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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Mar 23. 2025

6개월마다 다시 새 인생



6개월마다 다시 새 인생          



우리는 살면서 원하지 않는 일을 겪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들을 이겨내며 사는 것이 인생 아닌가?



아내는 10년째 6개월마다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2016년 봄, 두바이에 있을 때 어느 날 무언가 가슴에 만져진다며 한국에 가서 검사를 받고 오겠다고 했다.

주변이나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잠시 한국에 다녀오는 것으로 하고 가서 검사를 받았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나 암 이래, 다음 주에 바로 수술하기로 했어.”

아내 수술 전날에 한국에 들어가 바로 아내의 입원실로 향해 수술하고 퇴원하기까지 열흘을 병원에 있다가 회복이 필요한 아내를 두고 두바이로 돌아갔다.          



그래도 처음에 암이 걸렸을 때는 아주 초기여서 수술은 했지만,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는 하지 않았다.

아내는 수술 후 3개월 후에 다시 두바이로 돌아왔지만, 몇 달 후에 우리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보통 암이 걸려 수술을 하거나 치료를 받고 나면 5년 동안 추적 관찰을 하고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을 한다.

그런데 아내는 4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유방암이 임파선으로 전이되어 다시 암이 걸렸다.          



처음에는 0기 제자리암이라고 했지만 임파선암으로 다시 판정을 받을 때는 3기 말의 판정을 받았다.

수술 후에 항암과 방사선 치료까지 마무리할 때까지 거의 1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뒤에 표적 항암 치료를 하려고 했지만 처음 시작한 표적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심장에 이상이 와서 바로 치료를 중단하였다.

그런데 표적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심장 치료에 집중하던 중 심장에 무리를 주지 않는 새로운 표적 항암제가 새로 나와서 암 협회의 지원을 받으며 1년간의 표적 항암 치료도 잘 마쳤다.          



아내는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코로나 기간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보육교사 자격 공부를 하였다.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다시 회복이 되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서 자격증을 땄다.

아내는 거의 3년에 걸친 모든 항암 치료 과정을 잘 이기고 지금은 어린이집 연장반 교사로 일하고 있다.

암이 재발해서 3기 말의 판정을 받을 때 언제 다시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까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도 심장 관련 약과 호르몬 관련 약을 먹으면서도 이전보다 건강하게 일도 하고 있다.          



3월 초에 다시 4년 반째 6개월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직도 6개월마다 전체 검사를 받고 결과를 보러 갈 때는 조금은 긴장이 된다.

그래도 처음에는 4년 반을 넘기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4년 반째도 무사히 잘 넘겨 감사하다.

아내가 겪으면 나도 같이 겪는 일이니 우리는 거의 10년을 6개월마다 새로운 일생을 살고 있다.

바라고 원하는 일일 수는 없지만, 권태할 일 없이 6개월마다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도 감사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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