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속 요노(YONO)족의 탄생
최근 뉴스 기사 제목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Z세대를 일컫는 단어, ‘요노족’ 인데요. 지난 10여년간 이어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열풍을 지나, 꼭 필요한 곳에만 지출하는 ‘요노’(YONO, You Only Need One)가 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소비 방식의 변화에는 장기화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Z세대 5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요노와 같은 저소비 트렌드를 좇는 이유에 대해 ‘형편에 맞는 소비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5.2%로 가장 높았고, ‘지출에 비해 소득이 부족한 상황이다’는 응답이 33.2%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 속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장의 즐거움을 위해 소비했던 지난 행위들을 돌아보게 된 것이죠. 이에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즉흥적인 소비보다는, 필요 이상의 과소비를 지양하는 실용적인 요노 소비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Z세대의 저소비 트렌드를 겨냥해, 최근 유통가는 ‘초저가 제품’을 적극 개발하며 실속형 소비를 추구하는 요노족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홈플러스가 출시한 초저가 맥주 ‘타이탄’은 500ml 한 캔에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 7만 캔이 모두 매진되는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오리온은 기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던 66g의 포카칩을 50g로 줄이고 가격을 1,000원으로 책정해 소비자들의 실속 있는 구매를 유도하기도 했죠. 업계 관계자는 “1,000원짜리 제품은 부담이 없다 보니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상황이어서 향후 관련 제품 라인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요노족의 저소비 트렌드에 맞춘 기업의 전략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파악해볼 수 있겠네요.
한편, 요노족 증가의 배경은 비단 경제적인 요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꼭 필요한 곳에만 소비하는 요노 소비는 자원 낭비를 줄이고 경제적인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데요. 옷 한 벌을 구매하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택하고, 이왕이면 일회성보다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 이렇듯 개인의 소비 습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자원을 아끼고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요노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노족을 둘러싼 소비 문화, 과연 이점만 존재할까요? 전문가들은 요노 소비가 건강 악화와 사회적 관계망 약화, 삶의 질 저하 등의 부가적인 문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회력이 형성되기 전에 극단적인 소비 절약을 지속하게 될 경우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심리적 고립감을 유발할 수 있다”며 “재화를 적절하게 배분해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본인의 형편에 맞게 지출하는 경제적인 요노 소비도 좋지만, 과도한 절약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소비 균형성을 찾는 자세가 중요해 보이네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 새롭게 떠오른 요노 트렌드. 에디터는 고물가가 지속되는 현 시점에서 요노 소비 방식이 얼마나 지속될지, 또 이에 따른 마케팅 업계의 전략은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독자 여러분은 요노 소비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