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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bu Feb 09. 2024

셋이 떠난 여행

초딩 둘과 유럽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


지금 스웨덴에 살고 있다.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유럽에 올지 모른다.

유럽 어디든 비행기를 타고 두세 시간이면 갈 수 있다.


나는 왜 대학생 때 배낭여행을 가지 않았나.

대학생 땐 세상물정을 몰랐다.

원하면 언제든 유럽을 여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고 깨달았다.

대학생 때가 유럽여행의 적기라는 걸


그때는 여름 방학이면

너도나도 배낭을 메고 유럽 여행을 떠났다.

가는 관광지마다 한국과 다를 바 없이 너희들이 그득하겠구나.

천편일률 적으로 떠나는 그런 여행은 하고 싶지 않다.

그 바보 같은 결심은 이후 15년 동안 유럽 근처도 못 가보는 결과만 남겼다.

어리석은 자여,

20대의 유럽 여행이 너의 견문을 넓혀줄 기회였거늘,


하지만 이제 와서 아이들과 셋이서 여행을 떠나자니 쉽사리 마음이 먹어지지 않았다.

혼자 하는 유럽 여행을 갈망했다.

한없이 어리석은 자여,


자, 정신을 차리자.

2023년 6월, 내가 처할 현실은 이러했다.


여름 방학은 2달이나 되고

남편은 나에게 일에 찌든 얼굴로 말했다.

나는 이번 여름휴가를 1박 2일로 갈까 해.

오시기로 한 친정 부모님은 미안한 듯 이야기하셨다.

우린 올해는 아빠가 갑자기 바빠져서 못 가겠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나는 셋이 떠나는 유럽 여행을 마음먹어야만 했다.

 

아이 둘 데리고 하는 여행엔 결심이 필요했다.

여행기간 동안 혼자 온전히 아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

만약 위기 상황이 닥치면 남편 없이 혼자서 일단 대처해야 한다는 부담감,

이런 걱정들로 차일피일 미루던 여행 계획은 한 동생의 말에 힘을 얻었다.


갈 수 있어요 언니! 런던을 셋이서 왜 못 가요. 런던은 여행하기 쉬워요!

그 친구는 작년에 6살 8살 남매를 데리고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했다.

음, 야무진 친구구먼,

나는 거기에 비하면 한없이 나약하지만 용기를 내어 보기로 했다.


지난해 여름, 봄 학기가 끝난 바로 다음날,

우리는 아침 8시 비행기로 런던으로 향했다.

상쾌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남편이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나는 살짝 긴장했고 차에서 내리면서도 다시 한번 남편에게 물었다.


"나 괜찮을까? 잘할 수 있을까?"

"그럼."

엄마의 초조함을 알 리가 없는 아이들은 그저 둘이 티격태격하고 떠들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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