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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12. 2023

험난했던 부다페스트 입성

택시바가지에 늦은 밤 숙소 찾기

이번 이동은 내 여행 중 난이도가 젤 높았다.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 이동 경험으로 버스를 타자 하고 플릭스버스를 예약했다. 출발 장소인 프라하 중앙역으로 가니 당연 기차역이라 버스 정류장은 잘 안 보인다. 서너 사람 물어 올라가는데 20킬로 짐가방의 최대 난적인 계단이 나타난다. 가방 두고 올라가서 도와달라니 친절한 아저씨 내려오셔 가방 들어주신다. 그런데 알려준 그기가 아니라 반대쪽이란다. 맙소사~다시 계단 내려와야 하는데 또 도와달라기 민망해서 낑낑 한 계단씩 내려오는데 누군가 덥석 도움의 손길을 보내온다.


세상에나~ 아기를 한 팔에 안은 엄마다. 입을 앙 다물고 내 가방에 힘을 주어 같이 내려준다. 너무 놀라고 감동되어 고맙다 어쩌고 하려는데 말할 새도 없이 눈빛으로만 일별하고 총총히 가 버린다. 나처럼 작은 체구에 가무잡잡한 얼굴, 강한 눈빛에 젊은 나이 벌써 인고를 아는 당당함이 느껴졌다.


나도 힘을 내어 다시 반대편 한 계단씩 오르는데 힘들어 보였던 지 내려오시던 한 분, 가방에 손 떼라며 자기가 번쩍 올려다 주신다. 세상이 정말 아름다운 거 아닌가. 내가 요청하기도 전에 이리 손 내미는 사람들, 누가 뭐래도 세상은 아름다운 거다. 다만 우리 마음이 세상의 밝음과 어두움 중 어느 쪽을 볼 것인 지를 선택할 뿐이다. 그렇게 짐 들어주신 또 한 분은 할아버지셨다.


겨우 정류장이 아닌 버스 팻말이 달랑 서 있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산이라곤 구릉조차 없다. 낮게 떠 있는 둥둥 흰 구름과 초록초록의 풍경, 뭔가가 심겨 있는 깔끔한 프라하 평지는 창틀도 없는 넓은 버스 통창 덕분에 더 파노라마. 평화다.


프라하에서 두 번째 유심사고, 사진정리하다 갑자기 멈춘 폰이 비번을 넣으라는데 뭐든 잘 버리는 내가 비번 적힌 케이스를 통째 버려서 이제는 사진도 못 찍고 시간도 모르는 상태로 폰은 완전 죽어버렸다. 덕분에 그냥 더 편히 7시간을 자다 깨다 풍경만 보며 간다.


부다페스트 도착하기까지 입국심사는 어디서 하나 궁금했는데 국경을 지난 거 같은데도 아무런 검문도 없다. 도착해서 하나 보다 했는데 그냥 내려서도 뿔뿔이 흩어져 가니 여기 passport control 안 하냐라니 그냥 으쓱하며 그런 거 없다 한다. 세상에 유럽은 유럽이구나 싶다. 나중에 알고 보니 더러 버스에서도 하는데 어떨 땐 그냥 국경 통과란다.


숙소주소 메모한 쪽지를 들고 택시를 타러 갔다. 날은 어둑해져 오는데 폰이 죽어있으니 택시어플도 사용할 수 없어 택시정류장 줄 서 있는 택시를 일단 타고 보자며 탔다.  가면서 기사는 김정은이 어떻고 등 너스레를 뜨는데 속으로 말 많은 놈 사깃군, 도둑놈인데 하며 벌써 느낌 안 좋다. 미터기 보니 이미 돌려놓았는지 요금 엄청 올라있다. 눈치로 숙소주위에 와서도 빙빙 돌아가는데 점점 더 악명 높은 헝가리집시처럼 보이는 택시기사가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결국 도착해서 미터기 보이며 얼마 달라기에 일단 트렁크 가방부터 내려달라 하고 내려서 반만 주니 뭐라고 욕을 한다. 나 방값 내야 하고 돈 없다며 돌아서며 속으로 나도 이제 나쁜 넘 한테 욕하는 것도 욕먹는 것도 두렵지 않다며 숙소 건물로 재빨리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 아파트형 숙소이고 내가 늦게 도착하니 직접 열쇠 찾아 들어가라는 숙소 측 메시지를 오기 전 멜로 확인했으나 자세한 기억은 없고 메모해 둔 걸 보며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열쇠가 안 보인다. 폰이 죽어 다시 못 본 멜 내용은 나중에 확인하니 입구 자물통열쇠 비번이 있고 그걸 열고 열쇠를 찾아 현관 비번을 누르고 들어가서 아파트를 찾아가란 소리였다.


암튼 건물 내 불 켜진 두 집 문 두드리니 할머니, 아주머니 둘 다 노우 잉글리시 문 닫아 버린다. 어쩌라고 ㅠㅜ 잠시 네모난 건물 중앙 정원에 앉았다 용기 내어 불 켜진 일층에 다시 문을 두드리니 다행히 영어 되는 동양 아가씨 도와주러 나왔다.


참고로 여기 동유럽 건물은 내게 어마무시하다. 문짝 두께도 그렇고 숙소어플에서 개조된 내부사진만 보고 예약했는데 오래된 건물이라 다른 아파트 입구는 외부에 창살까지 있다. 암튼 이중삼중 보안장치가 되어있는데 폐소공포증이 좀 있는 나는 이거 조차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ㅠㅜ


그런데 친절한 아가씨와 같이 이리저리 찾아도 방 번호도 열쇠도 오리무중이었는데 다행히 건물 내에 숙소주인 지인이 있어 그가 나와 짐도 들어주고 찾아 들어갔다. 열쇠는 건물입구 자물통 같은데 들어있었다. lockbox 안에 있다는 말이 나는 우편함이나 방 앞의 통인 줄 알았고 방 번호조차 달랐기에 찾을 수가 없었던 거다.


여행 떠나 난생 처음 쓴 바가지요금 부다페스트 택시기사, 그리고 야속한 집주인은 프라하에서 내 짐 들어준 두 명의 천사, 애기 엄마와 할아버지로 상쇄하기로 했다. 이렇게 순간순간 마음 털고 가는 게 여행의 마음의 짐 줄이기 이기에 말이다.



아름다운 명물인 부다페스트의 세치니 다리

다뉴브강이 도나우강이라는 걸, 둘 다 같은 것인 걸 여기 가서 알았다

칼에 손까지 베어 서러웠던 부다페스트 숙소에서의 만찬, 아쉬운 것도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 숙소에서 그런 만큼 악착같이 잘 챙겨먹어려 애썼고 마지막날 남은 거 모두 투척 이렇게 산딸기, 블루베리, 생선으로 샐러드 만들어 먹고 냉장고 비우기를 했다!

보이드후녀드성 입구

성 박물관 안에 시골농가 모습이 정겨웠다

헝가리 작곡가이자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리스트와 그의 피아노

몽골처럼 헝가리엔 말이 중요하고 유명하다. 달리며 뒤로 활쏘기~~ 고구려 벽화가 생각나고 유난히 둥그스름한 헝가리인이 동양인과 닮은 듯한 모습에서 우리와의 유전적 공통성도 상상해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대몽골제국 북방유목민족과 섞인 결과가 아닐까로 여겨졌다

벌집 따는 모습이 이전 우리 시골동네 감 따는 모습이랑 비슷한

헝가리 여인의 전통옷엔 이쁜 앞치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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