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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Jan 05. 2025

나는 정신병자인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자(insanity)다!'


너무나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명언이다. 이 한 문장은 내 삶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고 일상이 느슨해질 때 가차없이 나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긴장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지혜롭지만 가혹한 가르침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의 말은 때론 냉혹하게 느껴지지만 진리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어느 순간 나태해지거나 무뎌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의도적으로 이 문장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바램만 많은 부실한 정신병자’라는 문구를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비판하는 것이 때로는 가혹하지만 자기비판이 없다는 것은 나의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수긍하게 된다. 이렇듯 하루를 시작하며, 그리고 마무리하며 이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35년이라는 긴 기업 생활 동안 나는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도전을 통해 어제보다 나은 변화를 추구해 왔다. 성공과 실패, 전진과 퇴보의 반복 속에서도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특히 해외 법인의 수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과거에 안주하거나 흐름을 놓치는 순간, 사업의 운명이 바뀔 수 있음을 알았기에 항상 변화에 민감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했다. 변화와 새로운 시도는 단순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오랜기간의 실행과 경험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여전히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지 못하다면, 그렇게 지금보다 미래가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내 삶의 가치는 지금이 최정점일 것이고 나의 정신에 '기대'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변화는 매번 새로운 도전이며, 과거의 경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과제다.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어제와는 다른 오늘’은 움직이는 물체와 같고 항상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기에 어제와 같은 상태에서는 결코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인식 속에 각인하게 된다.




2024년 12월, 36년 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완전히 떠났다. 이제는 회사라는 울타리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과거의 흔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내 것이 될 수 없는’, ‘지속적인 동력이 될 수 없는’ 어제의 여운을 털어내는 것이다. 오랜 기간 몸담고 있었던 기업에서의 성공 흔적이 새로운 나를 창조하는 여정에서 장애물로 작용해서는 안되기에 그 흔적들을 지우고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그 흔적에 대한 여운, 추억, 감정도 비워야 한다. 


2025년의 첫 주가 지나면서 나는 아직도 과거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 '소속'되어 있을 때의 안정감이 되려 '소속'에서 벗어난 순간 자유를 누릴 권리까지 박탈하는 느낌이다. 탯줄 끊긴 아가처럼, 끈 떨어진 연처럼 나는 공중에서 부유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을 최근 내게서 자주 보게 된다. 어쩌면 말뚝에 묶인 아기코끼리가 덩치가 커졌음에도 말뚝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소속'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것을 절감한다.


천천히 걸어도 될 텐데 무엇이 급한지 여전히 걸음은 빠르고, 한 가지씩 여유를 가지고 해도 되는데 해야 할 일들은 동시에 다 쳐내려 하고, 음식은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도 되는데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밥그릇을 비우고 숟가락을 내려놓으니 곳곳에서 여유가 없는 과거의 모습 그대로이다. 새로운 한 해를 만드는 여정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와 다른 게 없으니 뒷걸음만 치고 있음이다. 이런 상태로는 새로운 한 해를 기대할 수 없음을 절감하며, 과거의 패턴에서 탈피하여 변화를 만들어야 함을 다시 새겨본다.


변화는 단지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매년 작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소한 것부터 의미 있는 변화를 시작하고, 자기 관리와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 생활 동안 나 자신을 단단히 단련했듯이, 퇴임 후에도 꾸준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변화의 여정도 쉽지 않다. 과거의 기억과 습관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에게 가혹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가혹함은 자신을 더 강하고 성숙하게 해 줄 것이니 어려운 순간마다 변화의 필요성과 더 나은 미래를 떠올리며 동기를 유지해야 한다.


나는 정신병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매일 작은 변화의 성취와 기쁨을 소중히 여기며, 올해 말에는 지금의 나와는 확연히 다른 나를 만나기를 기대한다. 더 성숙하고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며, 그 결과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고 실행하려 한다. 변화는 끊임없는 도전이지만, 이를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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