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즈니스 이야기
운칠기삼, 운구기일, 운칠럭삼(運七luck三) 등 회사 생활의 이면을 나타내는 여러 용어들을 자주 접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용어들이 의미하는 것에 공감한다. 글자 그대로, 조직생활에서는 실력의 차이보다는 운이 더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력을 쌓기 위해 입사 전부터 오랜 기간을, 심혈을 쏟아 준비하지만 막상 조직생활을 시작하면 실력보다는 운이 따라줘야 하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자라 하더라도 그 실력을 받쳐 줄 운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실력이 뛰어나면 조직에서 단명할 확률이 높을 수도 있다는 의미도 된다. 조직생활의 성공을 얘기할 때 꺼낼 수 있는 첫째 요인이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은 경험으로부터 인지하게 된 팩트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 조직생활의 운은 타고난 것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부분도 있다. 운의 인위적인 부분은 조직 내에서의 인간관계일 것이다. 조직 내에서의 네트워크힘이 운이란 이름으로 위장되어 사람의 인생에 크거나 작게 혹은 좋거나 나쁘게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작용 혹은 부분작용의 아류 법칙의 결과를 빈번히 보고, 겪기도 한다. 그래서 자기 계발을 통해 실력을 쌓기보다는 네트워크를 키우기 위해, 인싸멤버가 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군상들도 자주 보인다.
조직에서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그렇게 형성된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운빨이 좋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몇 가지 가능한 사례를 공유하면서 조직생활의 참의미, 참 성공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례 1: 인싸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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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출근할 때는 영혼을 집에 두고 와야 한다. 조직에서 공감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지 말고, 영혼의 관계 따위를 생각하지 마라.”
이들은 분명하게 알고 있다.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자신들이 어떤 일을 자행하고 있는지? 자신들이 어떻게 불리는지? 자신들의 얼굴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들이 조직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례 2 : 관계는 일, 실력보다 우선한다
조직에는 여러 보직들이 있고 보직들 중에서도 알짜 보직들이 있다. 매년 보직들을 떠나거나 이동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 보직은 새 주인을 기다린다. 이렇게 보직을 변경하는 작업을 조직 용어로 ’말판을 돌린다’라고 한다. 조직을 움직이는 중요한, 알짜 보직들은 누구에게 기회가 주어질까? 내가 돌려진 말판을 승인하는 사람이라면, 알짜 보직에는 내 사람으로, 나에게 충성하는 사람으로 채우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나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직, 나의 지근거리에서 나를 보좌할 보직, 나의 지시를 실행에 옮길 보직, 해외에서도 나를 따라야 하는 보직, 사람을 관리하는 보직 등에는 내 사람으로 채운다. 이렇게 중요한 보직을 채워도 부족할 경우는 새로운 보직을 만들어서라도 내 사람으로 채운다. 나의 관계가 제대로 작용을 하는지, 나의 관계 등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하고 싶다면 내가 어떤 보직에 있는지를 보면 된다. 중앙의 알짜 보직에 있다면 성골관계, 주변 알짜 보직에 있다면 진골관계, 중앙 기타 보직에 있다면 육두품관계, 주변 기타 보직에 있다면 기타 관계라고 판단하면 될 듯하다.
일은 어떤 면에서 보면, 조직과 갖추어진 시스템으로 돌아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의 실력보다 관계가 우선하여 보직이 채워지고, 그 보직장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경영활동이 되고 그 활동의 결과가 그해의 성과가 되는 것이다. 일부 보직장 들은 같이 움직이는 큰 틀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실력이 정말 일천하여 전체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 뒤쳐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경우, 조직은 관계를 맺었다 하더라도 냉정하게 보직장을 바꾸게 되고, 그 보직장은 조직에서 이탈하여 떠나게 된다. 즉, 전체가 움직이는 방향에서 이탈하지 않고, 스크럼 짜서 같이 움직일 때 뒤처지지 않으면 조직의 한 부분으로, 관계의 일환으로 지속 역할은 주어진다. 이것이 조직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사례 3: 운은 받아 본 사람에게 더 간다
우스운 표현일 수 있지만, 운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작용한다. 조직 내에서 관계를 맺은 사람들 중에서 유달리 운을 잘 타는 사람들이 있다. 한번 작용한 운을 맛본 사람 중에 그 운의 사이클을 지속 잘 타는 경우가 있다. 반면, 운을 타다가 그 운의 파도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도 있다.
