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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러고 사나?

가족을, 새로이 만나는 청년

by 봄아범


출생을 선택한 사람은 없다. 행성. 국가. 이름. 성별. 부모. 형제. 기질.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찾는다. 내 삶의 이유는 기쁨이었다. 목표를 높게 세우고, 달성하는 기쁨으로 살아왔다. 시험에 100점을 받기 위해 공부했다. 최종 합격을 하기 위해 아나운서 준비생으로 살았다. 원하는 짝을 만나기 위해 소개팅에 나갔다. 현실은 기쁨만 있지 않았다. 64점을 맞은 시험지를 구겨버렸다.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면 세상을 잃은 것처럼 울었다. 이별 통보를 받으면 그녀의 집 앞에서 세상 지질하게 굴었다. 기쁘기 위해 살았던 소년은 좌절하려고 사는 청년이 되었다. 정말 뭘 위해 사는 걸까?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오늘 저녁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였다. 오후 5시부터 담당하는 육아. 힘든 아들을 지원하러 오는 어머니의 저녁밥. 2주를 기다린 오후 7시의 중고 거래. 둘째 임신을 준비하며 신청한 오후 8시의 개인 헬스 트레이닝.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다. 아이와 어머니를 책임지는 것. 그때만 시간이 된다는 물품 구매자. 다른 회원들에게도 인기 있는 헬스 트레이닝 팀장. 다 잘할 수 있었다. 직장일과 육아를 모두 감당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까. 아이가 잠든 늦은 밤. 아내와 고생했다는 말을 건네는 뿌듯함을 기대했다. 정교하게 쌓아 긴 벽돌을 꽂으면 깨끗하게 사라지는 테트리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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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던 소년. 2012년부터 종교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제작하는 남자. 2023년부터 가족과의 기록을 남기는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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