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입냥이 Jan 25. 2024

결국엔 알리오 올리오

결국은 단순한 맛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어

튜닝의 끝은 순정이란 말은 요리에도 적용된다. 짧은 요리인생이지만 요새 느끼는 바가 있다. 가장 찾게 되는 맛은 심플하고, 담백하며 간단한 맛이라는 것. 집밥의 핵심은 다층의 맛의 레이어도 아니며 자극적이고 꽉찬 맛도 아니다. 깔끔한데 계속 생각나는 맛. 파스타로 치자면 알리오올리오쯤 되겠다.


알리오올리오는 파스타 세계로의 입문이다. 조리법이 간단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파스타들의 베이스가 되기 때문이다. 가령 알리오 올리오에 명란을 더하면 명란오일파스타가 되며, 성게알을 더하면 우니파스타가 되고, 바지락을 넣으면 봉골레가 탄생하는 그런 것이 바로 이 알리오 올리오다.

알리오올리오 베이스의 우니파스타


알리오 올리오는 누구나 한번쯤 맛보았을 익숙한 파스타지만 재료가 심플한 만큼 좋은 재료를 쓰지 않거나, 몇가지 중요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훌륭한 맛이 나지 않는다.

첫째로는 마늘은 태우지 않을 것. 마늘 향이 올리브오일에 충분히 베도록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준다. 마늘은 타면 쓴맛이 나기 때문에 노릇한 색을 내서는 안된다.

둘째, 식당에서 파는 맛을 내고 싶다면 스톡을 적극 활용할 것. 심플한 요리는 맛에 공백이 느껴진다면 다양한 조미료를 써보면 원하는 맛을 낼 수 있다. 치킨스톡이나 연두, 조개스톡을 주로 활용한다. 요새는 엔초비를 즐겨 넣는데, 이게 참 요물이다. 한 입 맛보는 순간 느껴지는 비릿짭잘한 맛과 상큼한 레몬즙이 어우러져 묘한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입안에 계속 침이 고이는 맛 이랄까. 명란파스타의 상위 버전쯤 되겠다.

마지막으로 만테까레(유화)를 충분히 해주면 기름이 겉돌지 않고 착 붙는 식감의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 수 있다. 만테까레란 오일과 전분물이 만나 걸쭉한 식감을 형성하는 것으로 파스타의 식감을 크게 좌우하는 과정이다. 불을 끄고 면수 한 국자와 올리브오일 두어바퀴를 두르고 웍질을 해준다. 이때 좋은 품질의 초록빛 햇올리브유를 쓴다면 약간의 푸릇한 맛이 더해져 금상첨화다.

만테까레를 성공한다면 국물이 면에 착 붙게된다

알리오올리오에 관한 한 글이 생각이 난다. 가장 단순한 것이 결국엔 정답이라는 취지의 글이었는데, 생각이 복잡하다거나 많다거나 하는 것들은 결국 생각이 과정중에 있기 때문이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결론에 다다랐을 때의 모습은 간단명료하다는 경험은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세기의 현인이라는 사람들의 표정 역시 어린아이처럼 단순하다나.


'복세편살'을 위해 집에서 만든 단순한 요리부터 즐겨 먹어보자. 내가 먹는 것들이 나를 이루고 나를 위해 요리하는 경험이 쌓여 나를 사랑하는 데 보탬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 예쁘게 담은 한 그릇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다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