이곳저곳을 산책하고 돌아다녔다.

잘 차려입은 50,60대 여성 두세 명이 어울려 다니는 장면을 마주할 때면,

혹시 저들이 도원엄마가 말한 강남아줌마들인가? 하고,

한동안 그들의 행로를 지켜보곤 했다.


 “피식”,

스스로 생각해도 우스웠지만, 내 마음도 동하고 있었다.

 두 해 전 있는 돈 없는 돈에 영혼까지 끌어당겼다는 의미의 ‘영끌’해 내 집을 마련한 터였다.

30년 된 일명 ‘썩다리 아파트’로 불리던 우리집까지 가격이 요동치고 있었다.

 로또 1등까진 아니어도 2,3등에는 당첨된 듯,

마음이 살랑였다.


매일 인터넷 부동산사이트를 들락날락하던 어느 날,

한동안 보지 못했던 직장 동료를 동네 카페에서 마주쳤다.


  “혜진 씨, 오랜만이에요,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그녀가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넸다.

 회사에서는 늘 반갑지만은 않던 그녀를 집 앞에서 마주치다니,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아무래도 계속 전세살이를 했다가는 요즘 유행하는 벼락거지가 될 것 같아서…,

집 보러 다니는 중이에요.” 내색하지 않지만, 어딘가 모르게 조급해진 느낌의 어투,

 그녀는 “이 동네가 아직은 더 오를 여지가 남았다고 해서, 집 보러 왔어요.” 라며,

 길 건너 인접한 서울의 한 학군지에 살고 있노라 말했다.

그 동네는 이미 오를 대로 올라버려 수중의 예산으로는 엄두도 못 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머물러 있다가는 ‘가만히만 있어도 거지가 된다’는

소위 ‘벼락거지’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밤마다 몰려온다고도 했다.



  그 해 오랜만에 만난 고교 동기는 재작년에 산 서울의 아파트가 3배나 올랐다고 했다.

20대 이후 직장생활에 찌들며 어렵사리 마련한 집 한 채가 횡재를 가져다 준 듯 보였다.

20대 이후 직장생활에 찌들며 어렵사리 마련한 집 한 채가 횡재를 가져다 준 듯 보였다.

그간 고생한 자신을 위해 외제차를 뽑았다며,

작은 카페 주차장에 조심스럽게 주차하고는 연신 잘 있는 지 내다봤다.

만져볼 수도 없는, 실재하는 지도 모르겠는 형체 없는 돈이었지만,

마치 그는 진짜 벼락부자가 된 듯 굴었다.

올해 여름휴가는 아무나 예약할 수 없는 해외 고급 리조트를 예약해두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알던 그 친구가 아닌 듯 했다.


  연일 미디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떠들어 댔다.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는 것이라고 부추기는 듯 했다.

요동치는 집값과 하루 사이에 부자가 되기도, 거지가 되기도 하는 사람들.

40세 언덕을 넘어 요동치는 나의 호르몬 변화처럼 급격한 혼란을 맞고 있었다.


  그 무렵 남편의 하와이학회만 취소된 건 아니었다.

수많은 학회, 세미나, 행사뿐만 아니라,

여행을 위해 오가던 모든 물길과 하늘길이 막혔다.

해외뿐이랴, 전국 각지의 가족과 이웃을 둔 수많은 인연들이

이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누군가는 기약할 수 없는 이별로, 또 누군가는 막혀버린 업무 처리로 막막함과 더불어

인생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결혼 10년차, 8살 딸아이의 아빠로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던 남편은 이 기간,

“아, 원래대로라면 지금 하와이에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아니, 코로나는 뭔데 모든 일을 중단시켜버리냐고!”

잊을만하면 하와이, 하와이 그야말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아, 답답해!” 그러더니 어느 날 밖으로 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러더니 몇 달 뒤 마라톤을 나간다고 했다.

그는 달리며, 하와이 해변도로를 달리는 상상을 한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이 몰려올 때마다 이런 상상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운동으로 풀고 있었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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