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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Oct 17. 2024

중년의 바람

바람을 피우고 있는 그녀의 남편




   함께 글을 쓰며 모임을 하고 있는 여인이 커피 한잔을 하자며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에는 그녀의 한숨소리 들린다.

"무슨 일 있어?"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우린 예쁜 커피숍에 구석진 자리에 마주 앉았다.

바닐라라테 커피를 반쯤 마셨는데도 긴 침묵만 흐를 뿐 별 말이 없다.

뭔가 고민이 가득하다.

사람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몸으로 나타나는

초조하고 불안한 이 주변을 감싸는 것처럼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어"

"젊은 애 하고 바람이 났어"


   예상치 못한 이야기라서 순간 당황을 했지만 얼른

표정을 가다듬었다.

나직하게 얘기하는 그녀가 많이 지쳐있음이 느껴졌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그 사람에게 기울어지고

는 것이다. 기울어지지 않고 뻣뻣하게 사랑할 순

없다. 그 기울어진 상황과 원인을 찾으려고 그녀는 애쓰는 듯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흔한 불륜 스토리를 그녀는 담담하게 꺼내놓았다.

아주 젊은 여인과의 바람이라는 것이 용서가 안되었던지 그 얘기를 하면서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정신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럴 때는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토닥토닥 들어주는 수밖에 없다.

남녀의 바람이 그러하듯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알면서

진실과 쾌락을 넘나들며

짜릿하게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심리가 궁금했다.

하루하루 쌓아 올린 소중한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무슨 용기일까?



   그녀가 하는 말에서 그리 희망적이지 않은 여러 상황들이 말속에 들어있다.

어느 정도 결단을 하고 싶은 마음과

아이들 아빠라서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켜있는 듯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녀의 상황이 애달프다.

반쯤 가려진 커튼처럼 남의 집

바람피우는 이야기를 소설책 읽듯이 듣고 있을 뿐,

도움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 모두가 그녀가 앞으로 감수해야 할 어려운 문제들뿐이다. 용서를 하는 것도

뭔가의 결단을 내리는 것도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닐 텐데

그녀 앞에 놓인 것은 온통 검은 그림자가 뿐이다.



   충분히 공감해 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어

이야기는 원점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이야기들.



   카페를 나오면서 주변에 있는 공원을 걸었다.

맑은 하늘과 청명한 가을빛이 쁘다.

그녀의 검은 그림자가 가을빛에 걷어지듯했다.

"저것 좀 봐~"

"가을 예뻐~"

그녀는 보는 둥 마는 둥 온통 생각에 잠겨 있다.

가을빛에 마른 잎은 예쁘게 단풍 들어가는데 다른

빛깔로 물들어가듯

사람도 별반 다를 게 없는 듯하다.

생각도 마음도 어떻게든 변화하고 변화되는 걸 보면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


   그녀의 남편과 자식을 낳으며 차곡차곡

쌓아둔 소중한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여름 원피스에 주머니에 고이 넣어둔 

연애하던 때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함께 고민하며 삶을 이루던 낡은 가방 속에 웅크리고

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 그녀의 남편과 함께했던 웃음도 울음도

모두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


   세상을 살다 보면 위기가 있다고 하지만 그녀는 지금 폭풍 속에서 비바람을 맞고 있다.

그녀의 에서 완전 바닥까지 추락을 하고

구겨진 감정만 남았다. 하얀 종이 위에 얼룩으로 뒤덮였다.

썰물처럼 닥친 위기에 그녀가 울고 있다.

어럽게 꺼내놓은 그녀의 진심이 가을빛에 위태롭게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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