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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Jul 09. 2024

왼손과 오른손

내가 잘하는 것과 잘 못하는 것


  

한 달에 한번 하는 독서모임이 있다. 복지관에서 하는 데 주로 그림책을 보고 나서 생각 나누기를 한다. 

평균 연령대가 7~80대이니 삶의 체험이 녹아있는 나눔 시간이다. 이제껏  살아보니  나는 이렇더라는 식의 의견이 많다.      


어제는 강사가 ‘왼손에게’란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자신에게 누가 왼손 같은 보조적 역할을 하는지, 아님 큰 힘이 되는 오른손 역할을 해 주는 지등을 물었다. 나는 부부가 서로 왼손, 오른손 역할을 번갈아 가며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오른손은 억울하다. 숟가락질, 글쓰기, 양치질, 머리 빗질 등 살면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은 오른손이 도맡아서 하고 있다. 반면에 왼손은 반지, 시계 등 화려한 것을 독차지한다.
왼손은 핸드크림, 스킨, 로션 등 화장품을 찍어 바를 때 누구보다 먼저 다가와 슬그머니 손을 내민다.
얄밉다. 오른손과 왼손은 겉보기에 다를 게 없다. 앞에서 봐도 똑같고, 뒤에서 봐도 똑같이 생겼다.
똑같이 생겼으나 오른손이 왼손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글 그림 출처 :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1. 왼손과 오른손     


각자 자기 양손을 그리고 오른손에 자기가 잘하는 것과 왼손에 잘 못하는 것을  적어는 시간을 가졌다.


왼손 오른손 각각 잘하고 못하는 일 적어보기



나는 그림 그리기가 어설픈 사람이라 빼뚤빼뚤 내 못생긴 손을 그렸다. 그리고 엄지손가락부터 순서대로 내가 잘하는 것을 적어 넣어봤다. 두 손 다 1번~4번까지는 금방 넣고 새끼손가락에선 잠시 멈췄다가  적어 넣었다.     

내가 잘하는 일 번은 글쓰기다. 글쓰기가 쉬웠어요, 란 말은 글쓰기 플랫폼인 여기서는 욕먹을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재주에 비해 글쓰기가 가장 낫다고 할 수 있다.  타자 속도가 빠른데 생각과 타자가 거의 동시적으로 이뤄진다. 생각이 달아나기 전 그 흐름 따라 속기사처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친다. 

물론 완성된 글은 퇴고 시간까지 포함해야 하지만 일단 초안 draft를 빨리 작성하는 편이다.  

타자 치기 전 구성은 보통 대 여섯 줄로 이런 걸 써야겠다 끄적거려 놓고 시작하면 A4 종이 2~3쪽 글은 금방 쓴다. 자랑이 아니라 이건 내가 다른 일에 비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 오른손 엄지에 글쓰기라 적어 넣었다.      

나는 사주나 운명에도 관심이 많다. 해서 MBTI는 기본이고 별자리, 명리에다 태어난 날짜 수비학에 타로카드에 그 보다 더 심오한 휴먼 디자인 프로그램까지 다 조금씩은 섭렵해 봤다. 그런데 공통점이 스토리 텔링에 관한 재능 부분이었다. 즉 말해서 이야기 소재거리를 잘 엮는 사람이라는 거다. 

글을 잘 다듬어 완성도를 높이는 인내심이나 지구력은 부족할지라도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거다.

사실 나는 평소엔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데 모임자리에 가면 나도 모르게 스피커가 되어 오래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해서 지금은 의식적으로 말 끊기를 하거나 말하는 시간을 나 스스로 정해서 짧게 하고 있다.


일단 오른쪽 첫째 손가락은 자신의 타고난 재능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다른 분들도 나이 상관없이 이렇게 왼손, 오른손을 그리고 열 가지를 적어보면 앞으로 자기 계발을 위해서나 뭔가를 선택할 때도 많은 참고가 되리라 본다.     



나의 두 번째 잘하는 일은 설명하기인데 이는 아무래도 나의 엠비티아이 유형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엔티제 ENTJ  나는 남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직관, 사고형이라 일단 분석 총합을 잘하는 유형이다. 덧붙여 나의 교사 30년 직업경력도 감안하면 뭔가를 요약해서 설명, 전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세 번째 인간관계도 대충 엔티제의 성향으로 설명되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30분 정도 이야기하면 그 사람에 대해 대충 파악을 하는 편이다. 남편이 아래층 이웃님과 한두 시간 막걸리를 마시고 왔길래 무엇하시는 분이냐? 물으니 모른다 해서 웃었더니 화를 내었다.

