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의류 시장의 놀라운 성장
날이 선선해지며 근처 공원이나 강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주인과 함께 소풍을 나온 강아지들도 많이 보이곤 하는데요. 신발에, 재킷에, 옷과 어울리는 색색깔의 목줄을 매고 있는 강아지들. 사람 못지않게 한껏 꾸민 모습입니다. 주인과 옷을 맞춰 입고 사진을 찍는 강아지들도 있고요. 이제 사람과 강아지는 마치 한 핏줄로 연결된 가족처럼 느껴집니다. 인간의 유희가 목적이었던 ‘애완’ 동물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를 의미하는 ‘반려’ 동물로 그 인식과 명칭이 바뀌었고, 올해 1월에는 개 식용 금지법이 이례적인 속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이들을 칭하는 신조어 ‘펫팸족(pet-family)’이 탄생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사회의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반려동물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펫 시장이 2010년부터 매년 2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7년에는 그 규모가 무려 6조 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하죠.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반려동물에게 돈을 아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KB 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전체 반려인의 20% 이상이 월 20~50만 원을 반려동물에 투자하고, 그중 8.5%는 월 100만 원 이상 지출하기도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려견 유치원, 호텔, 스파, ‘강아지 오마카세’ 등의 프리미엄 서비스도 활발한 성장세를 타고 있고요.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는 펫팸족의 너그러운 소비를 겨냥한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겁니다.
다방면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 산업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의류 시장인데요. 최근 패션 브랜드들은 다양한 가격대와 스타일의 반려견 의류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펫’션, 반려동물을 위한 의류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죠. 비교적 저렴한 소규모 기업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까지 펫션 시장에 뛰어들어 반려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루이비통은 400만 원대 반려동물 캐리어를, 구찌와 펜디는 의류와 하네스 등 다양한 품목을 출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널디, 헤지스 등의 브랜드가 펫 라인을 론칭해 일반 남성, 여성복과 동일한 디자인의 반려동물 의류를 선보이며 주인과 반려견이 함께 입는 ‘견플룩’ 유행에 불을 붙이기도 했죠. 이 외에도 유기농 순면으로 만든 고급 강아지 의류를 판매하는 루이독 등 반려동물 의류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펫션’ 전문 브랜드들은 일반 의류 브랜드와 차별화된 현장 경험을 제공합니다. 기존의 유·아동 매장 인테리어와 유사하게 공간을 꾸며 반려동물과 함께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인데요. 밝은 색상과 곡선형 마감, 반려동물 눈높이에 맞춘 낮은 상품 진열대까지, 반려동물 의류의 주 소비자인 2030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반려동물과 뭐든지 함께하고 싶은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탁월한 오프라인 마케팅인 거죠.
이렇듯 의류 시장을 선두로, 반려동물 사업은 계속 이어지는 경제적 불황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작년 8월부터 동물과 관련된 네 가지 분야를 국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죠. 저출생과 고령화, 그리고 1인 가구의 증대로 반려동물과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꾸리는 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사회적 흐름과 함께 성장하며 반려동물과 더불어 사는 문화에 기여하고 있는 ‘펫션’ 시장,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