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말을 했을까요?

프롤로그

by 봄아범


이런 질문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생각보다 이 물음에 답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취업을 준비할 때 모의 면접에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실제 면접장에서는 고심해서 답을 골랐습니다. 아나운서로 입사해서 인터뷰를 할 때, 질문지의 마지막은 항상 이 문장이었습니다. 새로운 직장의 지원자로 도전하며 이 질문을 마주했습니다. 면접관이 되어서 긴장이 역력한 지원자에게 묻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뭐라고 답하실 건가요? 우선, 제가 면접장에서 합격한 마지막 한 마디부터 알려드리죠.


누군가를 처음 만나서 대화한다고 생각해 볼게요. 뭐부터 찾을까요? 가까운 곳에 사는지. 좋아하는 음식. 커피나 차. 음악 취향. 인생 영화. MBTI. 결국은 나와 잘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 아닐까요. 그러려면 공통점이 꼭 있어야 하고요. 저와 지원하는 회사는 나이가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원할 때의 제 나이는 스물일곱. 회사는 창립된 지 이십 오 년. ‘청년’이라는 단어로 두 존재가 엮이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난 5월 15일이 회사의 25주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문에서는 25돌을 맞아 ‘청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앞으로 청년인 이 회사가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선배님들이 이곳을 키우는 것처럼, 이제 ‘청년’ 김지현도 함께 키워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면접장을 적당히 울리는 목소리와 면접관들의 끄덕임. 그날의 마지막 한 마디는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동화의 마지막처럼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생각보다 우리는 일상에서 마지막이라고 여기면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발화하는 순간을 만나지 못합니다. 준비 없이 맞는 비처럼 가정, 학교, 직장, 병원에서 후회가 남는 말을 반복합니다. 가장 가까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쉽게 짜증을 내고 학교를 나서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평소와 다르게 어버버 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PPT로 임원 보고를 하다가 말이 빨라지고 자신의 페이스에 말려버리는 경우도 경험하셨을 겁니다. 육아로 지친 아내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못 해 멀뚱히 서있는 적도 있으시겠죠. 그 순간이 우리 생의 마지막이고, 우리가 하는 유언과 같다면 그렇게 있지 않았을 텐데. 저는 아나운서니까 뭔가 다르지 않냐고요? 놀랍게도 앞선 후회는 모두 제가 경험한 것입니다. 저도 여전히 자기 전에 이불을 찹니다. 물론 음성은 다를 수 있습니다. 발음이 더 정확할 수는 있죠. 다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여러분보다 부족한 경우가 참 많습니다. 좋은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독설을 뱉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으. 더 싫죠.


그렇게까지 내 생각을 안 해도 괜찮아.


언뜻 들으면 배려하는 말 같죠. 다만, 어떤 상황에 어떻게 말하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다툰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아내의 휴대전화 케이스를 새로 사서 바꿔줬습니다. 중요한 건 아내가 원했던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럼에도, 아내는 불편한 표정을 보인 게 미안해서였는지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 말하더군요. 그 말에 답으로 내 생각을 안 해도 괜찮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혹여, 굳은 표정을 보여서 내가 불편할까 봐 고마움을 표현하는 거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요. 네. 생각이 참 많죠. 저도 압니다. 칼로 물을 베는 부부싸움 후의 상황은 어떤 말이든 조심하는 게 맞죠. 심지어, 싸움의 원인이 상대방을 너무 분석해서 부담스러웠다면, 더 그래야 했을 겁니다. 아내는 제 말에 다시 압박감을 느꼈고,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아침 공기는 무거워졌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말로 살아가다가, 말로 무너졌다가, 가까운 가족에게 다시 말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현에서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 느리고 꼼꼼하게 연습하듯이 앞선 상황처럼 말을 만들어가는 제 성장과정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소리를 만드는 것부터, 우리의 소리에 담기는 내용과 태도를 담는 법도 함께 생각해 보죠. 이 과정을 마무리한 후에, 부디 당신의 말도 저와 같은 후회가 많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