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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MAGAZINE Jun 06. 2024

[Editor's Pick] 원영적 사고와 정신승리

그 사이


                                                                                                                      에디터 유규빈 


이미지 출처: lve


지금 온 세상이 ‘럭키비키’ 밈으로 가득 차고 있습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오히려 좋아”, “중꺾마”라는 말의 뒤를 잇는 밈이 등장한 것인데요. 평소에도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가진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초긍정적 사고방식에서 유래된 밈입니다. 장원영은 작년 9월, 아이브 공식 유튜브 채널의 ‘원영 인 스페인’ 브이로그 영상에서 스페인의 한 빵집을 찾았습니다. 장원영은 이 빵집에서 바로 막 소진되어 버린 빵을 보고 실망하기보다, ‘완전 럭키다’ 하고 웃음을 지어냈는데요. “앞사람이 제가 사려는 빵을 다 사 가서 럭키하게 제가 새로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라고 말하며 활짝 웃어 보였습니다. 바로 자기 앞에서 빵이 소진되어버렸기 때문에, 갓 나온 빵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럭키’라고 표현한 것이죠. 


이에 많은 젊은이들은 “역시 난 럭키00”라며 ‘원영적 사고’를 일상생활에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정적인 소식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는 사고방식이 아닌, ’물이 반이나 남았다.‘는 화법을 쓰면서 말이죠. 또한, 이를 GPT 모델에 적용한 ’원영적사고 GPT‘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사용자가 텍스트를 치면 장원영식의 긍정적 사고로 전환시켜주는 챗GPT 확장 프로그램입니다. 제작자는 무료 버전의 원영적 사고 GPT까지 제작하여, 각종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언론에까지 방방곡곡 소개됐는데요. ”완전 럭키비키잔앙“, ”완전 럭키비키잖아“ 등으로 답변의 마지막이 끝나는 재미가 특징입니다.


이미지 출처: '원영적 사고 챗 지피티' 실행용 캡쳐본


사실 에디터는 이 밈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무척 당황했습니다. 에디터는 마냥 낙천적인 사고를 지양하는 편인데요. 평소에도 긍정적인 사고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그런 것 같네요. 동시에 왜 이 밈이 유행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원영적 사고와 같은 초긍정 사고방식이 과연 정말 도움이 될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두 의견으로 나뉘는데요. 임명호 단국대 심리 학과 교수는 긍정 심리학 관점에서 원영적 사고는 사회와 개인 모두에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적극적으로 스스로 행복을 추구했을 때, 코티졸(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면역력이 향상됨과 동시에 교감신경도 안정된다고 합니다. 또한, 지금 젊은이들은 비록 조금은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는 말이라도 긍정적인 말을 뱉고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극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몇몇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초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질 때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자신의 기분 탓이나 마음가짐 정도로 바라보게 되거나 갖가지 핑계를 대며 현실을 회피하는 ‘자기불구화’로 빠질 수도 있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현실을 인지한 다음, 마냥 낙관적인 ‘환상’에 매몰되지 않는 선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사고방식이 훨씬 건강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다행히도 원영적 사고는 오로지 긍정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것은 회피하고 거부하려는 ‘해로운 긍정성(toxic positivity)’과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원영적 사고는 상황을 명확히 인지한 후에 부정적인 모든 것들을 긍정적인 결과에 이르는 원인 또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영적 사고는 정신승리와 비슷한 사고로 느껴져 몇몇 사람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에 장원영은 그런 유사한 느낌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순 없지만, 정신승리의 경우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도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해석해 버리고 끝내는 경향이 있다면 원영적 사고는 정신승리를 넘어 ‘진정한 승리’에 이르는 데 있다며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습니다. 

이미지 출처: 엑스(구 트위터) 갈무리



자,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요? 이런 원영적 사고가 마냥 현실을 모르고 살아가는, 어린 아가씨의 밝은 행동이라고 생각이 드시나요? 에디터는 다시금 마음을 되잡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큰 고통이 찾아왔음에도 잘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의 모든 원인 안에는 긍정적 사고가 먼저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현실을 직시하고 나를 채찍질해서 발전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한계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정도의 고통은 제 주변에 존재하는 긍정적, 원영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 덕분에 버텼던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Broivn_Y


어쩌면 이런 ‘원영적 사고’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기다움’, ‘나다움’이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처한 환경, 나를 둘러싼 사람들, 나의 능력을 마냥 탓하지 않고, 인정하고 낙담하지 않고 배우면 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면 된다는 사실을요. 내가 좋은 생각을 해야 좋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고, 곧 그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마냥 나를 채찍질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살아가기에는 우리의 에너지 용량이 부족합니다. 힘든 순간은 인생을 살면서 계속해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를 혼내기만 하지 말고, 나에게도 ‘럭키비키’가 찾아올 수 있다고 믿는 건 어떨까요. 그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그것이 럭키비키입니다. 원영적 사고, 같이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완전 럭키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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