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가을 날을 좋아한다.
세상 쓰잘데기 없다는
가을비가 내린 후의 단풍은
더 없이 좋다
모든 세상
우울한 빛으로 덮은
구름낀 하늘 아래
과하지 않은 환함으로
그곳을 가만히 채우는
물먹은 단풍과 진한 고동의 나무들이
반갑고도 포근하다
뭉클한 고마움이다
모든 곳이 스틸컷이다
그 아래 선 모든 이들의 몸짓과
재잘거림이 사랑스럽다
우리나라 맑은 가을 하늘,
그렇게나 예쁜 것을 놔두고
너도나도 날 좋은 때 맞추어
단풍놀이 가려고 애쓰는 와중에
흐린 가을을 사랑하는
나, 좀 이상한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