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대가족 풍경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때

by 현월안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때를 회상하면

그땐 세상이 맑은 수채화 같았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고

종갓집인 우리 집은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던 시절,


아궁이의 불길은
생을 잇는 약속, 정을 지피는 심장이었다

그 안엔 우주처럼 확장되는 사랑이 있었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눈길은
늘 우리를 감싸는 보이지 않는 휘장 같았다


그때는 몰랐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그 따스함이
세월을 넘어 내 뼛속 깊이 남아
나를 살린다는 것을


외양간의 소, 닭,
엄마를 잘 따르던 꿀꿀이 돼지,
들판을 운동장 삼아 뛰놀던 개,
시냇가에 뛰어들어 첨벙거리던 물결,
대가족의 일부였고
풀과 곤충, 뱀과 개구리까지도
삶을 이루는 이웃으로 함께했다


여름이면 원두막 위로 바람이 지나가고
들판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잠든 아이들의 귓가에 꿈처럼 스며들었다
화로 위에서 튀지 않도록 칼집을 낸 밤,
그 향기와 따스한 온기는
지금도

내 입안 언저리에 군침으로 살아 있다


그런 삶 속에서 배운 것은
내 것보다 먼저 내어주는 마음,
불편을 불평하지 않는 진심,
서로를 이해하고 사는 조율이었다


그건 지금도 내 삶의 밑바탕에 남아
나이 들어가는 발걸음을 단단히 받쳐준다


이제는 사라진 대가족의 풍경,
후대는 경험하지 못할 풍요의 빈곤.
책으로는 전할 수 없는,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살아내야만 알 수 있는 그 온기,


이제는
그 시절이 다시 오지 못한다


내 기억 속 대가족은
이제 철학이 되었고,
삶을 버티는 뿌리가 되었다
사랑이 무엇인지 증명하는
영원한 은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