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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입냥이 Aug 09. 2023

예쁘게 담은 한 그릇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다고요?

내겐 조금 특별한 플레이팅의 의미

나는 플레이팅에 재능이 없는 편이다. 음식 맛은 주변인들의 평에 의하면 괜찮은 것 같은데, 맛에 비해 플레이팅이 항상 아쉽다.

15도쯤 비뚤게 놓인 음식, 아무렇게나 풀어헤쳐진 면발, 일정하지 못하게 뿌린 소스 혹은 접시 가장자리에 묻은 옥에 티 등등 매번 다른 각기의 이유로 내 플레이팅은 2프로가 아닌 20프로 정도 아쉬웠으며 ‘맛만 있음 됐지 뭐!’라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뭉갰다. 내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참 무색했다.


이런 플레이팅에 대한 얄팍한 생각을 바꿔준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자기 사랑의 실천이다. 그렇다, 그놈의 자존감.

'이렇게 하면 자존감이 올라가요.' '저렇게 하면 나를 사랑할 수 있어요' 수많은 자아존중에 관한 담론이 오가는 요즘이지만 나는 아직도 그들의 말이 참 공허하다. 나를 사랑하기보다 미워하는 게 익숙한 나는  스스로가 밉거나 한심할 때마다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곤 했다. 가령 술을 왕창 마신 달지, 폭식을 한다던지, 어디론가 훌쩍 가버린다던지.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저지른 후에는 나는 나를 사랑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끔찍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악순환에 빠졌다. 더 이상은 이런 불쾌함을 견디기 어려웠다. 반복되는 기행을 멈추고 싶었다.


나의 지난 과오들은 모두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거나 사랑할 줄 몰라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를 아끼지 않아서 어울리면 안 될 사람과 어울리며 상처를 입고, 나를 해칠 것들을 먹고 마셨으며 시간을 허비했다. 그로 인해 얼룩진 시간들이 나를 사랑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어느 문장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이 작가에 따르면 가장 쉽게는 좋아하는 음식을 예쁘게 담아 먹으면 된다는데. 반신반의하며 오늘은 일단 내가 좋아했던 서**쿡의 새우볶음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먼저 야채를 손질해 준다. 마늘, 양파, 대파, 버섯 등 보통 볶음밥에 넣을 야채는 가리지 않지만 이 볶음밥은 다른 건 몰라도 파프리카는 넣어주도록 하자. 빨갛고 노란 파프리카의 색감과 맛이 그리운 식당맛이 나는데 큰 몫을 한다.

달큰한 파프리카의 맛이 짭짤한 양념과 잘어울린다.

마늘을 팬에 볶아 기름을 내주고 잘라놓은 야채와 새우를 볶는다. 새우를 볶을 때 미림을 넣어주면 잡내를 잡을 수 있다.

냉동된 밥이나 아직 레인지에 돌리지 않은 햇반 등 푸석한 밥을 넣어 함께 볶다가 각종 양념을 넣어준다. 간장을 태워주고 굴소스와 데리야끼, 치킨스톡을 넣어준다. 불맛을 내고 싶다면 화유 조금과 토치를 이용하면 완벽히 파는 맛의 재현이 가능하다.

짤주머니까지 사용해 장식해 본 볶음밥. 10%정도 더 예뻐진것 같기도.

토핑으로 계란프라이를 올리고 마요네즈와 파슬리로 장식한다. 아무렇게나 먹던 시절의 나였다면 프라이팬째 먹었을 테지만 먹기 좋게 담기로 결심하였으니 최대한 예쁘게 먹어본다.


예쁘게 차려 먹으니 마법처럼 자기애가 샘솟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아름다운 식사를 하게 되어서 기쁜 마음이 컸고 기분이 조금 좋아진 정도랄까.

나를 위한 잘 차린 이 식사들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진정으로 나를 좋아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https://youtube.com/shorts/_gw-mGZP00A?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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