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MMA MAGAZINE Jun 27. 2024

[Editor’s Pick] 지속 가능한 식탁을 위해

못난이 농산물의 근사한 변신


때 이른 무더위가 지속되는 지금, 시원한 수박과 상큼한 복숭아를 당장 한입 베어 물고 싶지 않나요? 온전히 자기 철을 맞은 과일을 마음껏 즐기는 것은 사계절을 지닌 우리의 특권 같습니다. 우리가 제철 식품을 찾는 이유에는 맛과 영양성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요. 제철 식품은 계절에 따라 생산량이 많아서 가격이 저렴하고, 운송비ㆍ온실 비용 등을 아낄 수 있어 환경 보전에도 유익하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최근 폭등한 과일값으로 인해 선뜻 여름 제철 과일로 더위를 식히기가 망설여집니다.

© 어글리어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과실(과일)의 가격은 전년보다 39.5% 올랐으며, 올해 2월부터 4개월 연속 40% 안팎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는 수입량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효과는 단기적인 수준에 그칠 뿐입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으로 ‘리퍼브’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리퍼브란 ‘새롭게 꾸민다’는 리퍼비시(Refurbish)의 줄임말입니다. 리퍼브 상품은 구매자 단순 변심으로 반품한 제품, 약간 흠이 있거나 색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제품, 전시용 제품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사용감이 있는 중고 제품이 아니며, 새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관련 시장이 성장하면서 리퍼브 상품이 가구나 대형 가전에 국한되었던 과거와 달리 육아, 홈인테리어 용품부터 애견, 캠핑 용품, 신선식품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 속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효율적인 소비문화가 확산하며 리퍼브 상품은 인기 아이템이 되었죠. 가성비를 추구하며 합리적인 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그들을 만족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는 대안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Intermarche


그중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푸드 리퍼브(Food Refurb)’는 매끈하지 않고 흠집이 있는 외관이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을 새로운 상품으로 유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무슨 상관이야?" "흉측한 오렌지? 예쁜 주스가 되는걸?” 2014년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 '엥테르마르쉐(Intermarche)'가 내세운 문구입니다. ‘이상한 농산물’ 캠페인을 통해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농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못난이 농산물을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략은 크게 성장했고 ‘못난이 농작물’ 열풍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소비자는 일반 농작물보다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과일을 구매할수 있으니 이는 효율적인 소비로 평가되었죠.

© 어글리어스

최근 못난이 과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플랫폼들도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글리어스'는 지역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정기배송 서비스로, 단순히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폐기되는 농산물로 인해 발생하는 식량 및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어글리어스는 2021년 서비스 출시 3년 만에 연평균 291%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였으며, 올해 1분기 웹사이트 회원 수와 정기배송 구독자는 25만명, 7만 7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5배, 2배 늘었습니다. 어글리어스의 가장 큰 특징은 소분과 친환경입니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감자 1개, 양파 2개, 당근 1개 등 7~9종의 제철 채소를 소분 단위로 담아 배송합니다. 모두 무농약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 공수해 온 친환경 채소를 먹을 만큼 배송해 환경보호에 일조하죠.



© 예스어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이 한 해 13억 톤으로, 전체 농산물의 30%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정도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연간 6000억 원의 처리 비용이 들고,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단지 외관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되는 농산물이 기후 위기로까지 이어지는 것이죠. 이때, 전 세계적인 못난이 농산물의 열풍은 음식물 쓰레기 절감 효과로 이어지기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시에 지속 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서 푸드 리퍼브는 소비자의 가심비까지 만족시킵니다. 업계는 합리적인 소비와 친환경가치 소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리퍼브 상품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리퍼브가 잠깐의 소비 트렌드가 아닌 환경을 위한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소비층의 꾸준한 실천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지속 가능한 식탁’을 위해 오늘 저녁에는 못난이 농산물을 근사한 요리로 변신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가의 이전글 [Editor's Pick] '듣는 효율성', 팟캐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