러-우 사태와 같은 예상치 못한 전쟁으로 인해 절정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지속 매출이 하락하는 지역을 새로 맡아 고생을 하는 중에 기대하지 않았던 러-우 사태로 대박을 맞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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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개월 뒤에 러-우 사태가 터졌고, 러시아 내 서방 회사들의 판매 활동이 중단됨에 따라 러시아 시장에 공백이 생겼다. 러-우 사태로 수요는 급증했으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큰 공백을 외부에서 채워야 했다. 중동의 두바이는 수출을 전담하는 기지 역할을 했기에 러시아 시장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최적의 거점이 되었고 많은 제품들이 두바이를 톻해 러시아로 흘러 들어갔다. 새로 부임한 사람은 그 영광을 고스란히 받아 실력이 좋은 사람으로 평가가 되었다. 사람들은 다시 생각을 바꿨다. ‘이 사람은 뭘 해도 되는 운을 타고난 사람이구나 ‘
실력이 검증되어 중동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여러 사람들은 하향 사업을 돌릴 수 없었는데,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항상 따라주었던 사람은 1년도 안되어 매출을 성장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정말 운으로만 버텨온 사람인가 아니면 실력 있는 운이 좋은 사람인가? 실력과 운은 같이 것인지?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이 사람은 작년 말에 더 큰 보직으로, 중앙에서 중요한 보직으로 이동을 하였는데 올해 그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새로 이동한 이 보직도 전임자가 고생을 많이 한 보직이기에...
사례 4 : 같이 모여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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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관계를 맺어 가는 사례, 성공으로 가까이 가는 사례를 더 많이 나열할 수 있지만 여기서 중략한다.
그러면 조직생활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너서클에 참여해야 하는 것인가? 그것을 통해 중요 보직으로 나아가는 것인가? 그리고 운빨이 계속 이어지면 되는 것인가? 답을 한다면, 이런 것들이 조직 생활을 잘하는 충분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어느 조직이던 모순이 있다. 위로 잘하고 동료와 후배들에 악행을 하는 사람이 잘되는 조직도 있다. 그런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회사도 있다. 그리고 영혼을 집에 두고 다녀야 인생이 평탄한 회사도 있다. 이너서클의 멤버가 성공의 지름길이 되는 회사가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일주일을 회사 사람들과 같이 해야 내가 잘되는 회사도 있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회사가 있고, 가지가지 독특한 문화를 가진 회사가 있다.
회사마다, 조직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르지만 기본으로 변하지 않는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실력, 꾸준함, 소신이다. 이너서클도, 해바라기도, 성골의 관계도, 운빨만이 아닌 나만의 실력, 특성(꾸준함)과 소신이다. 그러니 실력과 나만의 것, 소신은 분명 차별화되는 것이다. 회사와 조직은 이것을 본다. 부문장의 이너서클 멤버라고 해서 그것을 계속 인정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그것이 조직생활에 가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너서클이 되는 것도 실력이라고 정의한다면 그 부분은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이너서클 그 자체가 조직생활을 잘하는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조직생활을 잘하는 사람, 장수하는 사람,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붙는 말들이 있다.'된사람’, '실력 있는 사람’, ‘강단 있는 사람’, ‘꾸준한 사람’, ‘배우려는 사람’, ‘베푸는 사람’, ‘경청하는 사람’, ‘겸손한 사람’, ‘인품 있는 사람’ 그리고 '운도 좋은 사람' 등이다. 이 안에는 ‘이너서클 사람’, ‘운빨만 좋은 사람’, ‘같은 아파트 사람’ ‘해바라기 같은 사람’이라는 수식어는 없다.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자가 여전히 조직에는 많다. 특정인에게는 천사의 얼굴로, 그 외에는 악마의 얼굴을 하는 자들이 있다. 이들이 생각하는 회사, 조직을 위하는 기준은 평범한 조직원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들이 악역을 하는 것은 회사, 조직을 위한 것이라 믿는다. 이들이 행하는 강약약강의 행위도 회사, 조직을 위한 것이라 믿는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회사, 조직을 멍들게 하고 곪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우대하는 회사/조직, 이들이 활개 치는 회사/조직, 이들이 성공하는 회사/조직은 이미 죽어가는 회사/조직이다. 이너서클_조직의 마피아_이 회사/조직을 이끌어 가는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100년 종속하는 기업에는 이런 문화가 존재할 수 없다. 한국 회사의 역사가 짧고, 사라지는 회사가 많은 이유는 잘못된 것이 정상처럼 작용하고, 불평등이 보편화 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속한 회사/조직의 내용, 문화가 어떤지 살펴보고 냉정하게 평가해 보자.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아니면 곧 사라질 운명인지? 내가 기여하여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아니면 그러한 시도마저도 허용이 안 되는 회사, 조직인지?
100년을 장수하는 기업처럼, 이 기업이 가진 문화처럼, 회사와 조직에서 잘하는 사람, 성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내가 가진 특별함, 내가 가진 향기가 있어야 한다. 그 특별함과 향기는 나를 수식하는 단어들에 있다. 될 사람, 된 사람, 꾸준한 사람, 강단있는 사람, 소신있는 사람, 실력있는 사람, 뭐든 할 수 있는 사람, 바로 이사람 등의 수식어가 있는 사람이 되어 봄이 어떨지?
젊은 세대가 세우고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수평 문화에서 이러한 향기 있는 수식어가 있는 사람들이 넘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기업은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더 나아가 데카콘 기업이 될 것이다.
(주 1) 임원들의 최근 저녁 술자리는 저녁 9시까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겁게, 권하지 않고 편하게 마시는 문화로 정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