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는 지금은 좀 줄었지만 한 때 인구 200백만 명이던 중앙유럽의 큰 도시다. 도나우강 서편이 부다고 동편이 페스트로 역사적으로 나뉘어 지내다 이제는 양쪽이 합쳐져 부다페스트가 되었다. 보기에도 부다 쪽은 구릉으로 높아 부다성과 시타델등 요새가 있고 강 건너 페스트 쪽에 그 유명한 국회의사당과 각종 큰 건물과 상가, 대로가 펼쳐져 있다.
트램 타고 어부의 요새를 찾아가는데 그래도 도착지 처음 하루 이틀은 엄청 헤맨다. 빙빙 돌아가다 끊기는 구글지도도 때론 도움이 안 되니 역시 지도는 종이지도다. 트램을 방향 거꾸로 타다 고쳐 타기도 하며 걸어서 물어물어 계단으로 올라갔다. 남들은 편히 가는 길일 건데 가 보니 내가 뒤로 돌아 우회해서 간 거였다. 그러니 관광지 흔히 보이는 몰려다니는 여행객 하나 안 보이니 불안감에 자꾸 물으며 갔다. 다행히 카페테라스 같은데 앉아있는 사람이 많아 묻기는 좋다. 뚜벅이 나 홀로 여행자는 그냥 Excuse me 하루 열 번 이상이다.
그렇게 찾아간 어부의 요새는 강 건너 페스트 쪽의 전망이 펼쳐지고 건물도 아름답다. ‘어부의 요새’란 이름은 지역방위를 위하여 18세기에 어부들이 축조하여 놓았기 때문이라는 설과 옛날에 어시장이 있던 장소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부다성은 13세기 후반 왕의 명으로 처음에는 방어를 위해 건설되었다. 그 후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것을 1950년대에 복구하였다. 구대륙인 유럽나라들이 잘하는 것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지금 현재로 접목하여 최대로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다성은 지금은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 등으로 쓰고 있고 각종 문화행사나 공연장으로도 쓰인다.
헝가리는 세인트 이슈트반이란 왕이 연도도 특이하게 1000년에 헝가리 왕국을 세우고 그 이후로 1946년까지 군주국이었다. 그러니 왕은 건국의 아버지인 셈인데 게다가 가톨릭교회의 성인으로 추대되었기에 이 나라 역사에서 중요하고 국민들에게도 구심점이 되는 듯하다. 그래서 부다페스트 최대 규모인 세인트 이슈트반 성당도 그를 기려 만든 것이다. 성당은 1845~1905년 거의 60년에 걸쳐 오랜 기간 동안 지어졌다. 과연 건물 밖은 웅장하고 내부는 헝가리 붉은 대리석 기둥으로 밝고 화려해 보였다.
유람선을 탔다. 세계 3대 야경이 부다페스트 야경이라는데 그건 아마도 국회의사당의 화려한 불빛조명 때문인 거 같다. 나는 비까지 흩뿌리는 날씨에다 너무 늦게 숙소로 들어가는 것이 염려스러워 7시 투어를 예매하니 거의 환할 때 배 타고 내릴 때 조금 야경을 본 셈이다. 여기는 밤 9시까지 그리 어둡지 않다. 국회의사당 쪽 야경을 제대로 보려면 더 늦은 시각의 배를 타야 한다.
무튼 그래도 배를 타니 즐겁고 비 오니 데크도 못 나가는데 2시간 동안 열심히 연주해 주시는 악사님들로 분위기는 좋았다. 그리고 샴페인, 데낄라 칵테일 한 잔이 나 홀로 여행자의 쌓인 긴장과 피로를 씻어주어 좋았다.
어쩌다 부다페스트에서는 부다성 박물관을 비롯하여 국립박물관, 농업, 민속박물관등 박물관을 4군데를 들렀다. 국립 박물관 못지않게 농업박물관도 흥미로웠고 공원에서 쉬다 마지막에 들렀던 민속박물관도 인상적이었다.
거기서 나오면 멀리 동상이 보이는데 회쇠크 광장이다. 헝가리 역사상 유명한 사람들을 다 동상으로 만들어놓았고 광장은 크다. 돌아오면서 택시를 타고 기사가 골목골목길을 헤치며 오는데 체코 프라하에 비하면 오래된 건물이 비슷하게 아름다우면서도 더 큰 것 같다. 그리고 길도 더 널찍한 느낌이다.
트램은 큰 길로만 다니니 상가와 레스토랑을 주로 보지만 골목은 일반 주택가 같은 건물을 더 자세히 본다. 둘 다 장점이 있다. 택시는 폰이 안 되거나 택시어플이 안 되어 두 번의 안 좋은 경험으로 사기를 당했지만 그냥 어플이 가동할 때는 너무나 편리하다. 그냥 부르면 보통 4- 5분 내로 도착하고 내릴 때는 입력해 둔 카드로 자동결재되어 계산 없이 바로 내리니 너무 편하다. 나중에 얼마 결재되었는지가 멜로도 날아온다.
시민공원에서 초록 속에 헤엄치는 오리도 보며 잔디밭에 두어 시간을 쉬고 나니 안구건조증도 사라지고 살 것 같았다. 잔디에 앉았다 잠시 누워 하늘을 보고 한참 눈을 감았다 다시 뜨니 초록이 더 빛난다. 이것이 진정한 쉼이다.
헝가리 국회의사당은 건국 1000년의 기념으로 지었고 천년이 되는 해인 1896을 상징해서 96미터인데 성 이슈타인성당과 같은 높이다. 이 의사당을 짓는데 10만 명의 인부가 동원되고 50만 개의 보석들, 40킬로그램의 순금이 들어갔다고 한다. 현재까지 헝가리에서 가장 거대한 건물이기도 하다.
국회의사당에서 유람선 타러 가는 방향으로 일명 '다뉴브강가의 신발들'이 있다 해서 찾아가 봤다. 헝가리에 살던 유대인들의 희생을 기린 것이다. 신발은 강가에 벗어두고 시체는 강물에 던져졌다. 이 작은 메타포 하나로 많은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냥 추모관도 역사관도 아닌 신발의 나열이지만 침묵가운데 사람들이 그 만행과 폭력성에 대해서 스스로 자문하고 성찰하는 계기를 주니 말이다.
이렇게 부다페스트는 힘들게 입성했지만 시민공원과 유람선으로 피로를 씻고 가는 곳, 내게 다시 푸근한 기억이 되었다.
성 이슈트반 성당 찾아가기... 구글지도 보며 헤매면서 ㅎㅎ
박물관의 성 이슈트반 왕관, 이 왕관을 계속 물려 쓰고 했는지 여러 번 그림과 사진에도 나온다.
어부의 요새 카페 레스토랑에서 먹은 주스와 헝가리 대표 수프 굴라쉬, 국물을 좋아하는 내겐 안 매운 육개장 같다
부다성 아래 반대편에서 얼굴이 보이는 마리아 상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보는 정경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는 부다성안의 건물
부다성 안을 박물관으로 했기에 두 가지 체험을 같이 하는 듯했다. 일석이조의 박물관과 성 내부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