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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뜻은 뭐야?

가족만으로, 충만해진 남자

by 봄아범

등산을 좋아한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탓에 깨끗한 공기가 반가웠다. 해가 뜨기 무렵 숲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정겨웠다. 인왕산 아래에 살았던 아내 덕분에, 주말마다 산에 올랐다. 결혼 후, 신혼집이 아차산과 가까운 것이 고마웠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때면 아내와 함께 능선을 탔다. 새 생명이 찾아왔다. 임신부에게 격한 유산소 운동은 무리였다. 태중의 아기에게도 좋을 활동을 찾았다. 산어귀에 위치한 요가 스튜디오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산전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부부의 휴일 루틴이 바뀌었다. 등산로의 시작까지 함께 산책. 아내가 요가를 하는 50분 동안 나는 등산을 다녀오는 주말. 6개월 정도 지났을까. 출산 예정일 한 주 전, 마지막 요가 수업을 하는 날. 특별히 남편도 체험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몸으로 하는 활동은 자신이 있었다. 산마루를 빠르게 찍고 내려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자세들이었다. 만삭인 아내보다도 동작이 나오지 않았다. 나와 아내의 몸을 얼마나 알고 있었나. 아내의 부은 다리를 주무르며 임신의 고충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하며, 몸의 피로가 풀릴 거라고 믿었다. 임신은 마사지나 음식으로 상쇄되기에는 너무 큰 변화였다. 아내는 온몸으로 달라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 주 후에 새 생명을 만나면, 더 큰 변화를 겪을 그녀였다. 나는 아내를 위해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


아내와 함께 나무자세. 펜데믹 중의 임신, 출산이었기에 마스크와 함께였다. 무슨 자세인지도 모른채 시키는대로 따라한 22년 봄.


아내가 쓰러졌다. 그녀가 다시 일어나는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봄(태명)을 낳고 넉 달쯤 지났을까. 새벽 출근 전에 씻고 나오니까 그녀가 꿈을 꾼 것처럼 말했다.


“자기야. 나 기절했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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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던 소년. 2012년부터 종교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제작하는 남자. 2023년부터 가족과의 기록을 남기는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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