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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희 Sep 14. 2023

보이는 것 VS 보이지 않는 것 (3)

보이지 않는 것, 영원한 가치, 진리에 대한 향수

여고 때, 체육시간을 마치자 점심시간이었다. 몆몇 겁 없는 친구들이 교문 밖 분식 가게서 떡볶이, 김밥, 어묵국을 먹다가 생활지도 선생님께 걸렸다. 선생님은 걸린 학생들을 복도에 꿇리고, 큰소리로 나무라셨다.

" 이 녀석들! 그 꼴로 교문 밖을 나가다니,  너희가 입은 체육복은 내복이나 같아, 이 무슨 망신이야! " 선생님께서는 규율을 어기고, 하교 전에 교문 밖에 나간 것보다 체육복을 입고 나간 것을 더 강하게  나무라신 듯하였다.

귀가하여 , 어머니와  선생님의 말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미소로 내 눈을 들여다보시며 나직한 음성으로 조곤조곤 이야기하셨다. 귀한 것을 함부로 내돌리지 않듯이, "여자의 몸은 귀하고  아름다운 것으로서 , 네 사람(신랑)에게 보이는 것이란다. 옷매무새, 행동거지를 가려서 해야 하고, 조심하라는 말이다"•

며칠 전, 우연히 방송의 날 시상식을  TV를 통해 보게 되었다. 연말에나 볼 수 있음 직한 광경에 의아해하며 시청을 하게 되었는데, 어김없이 남녀 진행자들은 정장차림이었다. 여성 MC는 드레스를 입었는데, 언제 흘러내릴지 보는 내가 조마조마했다. 왜 저토록 불편한 드레스를 입어야 할까.  예전부터 각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에서  흔히 보았던 광경. 얼마나 잘 어울리고,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지 느껴 볼 사이도 없이 , 의상을 주체하지 못해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게 느껴졌던 시상자와  수상자들, 기울였을 정성에  비하면 , 그리고 분위기에 비해 답답했던 행사장이라 느껴졌다.

 


우리 얘들은  부모와 40년 차이가 난다. 계속해서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섞여 살아왔건만, 간혹 당황하고, 오해하고 소원해질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 몰라서… "라는 말을 쓰기 싫다. ' 남편의 병세를 미리 알았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몰라서 그리 보낸 것이다'라는 자책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 세대를 알고자 노력했다. 이해하는데 도움 되는 각종 매체를 접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 MZ 세대는 대체로 디지털 네이티브로 , 자본주의와 친화성을 가지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중시하고, 유연한 대인관계를 원하며, 개인주의가 발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 개인주의가 기성세대와 가장 뚜렷한 차이가 있는 점이다. 대부분 "나는 나야! ", 하며 살아간다. 극소수는 이타성이 앞서 가지만, 대다수는 자기 자신에게 더 많은 초점을 둔다. 남의 눈치를 덜 보고  자신의 의견과 선호를 당당하게 주장 및 추구하는 편이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당연히 친숙해 오던 것도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면 눈치 보지 않고 질문한다. 관습처럼 따르던 방식도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여럿이 해야 한다고 믿어왔던 것도 내가 좋으면 혼자라도 기꺼이 즐긴다. 남들은 분명, "요즘 아이들 같지 않다"라고 칭찬하는데, 내가 볼 땐 영낙없이 이 세대를 살고 있는 MZ, 우리 아이들이다.

  

 

가을 학기가 시작되고, 집 근처 H대에서  동양화 강좌를 수강하게 되었다. 글과 그림, 음악 등의 근원은 같을 것이라고 어릴 때부터 생각해 왔었기 때문에 , 아들이 등 떠미는 힘으로 수강신청을 했다. 첫 강의를 듣고 , "포스트모더니즘" 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글도, 그림도, 세태도 형식과 기존의 것을 거부하려고 몸부림하고 있음을 무지한 나도 느낄 수 있었으니….  ENFJ를 의심할 정도로 심기가 불편하고, 골이 났다. 애먼 돌멩이라도 차버리고 싶어지는.


이 개인주의와 포스트모더니티로 지어진 패션세대에 대해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 패션의 본질은 보이는 것이다. 속된 말로"뽀다구"다.

