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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P Apr 11. 2023

갑자기 꺼졌던 라디오가 켜졌다.

삶의 안테나를 세우다.


출근 중 이상한 일이 생겼다. 

요즈음 나에게는 이상한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간혹, 이렇게 꺼졌던 라디오가 다시 켜지는 일 말이다. 


필자는 보통 오전 7시경 차를 타고 출근을 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다.

시동과 함께 자동으로 켜지는 오디오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다소 거슬리게 느껴져 이내 Off 버튼을 눌러 

라디오를 껐다. 


차로 20분이 걸리는 출근길엔 평소와 다름없이

그날 해야 할 일에 대해 정리를 하곤 한다. 

그런데 근래 들어 내 머릿속 생각에 

갑자기 난데없이 휙휙 들어와 한바탕 휘젓고 나가는 

상념들이 있다. 


바로 친구L 덕분이다. 

이 친구는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다.  

필자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같은 과 클래스메이트로 부터 소개를 받았고 

동일 학교 대학원생의 신분이었다. 

그렇게 학창 시절부터 좋은 일, 힘든 일을 함께 나누며,

그때부터 약 15년 정도 지내온 친구이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던 친구처럼

편안하기도 하다. 

내 결혼식의 사회를 맡아 줄 정도이며

나도 이 친구의 웨딩카를 해줬던 관계로 돈독한 편이다.


불과 두어 달 전? 

이 친구는 자신이 최근에 이혼한 사실을 밝혔고

정신적으로 크게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까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필자는 미취학인 두 아이의 육아를 밤낮으로 

도맡아 해야 하는 상황이 지난 3년 동안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를 1년 만에 만나는 상황이었고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에게 풀어놓았다. 


'아 네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나도 애 키우느라 너에게 신경을 못 써줘서 미안하다..'

'그래도 힘내고 다시 일어서. 넌 꼭 잘 될 거야.

그럴 수밖에 없어. 내가 널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 줄 거야.'


이렇게 위로를 했지만 본인이 겪는 고통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면 그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건 

사실이기에 이 친구를 만날 때면 신경을 곤두세워서라도

상처가 될 말이나 단어 조심하고 이쁘게 말하고 표현하고 

격려하고 자존감 높여주는 표현만 골라서 쓰려고 

노력 정말 많이 했다. 

그런데 정말 작위적인 게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서 그렇게 행동했다. 


'내가 널 꼭 잘 되게 만들어 줄 거야'


글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근래 들어 

자연적이지 않은 이상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그런 일들을 통해 초자연은 과연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무엇을 잡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까?라고

삶의 안테나를 기민하게 곤두 세우고 살고 있다. 


세상을 살아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나에게 주어진 어떤 현상이 있을 때 

내가 그것을 의지적으로 다루고 방향성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럼 그냥 놔둬야 된다'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니까'


어차피 현상은 그렇게 흘러가게 되어 있고

그게 못마땅한 내가 그 현상을 거스르려 하기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모든 현상이 그렇다. 

그냥 흘러가게 놔둬야 된다. 


세상에는 리더, 조력자, 이방인(aka 에너미) 이렇게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개인이 직면한 어떤 현상에 있어서 이 세 가지 형태의 인간상은

주변에 항상 드러날 수밖에 없다.

사람은 항상 그 위치에 가만히 존재한다. 

다만 주변인들이 그를 위로 끌어올려 주거나

뒤에서 앞으로 밀어주거나 할 뿐이다. 

반면에 본인을 밟고 올라서거나 

아래에서 본인을 끌어내리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과연 나는 어떤 경우인가? 

그럴 때 자주 어울리는 주변 친구들을 돌아보면 

답이 나오게 되어있다. 

내 주변에 리더나 조력자들로 둘러싸여 있거나

그들보다 이방인들의 숫자가 더 많거나 할 것이다.

인간관계에도 기한이 설정되어 있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관계를 크게 정리하는 날이 

꼭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경조사와 같은

집안일과 개인적으로 축하와 축복을 받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는 일 말이다. 


친구L은 이방인의 수가 더 많은 후자의 경우이다. 

이 친구의 직업은 대학교에 임용된 교수이다. 

최근 이혼의 여파로 힘들어하던 친구는 그의 주변 친구들과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며 본인의 상태를 푸념하고

자책하고 후회하고 온갖 자조적인 형태로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냈을 것이다.

그 뒤에 돌아온 친구의 이야기는 

그렇게 만나고 헤어졌는데, 그 후 괜찮냐는 위로의 말 한마디 

없다는 사실에 자신의 이야기가 술자리 안주거리 밖에 안되었다는 걸

알아채고는 그런 관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친구가 뭐가 문제였냐면,

그의 주변 친구들과 만나서 했던 말과 행동거지, 생각의 형태가

전이되어 그게 나에게까지 흘러들어온 다는 게 문제였다.


'아니, 애가 왜 이렇게 망가졌지?'

'이렇게까지 수준 낮은 표현을 하는 애가 아닌데;;;'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단호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너 솔직히 나 같은 친구 없지? 이 세상에 너 잘되라고

기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 것 같아? 아마 

너희 부모님 하고 나를 빼고 없을걸? 

너는 너 잘 되라고 이야기해 주고 기도해 주는 나를

귀인이라 여기고 내 이야기 잘 들어. 

너 힘들다고 쓸데없이 네 인생에 도움도 안 되는 사람들 

만나고 다니면서 술 먹고 시간 보내고 

너의 행태까지 영향력을 끼쳐서 나한테까지 흘러들어오게 만들 거면, 

그런 관계는 과감히 끊어. 

너 그냥 결혼해서 애 낳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했지?

형이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 줄 거야.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 만나고 다니지 말고 정 혼자 못 견디겠다 하면 

차라리 나를 불러. 네가 나를 필요로 하면 언제든 나갈게."     


그리고 아침에 갑자기 꺼졌던 라디오가 켜지며 흘러나온 노래조차

이 친구를 다시 만나는 날 하게 될 것 같다. 


"노래 제목은 모르겠고 박진영하고 어떤 여가수 듀엣으로

부른 건데 거기에서 그런 구절이 있더라. 햇살이 밝고 

아주 따뜻해서 눈물이 말랐다고 그걸 고마워하더라고,

이렇게 평범한 사람에게는 아무것 아닌 것도 

마음 아픈 사람에게는 고마운 존재가 되는데

너는 지금 얼마나 많은 것들이 고마운 존재가 될지 나로서는 상상이 안 간다. 


걱정 마. 


다 잘 흘러갈 것이고 넌 반드시 잘 되게 되어 있어.

인생 살다 잠깐 미끄러진 것뿐이야.

가슴 펴고 당당하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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