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월안 May 09. 2024

엄마의 그릇

고향집에서 풍기는 엄마 향기



엄마가 이승의 끈을 놓으신지

2년이 지났는데도

고향집에는 구석구석 

엄마의 그릇이 아직 남아 있다

애지중지 아끼던 놋그릇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허드레 그릇까지

끝도 없이 버리고 없애도

종갓집 종부의 삶이

녹록지 않았던 것처럼

고향집 곳곳에 엄마 향기가

아직 남아 있다


숱한 상처를 두른 불그죽죽한

그때는 고무다라이라고 

이름 붙여진 묵직한 그릇

갓집 대소사에서 많이

쓰임이 있던 그릇이다

고무다라이가 수명을 다 했는데도

아직 거기에 있는 것은

고향집을 지키고 사는

남동생의 무던함과

남은 형제들이 한 번씩

고향집을 찾을 때

엄마의 향기를 기억하라는

동생의 깊은 배려였을 것


세월이 아무리 변하고

새것이 좋아도

고향집에 엄마 내음을

그대로 두는 것은

엄마 향기를 아직 지우기

싫어서 일 테고

헌것이 있기에 새것이 있는 것처럼

시간이 길게 묻어있는 가치 존재는

왠지 진리가 숨어 있는

진하게 풍기는

세월이 주는 향기 같은 것이다


아무리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어도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기는 것처럼

이제는

눈에서 멀어지는 것들 투성이다

남은 향기는 점점 옅어져 다.






매거진의 이전글 북한산을 오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