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마인드컨트롤 하기
오늘은 제대로 고립 육아를 했던 하루였다. 아침에는 비가 많이 내려 산책을 나가지 못했고, 낮에는 너무 더워 나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집콕한 하루.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한 지 쉽게 싫증을 내고 징징거리기만 했다. 그런 아기 옆에 있는 나는 스트레스가 극에 도달할 것 같았다. 잘 놀다가도 갑자기 짜증을 내는 아이를 보며 한숨을 푹푹 쉬며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남편의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었지만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널브러져 있는 집을 정리하고, 저녁도 차려야 하고, 육퇴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아기를 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약 5개월 때부터 시작한 이앓이는 도대체 언제까지 하는 걸까? 자다가도 몇 번씩 깨는 아기 때문에 거실에서도 맘 편히 쉬지를 못한다.
더군다나 오늘은 남편이 수련회 준비로 교회를 가는 날이다. 나는 하루 종일 육아 노동을 했지만 저녁에도 이앓이 때문에 울며 깨는 아이를 위해 오늘도 대기조다.
육퇴 후 밥을 대충 차려 먹고 거실에 앉아 혼자서 글을 쓰니 뭔가 처량한 마음이 든다. 나 스스로를 또 연민하기 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 정지우 문화 평론가님이 쓰신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라는 책을 보다가 글을 쓸 때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터져 나올 듯한 비명, 내 안의 요동치고 끓어 넘치는 감정, 나를 금방이라도 휩쓸어버릴 것 같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출해 버리면, 그것은 글쓰기가 아니다. 그저 비명 지르고, 소리치고, 울고 끝나는 일이다.
(중략)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나에게는 끝까지 버티고 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글로 남기는 또 다른 내가 있다. 글 쓰는 일은 그런 ‘또 다른 나’를 점점 더 단단하게 키워나가고, 그를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나가는 일이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정지우
글을 쓰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오늘의 육아와 상황을 생각하면 부들부들, 머리가 절레절레 흔들어질 만했다. 하지만 글을 통해 또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을 보내니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금방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멘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힘들지만 버텨내는 마음과 별것을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그 중심점에는 이 글쓰기가 있다. 글쓰기로 내가 왜 힘들었는지 또박또박 적고 나니 마음이 정돈되고 평안한 마음을 찾았다.
오늘 하루 힘들었지만, 몇 년 후에는 이 글을 보며 ‘저런 때도 있었지’라며 웃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글쓰기야 고마워. 내일도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