옷을 갖추어 입는 것은 사회생활의 기본적 예의고 통념이다. 한편으론 나를 존중하는 행위고, 또 개성의 발현이다. 첫인상의 결정요인도 되고, 타인과의 교감으로, 오늘의 기분과 마음가짐을 전달할 수 있다. 여기에  약간의 사회적 강제성과 규범이 도입된다.   '사회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직장, 교회, 공연장, 레스토랑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적합한 복장을 요구하기도 한다. 상황과 장소에 맞지 않게 입는 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의 결여가 될 수 있다.

식사예절처럼 패션에도 약간의 에티켓이 필요하다.  흔히 드레스 코드라고 부른다. 남녀가 옷을 다르게 입는 것부터 , 다른 문화권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 것을 망라한다. 이는 문화적 , 종교적 정체성을 의미하고 사회적 메시지의 전달이기도 하다. 개인의 태도나 지위, 직업까지도 표현한다. 드레스 코드에는 다소 민감한 부분이 있다. 편하다고 막 입거나 또는 반대로 지나치게 주목받게 입는 것도 실례다. 유행하는 트렌드가 꼭 자신과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과시는 불필요하지만 안목은 존중받는다. 무엇보다 패션이 사람을 컨트롤하게 하지 말고 사람이 옷을 입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귀족들이 그랬듯이 하루에도 옷을 몇 번 바꿔 입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말하는 T.O.P.(Time, Occasion, Place)에 맞추어 의상으로 격식을 차리고 스타일을 갖추는 행위다. 1970년대, 비행기 탈 때 정장차림, 음악회, 야구장 갈 때도 정장이었다 21세기 들어오면서 사라졌다.

*이탈리아를 방문해 보면 밀라노나 피렌체와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옷을 매우 잘 입는 것을  알 수 있다. 옷차림으로 쉽게 현지인과 관광객을 구분한다고도 한다. 이런 경향은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의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깨끗하고 잘 조화된 옷을 입은 세련된 사람들이 거리에 넘친다. ' 거울 앞에서 5분 이상보내지 않은 것 같은' 자연스러운 연출은 파리지엔느의 감각을 대변하는 표현이다. 운동복이나 슬리퍼 차림으로 시내를 돌아다니는 일은 없다. 이들은 도시의 경관을 사랑하며 사람도 도시경관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도시의 사람이 아름다우면 도시가 아름답다. 그리고 사람이 아름답게 보이는 데 패션만 한 것이 없다.  옷을 잘 입는 것이 생활화된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많이 탄생하고, 큰 국가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이런 문화가 기반이 된 것이다. 본인이 기분이 좋고, 상대방의 눈과 기분도 좋게 만들고 , 결국 우리의 세상을 예쁘게 만드는 일, 그래서 그 외모를 위한 패션이 수십조의 산업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간혹 커피숖이나 호텔에서 마주치는 멋쟁이 노신사나 잘 차려입은 숙녀들의 모습은 " 멋짐 " 그 자체다. 막 입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패션은 타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표현이기 대문이다. 자신에 맞는 옷과 조화, 거기에 조금 멋을 부려 약간의 액세서리 정도다. 명품을 걸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스타일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스타일은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이다. 구매하고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스타일은  유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안목에서 나온다. *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 스타일은 사람이다 ( Style is Per -son ) "라고 말했다. 옷을 입은 외모에서 어떤 멜로디를 느낄 수 있다면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아니라 '라이프' 안에서 '스타일'을  찾는 것이다. 과시보다  우아하고, 유행보다 세련된 스타일은 나 자신의 기쁨을 위한 투자고 가치다. 그것이 진정한 드레스 코드다.


*  " 요란한 옷을 입으면 옷을 쳐다보지만,  우아한 옷을 입으면 사람을 쳐다본다 "

 


이상의 글에서 읽히는 것을 정리하자면, 보이는 것도 나름의 가치를 지니지만,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는 것이

다.  개성 있게 당당하고 추진력 있는 우리의 보배 MZ 세대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부모세대로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자, 아날로그 네이티브의  향수랄까.  

 

* 고린도후서 4:18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는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


* 이미지 그림 : 출처 | 다음 블로그

*중앙 SUNDAY : 뉴스 |  

   박진배의 POLITE SOCIETY

*다이애나 브릴랜드 ( Diana Vreeland)

    패션잡지 "바자"와 "보그"의 편집장

*코코샤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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