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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Jul 14. 2024

시련은 불현듯 찾아와
갈 길을 막아선다_Part II

경영자는 이것을 해야한다

전편에 이어서 계속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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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현지직원들도 참석한 미팅이었지만 본부장은 분노를 쏟아 내었고, 미팅 시작 1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현지 직원들도 분위기 파악은 하였으나 삼삼오오 모여 우왕좌왕하였고, 본사 경영진과 나는 별도 회의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렇게 그날의 중요한 미팅은 허탈하게 끝나버렸고 본사의 지원을 끌어내기는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켜 버렸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의 상황을 부드럽게 해결하고 사업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기에 어디서부터 엉킨 것인지, 어떻게 실타래를 풀지를 골똘히 생각했다. 동시에 마음 한편으로는 전년도에 내린 판단과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인 것이 현명한 결정이었으며, 건강하고 장기적인 안목의 경영을 위해 옳은 선택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또한, 매출직접비. 용에 대한 내 의견 역시 현실에 입각한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본사 경영진들과의 협의에서, 본부장이 목적하는 것이 있을 터이니 큰 틀에서 지시 내용과 방향을 같이 함이 좋을 것이라는 공통적인 조언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오전에 일어났던 상황을 다시 찬찬히 짚어봤다. 본부장과의 관계, 지시사항의 현실성, 조직을 위한 선택, 리더의 시각 등, 평소에 소신에서 간과된 부분까지 깐깐하게 짚어 소신과 대비하여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벌어질 커다란 파장에 대비한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았다.


우선, 이번 사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본부장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였고 회사 주력제품의 매출 감소는 협력사를 포함하여 전 영역에서 연쇄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기에 사업부 매출만의 이슈가 아니었다. 한 개 분기의 일시적인 상황이면 다음 분기의 매출 회복으로 어려움은 상쇄가 가능하나, 매출 이슈가 여러 분기 동안 지속되는 것은 상황이 달랐다. 계열사, 협력사의 고통이 이어지고 경영의 압박 강도는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매출감소는 손익 악화를 낳고 마케팅 활동을 포함하여 투자 위축을 초래하기에 매출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 


감소하는 시장수요를 직접 움직이는 것, 즉 끌어올리는 것은 제조사 역할의 범위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투자를 지속하여 경쟁우위를 높이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옵션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할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결국, 당장 손익을 높일 수 있는 시장환경이 아니라면 비용 절감이 최선의 선택이 되는 것이었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을 찾아야 했고, 기존의 관행대로 제일 먼저 택하게 되는 요식성경비 절감은 투자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질 못했다. 더 근원적인 방법, 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었다. 


비용이라는 이름을 달고 큰 규모로 움직이는 항목들이 마케팅 비용, 개발비용, 물류비용, 서비스비용과 판매직접비용 등이 있었다. 이 큰 비용 뭉치들 중에서 관행, 관성에 의해 집행되는 것이 판매직접비용이었다. 그리고 마케팅, 개발, 서비스 비용 등은 투자성격과 소비자와 연계된 비용들이기에 당장 절감할 비용항목 대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거래선과 연계된 비용, 관행을 개선해야 하는 비용, 계약조건을 개선해야 절감이 되는 비용인 판매직접비용은 실질적으로 큰 규모로 절감을 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본부장의 입장에서 큰 그림을 그려보면,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그동안 손을 대지 않았던 이 항목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오래된 거래환경하에서 반복적으로 이어졌던 거래선과의 거래조건, 즉 판매계약 내용을 업데이트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었다. 이 계약 내용에 따라 큰 규모의 비용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계약에 명기된, 거래선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꽤 복잡한 항목들로 짜여 있었고, 자칫 잘못 사용하면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는 항목도 있었다.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영역을 없애고 시장환경, 거래환경_브랜드력 및 경쟁구도에 따라 계약을 변경해야 할 명분은 충분히 있었다. 비용 절감 명분이 앞섰지만, 판매계약 부분에 대한 수술은 필요한 것이었기에 전체 공감대를 형성하고 같이 움직인다면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나의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본부장의 의중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소통 방식이 문제였다. 거두절미하고 판매직접비용을 없애라는 접근은 오히려 판매구조를 이해 못 하는 지시라는 오해를 하게 되었고, 근본 의도에 대한 공감이 없었기에 겉핥기식의 검토로 억지로 줄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된 것이었다. 판매직접비용을 50%만 줄여도 엄청난 규모의 손익이 살아나기에 이 목적을 염두에 두고 100% 없애라고 하는 비용 측면의 접근보다는, 판매계약 조건을 업그레이드하는, 개선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접근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할 과제가 명확해졌다. 당장의 비용절감이 필요하지만 이 참에 거래선과의 판매계약 내용 전체를 세밀히 검토하여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고 불필요한 부분을 들어내는 것이었다. 거래선과는 마찰이 생기겠지만 거래환경 즉, 브랜드력, 경쟁구도, 미래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인 현지 리더들을 불러 모아 내부 회의를 하였고, 이러한 전후배경을 설명한 후 우리가 해야 할 과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개선해야 할 영역들을 정하고, 목표 수준을 구체화하여 거래선들과 협의를 시작하도록 했다. 그리고 판매계약 개선방향, 항목별 목표 수준, 그리고 비용 절감 추진이라는 큰 내용을 정리하였다.   




