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변화와 정말 작은 움직임부터
'출생 미신고 영아' 이슈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전국에서 영아 대상 범죄가 매일같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오늘 신문을 보다가 발견한 이 기사에서는 미혼모가 생후 6일 된 아이를 집에 방치한 채로 3시간 동안 외출했다가 아이가 숨지자 종량제 봉투에 담아 쓰레기 수거함에 버렸다고 한다. 생후 6일이라면 배고파서 응애응애 울다가 지쳐 숨을 거뒀다고 생각하니 그 아기가 너무 불쌍했다. 생후 6일 된 아이를 놓고 외출한 것 자체가 이 아이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아니고서야 설명할 길이 없다.
신문기사 참고: https://www.mk.co.kr/news/society/10779361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 기사를 보고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점점 아기를 낳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어디선가 본 오은영 박사님의 말이 떠올랐다. 오은영 박사님 말에 따르면, 아기에게 엄마란 "생존"이라는 엄청난 존재라고 한다. 9개월을 향해 가는 우리 아기도 여전히 아기띠를 할 때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의 옷을 꼭 쥐고 있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왜 멱살을 잡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멱살이 아니라 생명줄을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줄과 같은 존재를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사람에게 다시 생명을 잃게 되는 참 아이러닉 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범죄가 악하지만, 영아, 유아, 어린이 등 힘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정말 악질이다.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아야 할 아이들이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이 사회가 나쁘다고 생각이 들지만, 한 개인으로서 이 문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생명줄과 같은 존재인 부모가 되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만 버티라고 방목하기엔 너무 가혹하다.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옹호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라, 미혼모나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에게 사회적인 지원과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단순히 '출생통보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출생 미신고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문제를 살피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최근 육아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산책이라는 루틴을 추가했다. 아침에 남편이 출근할 때 나도 유모차를 끌고 함께 나간다. 역 앞 공원에서 산책을 하면 어른들이 말도 걸어주시고,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것이 멋있다며 엄지척도 날려주고 가신 어르신 분도 계셨다. 그럴 때마다 육아를 하는 엄마로서 많은 힘이 되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만 이런 문제에 경각심을 갖는 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아이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임신 중이거나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을 배려하는 정말 작은 움직임부터 필요할 것이다.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던지,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엄마들에게 문을 열어준다던지, 그런 사소한 도움말이다. 실제로 임산부 배지를 달고 다녀도 자리를 양보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는 내 경험을 말하면서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