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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Jul 07. 2024

시련은 불현듯 찾아와
갈 길을 막아선다

그러나...

2015년, 3월 9일, 이탈리아 로마의 맑은 날씨는 파스텔톤 수채화와 같이 맑고 눈부셨다. 아침 해의 기운이 잠시나마 고요한 도시를 감싸고, 고대 유적과 현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로마의 모습은 따스한 금빛의 채색으로 그려진 듯했다. 하늘은 맑고 투명한 푸른빛을 머금고, 구름조차 없는 넓은 하늘은 마음에 아침 평온을 가져다주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는 산들바람이 불어와 신선한 공기를 전하고, 거리를 따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상쾌한 미소를 만들게 하였다. 아침 로마의 거리 곳곳은 이미 활기로 가득 차 있고, 카페 테라스에서 사람들은 여유로이 모닝커피를 즐기며, 일상의 대화를 편안히 나누는 듯했다. 곧 나에게 닥칠 위기를 무의식적으로 느꼈던 것일까, 여러 번 왔던 로마였지만 오늘 아침의 기운은 더 부럽게 와닿았다. 


오전 10시경, 본사경영진을 태운 전세비행기가 도착하기까지 30여분이 남았다. 이 비행기는 바르셀로나를 거쳐 로마, 프랑크푸르트, 런던에서 연속 미팅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있었다. 로마에서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법인 회의 및 이탈리아 거래선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해 법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본사의 지원을 크게 끌어내고, 거래선으로부터 당사와의 특급 수준의 협업을 약속받는 무척 중요한 미팅이었기에 세밀한 준비를 하였다. 




...




이렇게 틀어질 대로 틀어진 관계의 사업부장이 경영진을 이끌고 로마에 오는 것이었다. 전세기의 도착은 예정보다 15분 늦어졌으나, 100m 떨어진 입국장에 개성 있는 본부장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즈니스는 프로의 세계이니, 개인감정은 뒤로하고 환한 미소로 본부장 및 동반 경영진을 환영했다. 악수를 하자마자 달갑지 않다는 느낌이 몸전체에서 스캐닝되었다. 다소의 불쾌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쩌랴, 미소로 응대할 수밖에…


밖에 대기 중인 중형 의전용 버스에 탑승한 후, 법인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로마시내 엑셀시오 롬 호텔로 이동하였다. 차량이 이동을 시작하자마자 여러 질문들을 쏟아냈다. 마치 작정하고 먹이를 잡기 위해 덤벼드는 레오파드 같았다. 예상되는 질문들이 있었기에 준비를 충분히 했고, 차량 이동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해 준비했기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경영진과 같이 이동하는 차 안에서 여러 사건들이 발생가능하다. 차 안의 대화가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역작용을 하여 조직생활의 시련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것이 현지 법인에서 접하는 본사 경영진과의 차량 내 대화의 묘미 혹은 스릴이다. 그렇기에 여러 시나리오를 생각하여 어떤 질문 혹은 돌발 상황이 생기더라도 거침없는 대응이 되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


이렇게 그날의 중요한 미팅은 허탈하게 끝나버렸고 본사의 지원을 끌어내기는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켜 버렸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호텔 밖으로 나갔다. 기온은 약 18도 정도였고, 부드럽고 포근한 공기는 나의 기분을 아는지 몸을 감싸 안아주었다. 충분히 쾌적한 날씨 속에서, 사람들은 걷기를 즐기고, 호텔 앞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아이들과 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의 상황을 부드럽게 해결하고 사업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기에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했다. 동시에 마음 한편으로는 전년도에 내린 판단과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인 것이 현명한 결정이었으며, 건강하고 장기적인 안목의 경영을 위해 옳은 선택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또한, 매출직접비용에 대한 내 의견 역시 현실에 입각한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상상 속에서 머물렀던 상태가 어떻게 물질적으로 모습을 드러나게 되는지에 관해서는 현세적이고 외적인 여러분이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영적인 몸은 상상 속에 있다가 현실로 돌아왔지만 이미 상상한 곳과 현실 사이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건의 다리를 놓았습니다. 여러분이 객관적인 세상에서 눈을 뜨게 될 때 상상 속에서 현실처럼 경험했던 것들이 사라져 버렸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그 순간 "현세적인 육체가 있고, 영적인 육체가 있다"는 구절처럼 두 개의 자아에 대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여러분, 아니 현세적인 인간이 이런 경험을 가졌다면 자동적으로 그는 사건의 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고, 보이지 않게 준비된 처소는 현실 속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습니다.

이 개념은 인간이 이중적 존재이며, 상상력이라는 내적인 인간이 미래에 머물렀다가 현재로 돌아오게 되면 '미래와 현재를 이어주는 사건의 다리'와 '존재와 현상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가지고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인간존재에 대한 우리의 상식적인 관념을 크게 뒤흔들어 놓습니다. 

또한 시공간과 물질에 관한 관념에도 큰 혁명이 일어납니다. 

상상이 현실을 창조한다는 개념이 진실이라면, 단단한 실체라고 여겨졌던 현실은 단지 마음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거부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식이 거부했던 많은 가정들이 다시 진리로 판명되었던 수많은 일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주 1)



# 사업부장과의 관계와 시련 혹은 영광 중에 어떤 운이 전개되었는지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주 1) 네빌고다드, 부활, 2009, 서른세 개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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