...


호텔방에서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모든 준비된 일정은 아침과는 다르게 현지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으로 다소 생산적으로 진행이 되었고, 석식시간에는 본부장 포함하여 여러 경영진들과 현지 판매활동 관련하여 좀 더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사건 내용의 서론, 본론, 결론이 전 법인에 공유가 되었고, 본부장의 다음 방문 법인들은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미팅을 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원활한 소통, 합리적인 방향 설정을 위해 내가 희생양이 된 셈이었지만 사업부와 법인 경영자들 모두에게 소통과 공감이라는 중요한 부분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제품력, 브랜드력을 뒷받침하는 판매계약 업그레이드 과제를 통해 향후 몇 년간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경영자로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의사결정과 그것의 기준이다. 의사결정을 할 때 반드시 생각할 부분이 ‘지금의 이 의사결정이 5년 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까?’이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의사결정이라면 당장 이듬해에라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최소 5년 뒤를 생각하는 의사결정이라면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내가 그 자리에 없을지라도 5년 뒤의 영향을 생각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다음으로, 시장을 거스르는 의사결정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장을 거스른다는 것은 당장의 위급함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기에 그 영향은 반드시 나타난다. 시장의 원리는 투명하기에 당장의 안위를 위한 원리를 거스르는 결정은 필히 그 피드백을 받게 된다. 그것이 자기에게 돌아올지, 다음 사람에게 돌아 갈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경영에 강단이 있어야 한다. 판매 활동을 함에는 많은 유혹이 따른다. 매출의 유혹, 성과의 유혹, 거래선의 유혹, 시장의 유혹, 보스의 유혹/요구 등등.. 잘못된 선택인 줄 모를 수도 있고, 잘못인 줄 알면서도 택하는 선택도 있다. 이 둘 다 경영에는 문제를 야기한다. 유혹에는 냉정함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오던…  


경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소통과 공감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불소통과 공감대를 못 만드는 의도는 오해를 낳고 원하는 수준의 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반대로 소통과 공감이 있다면 비록 어려운 과제라 할지라도 그 효과는 기대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다. 이 기본이 되는 내용은 이성으로는 명확히 이해하면서도 실행에서는 잘 못하기에 항시 노력해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내 방식을 고집하지 말고,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위 내용들은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하나하나 영역이 다르다. 경영자로서 습관화해야 하는 것들이다. 일례로 당장 보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관계가 어긋난다 하더라도 강단이 있는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 관계는 반드시 다시 회복이 되고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이다. 


조직생활, 경영자의 역할이 곧 인생이자 삶이다. 내 인생이 가고자 하는 길이기에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시작부터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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