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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MAGAZINE Sep 11. 2024

[Editor’s Pick] 불교 또 나만 빼고 재밌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불교의 획기적인 변신

©불교신문

매 시즌 화제가 되는 ‘나는 솔로’를 패러디한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 ‘나는 절로’를 아시나요? 에디터는 뉴스에서 이 소식을 처음 접하고 신선한 충격에 빠졌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주선하는 1박 2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인 ‘나는 절로’가 특별한 이유는 사찰에서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기 때문인데요. 참가자들은 명상, 참배, 일대일 차담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현실판 ‘나는 솔로’인 셈이지요. 30대 미혼남녀 20~30명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6월 신청자가 248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Tvn

이처럼 불교는 최근 고루하고 어려운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젊은 세대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요. 부처님 오신 날에는 DJ ‘뉴진스님’이 거리를 뜨겁게 달궜고, 최근에는 대학생 전법 간담회 ‘스불재(스님 불교 재밌어요?)’가 성황리에 마무리되기도 했죠. 에디터 역시 교내 불교 동아리를 통해 참가한 연등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는데요. 도대체 불교는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종교 아닌 문화로


현재 우리나라는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되어 성인 중 무종교인이 63%에 달하고, 특히 젊은 층의 이탈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사람들이 기존 종교의 근엄함과 강제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지금, 불교 행사는 종교라는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문화 행사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서론에서 언급한 사찰 주선 미팅이나 디제잉 행사처럼, 젊은 세대의 관심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이 성과를 거둔 건데요. 단순히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불교에의 관심으로 자연스레 이어져, 올해 4월 개최된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사전 등록 인원이 전년 대비 3배가량 증가해 3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MZ세대의 유입률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홍보활동 덕분에 전체 방문객 13만 명 중 80%가 청년인 이례적인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기성 신자와 관련인만 참가하던 박람회가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불교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로 변모한 것이죠. 


©뉴시스

이에 박람회 측에서도 즐길 거리를 준비하며 젊은 관람객을 반겼습니다. DJ 불경 리믹스 오프닝 파티 ‘극락도 락樂이다’부터, 명상과 차담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고민을 입력하면 AI 챗부처님이 불경에 기반한 해결법을 알려 주는 ‘고민상담소’ 코너까지. 개막 첫날 행사에서는 청년500명이 참여해 건강한 습관과 마음가짐, 스트레스 관리 등 다양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청년 토크쇼가 열려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잘 쉬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의 가치

사찰식 베이커리 ©신세계푸드

고민을 들어주는 AI 챗부처님과 마음가짐 관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청년 토크쇼가 큰 관심을 받은 것에서 눈치채셨을 텐데요. 지금의 젊은 세대는 자기 계발과 정신건강 관리에 민감한 특성을 보입니다. 어학, 운동, 독서에 자산 관리까지 몸이 열 개인 것처럼 열심히 살아도 조급한 마음은 좀체 가시질 않죠. 이에 신체는 물론, 정신과 환경, 감정 등 여덟 가지 요소의 좋은 상태를 뜻하는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자연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피로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역시 등장하고 있는데요. 잡념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명상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다도,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생각하는 채식 식단 등이 유행하며 불교는 또 한 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한국형 웰니스’인 거죠. 


©One O One Architects

MZ세대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명상 프로그램 ‘사유의 방’ 등에 참여하거나, 도시 근교의 절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스님과의 차담을 경험하며 저마다의 평온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한국 불교문화사업단의 조사에 따르면 템플스테이 참가자 51.4%가 20~30대라고 하는데요. 무한 경쟁사회에 익숙한 이들에게 고요한 곳에서 나를 성찰하는 경험은 낯설지만 필수적일지도 모릅니다. 명상 과정에서는 ‘치유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우울감과 중독 성향이 낮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쾌락에 과도하게 빠져드는 ‘도파민 중독’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지금, 쾌락 중독을 다스리는 명상의 유행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불교는 지루하고 생소한 종교가 아니라 친근하고 재미있는 문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나치게 높은 기준에 억눌린 젊은 세대가 편안함,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불교에서 위로와 안식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자극적인 콘텐츠로 쉽게 얻어지는 도파민 말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세로토닌을 찾아 사찰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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