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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입냥이 Jul 26. 2023

좋음을 타협하지 마세요

진정 좋은 것들로만 채운 갈비찜

내게 선택의 다른 말은 타협이었다. 가장 마음이 동하는 것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


어릴 때의 선택이 숱하게 좌절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스스로의 호불호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부류의 사람으로 자라게 되는 것이다. 마트에서 고기 하나를 사더라도 마음이 내키지 않지만 가격이 적당해서 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처음 갈비찜을 할 때에도 이런 성에 차지 않는 선택들을 했다. 조금 마음에 안 드는 고기, 과일을 갈아 넣는 건 비싸고 귀찮으니까 제품을 써야지 등의 찝찝한 선택의 결과 내 갈비찜은 어딘가 부족했다.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는 감동시키지 못할 맛.

최고급 한우는 아니지만 적당한 지방과 씹는 맛이 있어 마음에든다.

잔치음식인 갈비찜을 먹으며 이런 애매한 기분을 느낄 수 없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마음에 드는 고기를 찾았다. 고기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12시간 정도 빼준 뒤 2-30분 바글바글 끓여 핏물을 굳혀준다. 이걸 찬물에 다시 헹구며 가위로 지방을 손질 한 뒤, 키위와 생강 맛술을 넣고 30분 정도 끓인다.

고기를 끓이는 동안 양념을 만든다 배와 양파를 블렌더에 갈아 곱게 거른다. 간장과 머스코바도, 매실액, 물엿, 마늘, 후추 등을 넣고 잘 섞은 뒤 끓는 갈비에 부어준다.

귀찮지만 배와 양파를 갈아준 양념은 설탕범벅의 양념과는 다르다

20분 정도 더 끓였을 때 좋아하는 야채를 아낌없이 넣어 40분 더 끓인다. 야채는 고기보다 늦게 넣어야 뭉개지지 않고 살캉하게 씹히는 정도로 익힐 수 있다. 야채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주면 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된다.

이렇게 꼬박 두 시간이 걸려 완성한 갈비찜은 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맛이었다. 설탕보다는 과일과 야채로 단맛을 내 끈적이지 않고 깔끔한 양념맛에 결이 살이 있어 부드럽지만 잘 씹어지는 고기는 완벽하게 취향에 맞아떨어졌다.


무언가 마음에 쏙 들지 않을 때, 선택을 잠시 뒤로 미뤄두고 내가 바라는 것에 촉각을 기울인다. 그렇게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이만하면 됐어’ 식의 합리화인지 구별할 수 있다.


그렇게 내 안의 소리를 경청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선택지는 없는지, 내 선택이 최선인지와 같은 고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해방감, 자유는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가꾸는 데 쓸 수 있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더 나음’을 탐색하며 두리번거리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에 확신을 갖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한 이는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으며 진짜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별할 수 있다. 다수가 납득하지 못할 선택을 할지라도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선택한다면 원망도 후회도 없다. 미련 없이 앞으로 에 전념할 수 있다.


그러니 많은 경험을 하여 나를 알아가고 세상의 말에 휘둘리지 않을 나를 만들어 가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없지만 가장 큰 행복은 사회성안에서 나다움을 찾을 때 느낄 수 있다. 나의 개성이나 가치관, 성격을 사회성이라는 미명아래 억누르지 말기를. 각기의 재료들이 결코 망가지지 않고 개성을 살려 이토록 훌륭한 갈비찜을 만들어 낸 것처럼.


https://youtube.com/shorts/u0omwIQZPZk?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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