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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Apr 12. 2023

'수십 개의 스피커, 수십 개의 소리, 하나의 공간'

이런저런 소리 이야기

돌비 애트모스를 한 줄로 표현하면 이렇지 않을까.

현재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이 기술은 양옆과 앞뒤, 위에서 나오는 소리의 공간감으로 마치 실제로 화면 속 장소에 들어온듯한 생생함을 전달하게 해주는 서라운드 시스템이다.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의 스피커를 사용할 수 있는 '돌비 애트모스'.

지금부터 서라운드 사운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서라운드 시스템과 돌비 애트모스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책상 위 스테레오 스피커와 노트북의 내장 스테레오 스피커.

우리가 듣는 음악, 영상 속 소리 99%가 스테레오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컴퓨터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심지어 휴대폰이나 노트북 내장 스피커도 스테레오이고,

그 이전에 거의 모든 음악, 영상이 처음부터 스테레오로 만들어진다.

이와 같이 많은 음악, 그리고 영상의 소리들을 단 2개의 소리로 듣는 많은 사람들에게 서라운드 사운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굉장히 복잡한 기술로 생각될 수도 있는 서라운드,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익숙한 스테레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테레오 오디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은 '2.0'이다.

이 말은 2개의 채널로 구성된 소리라는 건데 이 2개의 채널, 소리가 각각 왼쪽, 오른쪽에 위치해 소리 사이의 공간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스테레오가 2가지 소리를 다른 위치에서 출력하여 공간감을 주는 것처럼, 서라운드 사운드도 동일한 방법으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준다.

다만 더 많은 채널들로.




맨 왼쪽, 오른쪽 스피커는 뒤로, 여기에 서브우퍼가 추가되면 5.1이 된다.

이제 대표적인 서라운드 사운드로 여겨지는 5.1에 대해 알아보자.

여기서 '5'가 뜻하는 건 5개의 채널, 5개의 소리이다.

스테레오처럼 왼쪽과 오른쪽 각각 1개, 왼쪽과 오른쪽 채널 사이 가운데 1개, 그리고 왼쪽 뒤와 오른쪽뒤 각각 1개씩 5개의 채널이 스테레오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형성한다.


그렇다면 '5.1'에서 '.1'은 무엇을 의미할까?




파티, 클럽 같은 곳에 가보면 굉장히 크고 낮은 소리를 느낄 수 있다.

느낀다고 표현한 이는 이 소리는 우리의 귀로 듣기에는 너무 낮아 굉장히 긴 파형을 몸으로 느낌으로서 소리로 인식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로 듣기 어려울 정도의 낮은 소리는 평범한 스피커가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보통 스피커는 나오는 주파수 범위에 따라 우퍼 (낮은 소리), 미드 레인지 (중간 소리), 트위터 (높은 소리)로 나누는데, 여기서 우퍼보다 더 낮은 소리를 내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지는 스피커가 있다.


바로 '서브우퍼'다.

굉장히 긴 파형을 공기로 쏘기 위해 보통 부피가 크고, 이 커다란 덩치로 다른 스피커가 내지 못하는 굉장히 낮은 소리를 만들어준다.

낮은 소리의 특성상 위치를 파악하는 게 어려워 사실상 어느 방향에 두는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위상에 영향을 받지만 이를 조정하는 방법이 대부분의 서브우퍼에 있다.)




이처럼 5개의 스피커 채널과 1개의 서브우퍼 채널, 총 6개의 채널로 나눠져 있는 5.1 서라운드.

여기에서 천장에 스피커를 매달며 뒤에 '.'이 하나 더 붙게 되었다.


나중에 설명할 돌비 애트모스에서도 사용되는 7.1.2 서라운드, 여기서 '7'은 7개의 채널 (왼쪽, 오른쪽, 정면, 왼쪽 서라운드, 오른쪽 서라운드, 왼쪽 뒤, 오른쪽 뒤), '.1'은 서브우퍼 채널을 뜻한다.

그리고 여기서 새로 추가된 '.2'.

이는 천장에 위치하는 왼쪽과 오른쪽 2개의 채널을 의미한다.


우리가 천둥 치며 비 오는 영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비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비는 보통 떨어질 때 소리가 나므로 아래, 즉 우리 옆을 둘러싸고 있는 채널에서 소리가 나면 그만이지만 천둥은 어떨까?

하늘에서 나는 소리, 즉 위에서 나는 소리가 실제로 위에서 들린다면 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보통 이렇게 머리 위에서 나는 소리는 2개, 혹은 4개의 위에 위치한 채널들을 통해 출력된다.




이제 다시 돌비 애트모스를 이야기해 보자.

이 또한 서라운드이다.

아까 말했던 7.1.2 서라운드 시스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5.1.4, 7.1.4, 그리고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바나 헤드폰으로도 출력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굳이 기존의 서라운드 시스템 대신 이걸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위에서 말했던 2.0, 5.1, 7.1.2는 모두 채널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2.0에는 2개의, 7.1.2에는 10개의 다른 소리만이 스피커의 수와 상관없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백 개의 스피커를 사용해도 한정된 채널의 개수 때문에 공간을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돌비 애트모스는 채널이 아닌 오브젝트를 기반으로 하는 서라운드 시스템이다.

돌비 애트모스의 128개의 모노/스테레오 오브젝트(소리)들은 각각 공간상의 위치 정보, 즉 메타데이터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다른 장소, 다른 스피커 세팅을 가진 곳에서도 비슷한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는 원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주변을 날아다니는 헬리콥터가 영상에 보인다고 생각해 보자.

이 헬리콥터가 우리의 왼쪽 전방에서 시작해서 우리 머리 위를 지나 오른쪽 후방에 착륙했다고 가정할 때 이 경로에 있는 스피커들은 다른 소리를 낼 것이다.

헬리콥터가 현재 위치해 있는 곳의 스피커는 가장 큰소리를, 그 주변의 스피커들은 보다 작은 소리를.


많은 스피커가 전부 다른 소리를 낼 때, 생동감은 배가 된다.

하지만 채널 기반의 기존 서라운드 시스템에서는 이게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개수의 소리(채널)로 인해 헬리콥터의 위치에 여러 개의 스피커가 있다 해도 그 스피커들은 전부 같은 소리를 내게 된다.

하지만 돌비 애트모스를 사용하면 각 스피커들이 모두 다른 소리를 내며 헬리콥터의 움직임을 표현하므로 보다 정확한 위치, 움직임을 듣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움직이는 여러 각도, 위치상의 수많은 소리들을 가상의 공간에 저장해 다른 장소, 다른 장비들에서도 비슷하게 나오게 하는 기술, 돌비 애트모스.

필자가 처음 이 기술을 접했을 때 받은 기분 좋은 충격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과거 1940년에 나온 디즈니 영화 '환타지아'의 스테레오부터 시작된 소리로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시도는 현재 돌비 애트모스처럼 복잡한 자연의 소리들을 가능한 현실과 비슷하게 표현할 정도의 수준까지 왔다.

몇 년 전만 해도 잡하고 비싼 장비를 통해 표현했던 이 애트모스라는 공간이 현재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작, 출력이 가능해지면서 오디오 엔지니어로서, 영화/드라마,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질문을 던진다.


'이다음은 뭘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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