 나는 남편의 나와 다른 성향으로 충분히 짐작은 다. 혹시나 결례가 될까 해서 상대가 먼저 꺼내지 않는 한 결코 먼저 물어보않는 남편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먼저 나를 오픈해 버리니 상대도 따라서 그냥 자긴 이렇다 저렇다 하면서 대화가 그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니 짧은 시간 안에 깊이도 있는 소통을 하는 편이다. 이 또한 시간적 효율성 극대화를 좋아하는 엔티제의 성향이기도 하다.      


네 번째는 요리인데 웬만한 음식은 먹어보고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 레시피 찾아 바로 만들 수 있다. 다만 귀차니즘과 시간허비를 고려해서 안 할 뿐이다. 그동안 내가 친지들 집 초대를 겁내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이런 점일 거다. 주문할 수 있는 회 같은 품목 외에 샐러드, 고기, 나물등 채소요리는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쉽게 생각하고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목기운이 왕성한 3월에 태어났다. 해서 마지막으로 새로운 것 시도하기는 잘 뻗어나가는 나무 기질 사람들에겐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다.  AI 노래든 카드뉴스든 뭐든 신기하면 바로 해 본다. 그리고 밖으로 먹으러 나갈 때 외식 장소는 아무리 좋아도 가던 곳은 잘 안 간다. 언제나 한 번은 먹어볼 만한 곳이라며 새로운 곳 가기를 더 좋아한다.           




왼손에는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이니까 적어 넣기도 쉬웠다.  나는 음, 박치라서 노래는 이전 노래방 가면 아예 코믹송 버전으로 사람들 흥이나 돋우는 걸로 때웠다. 절대음감인 남편에게 트레이닝을 받아도 감이 전혀 안 오는 음, 박치이니 악기연주도 당연 어렵다 생각하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림도 마찬가지다. 선 긋고 동그라미 치기 조차 내게는 어설퍼기만 하다. 그리고 숫자에 약하다. 학교 때 안 되는 과목이 수학이었는데 반면에 아이큐 검사에서 언어적 재능이 가장 높았다.

여고 시절 친구들은 할배샘반 아니고  총각샘반이라 부럽다 했지만 난 수학이 싫어서인 지  수학담임샘도 싫어했다. 반면에 할배샘이 가래침을 뱉어 가며 수업을 해도 영어 시간은 편하고 그 친구 아버지 샘이 좋았던 걸 기억하면 정말 내가 호불호도 상당히 편향적인 사람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인 지 지금도 살아가면서 숫자를 안/덜 챙긴다. 돈은 있음 쓰고 없으면 안 쓴다 주의니 더와 덜 more and less 차이를 피부적으로 별로 느끼지 못한다.      


운동은 어렸을 때부터 뜀박질이나 남들 하는 고무줄놀이 같은 걸 일절 안 하고 자랐다. 그냥 눈만 말똥거리고 앉아서 남들 하는 걸 구경만 했다. 그래서 지금도 만보 걷기 외 달리 하는 운동이 없고 실내운동인 헬스 같은 거는 폐소공포증이 있어 안 하고 버킷 리스트인 수영도 아직 못 배우고 있다.     

 

마지막 나는 기다림을 못 한다. 예를 들면 퇴직하고  퇴직금으로  주식을 샀는데 처음 하는 주린이는 사고팔고를 기다리지 못했다. 잊고 있다 오늘 주식 한번 해 볼까 하면 그날로 사고팔고 하다 보니 갈수록 돈이 얇아져 나랑은 절대 안 맞는 게 주식이란 걸 깨달았다.  나는 그냥 진득이 지켜보고 오래도록 기다리는 시간을 못 견딘다그러니 주식이나 낚시처럼 그와 비슷한 일은 나랑 맞지 않다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왼손과 오른손이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남비 들 때도 머리 감을 때도 우리는 양손이 필요하다. 서로 우월을 가리거나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화합해서 잘 사용하면 만사형통이다. 함께 하면 좋은 것에 같이 밥 먹기, 웃기, 놀기등이 있다. 그런데 슬픈일 함께 하기가 훨씬 쉽다고 여겨진다. 남이 잘 된 좋은 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보다 사람은 아픈 일에 더 공감을 잘 하는 듯하다. 부러움을 이기는 것 보다 연민이 더 쉬운 그게 인지상정인 걸까. 



2. ‘관계’ 동심원 그리기     


두 시간 연강이다 보니 둘째 시간에 강사님이 인간관계 동심원을 그려보라 했다. 각자 가장 중요한 사람이 중심에 있고 방향과 거리는 개인이 알아서 넣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Central I 내가 중심 태양이고 내가 하는 일 중 제일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 글쓰기라고 적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그 밑에 적어 넣었다.


관계 동심원 그리기


그다음 2번이 남편이고 3번이 좌청룡 우백호로 아들 둘과 며느리, 그리고 가족으로 친정과 시누이들, 그리고 친구들은 지금 만나고 있거나 모임에서 만나는 친구들이다. 그러나 오프 모임이 아니라도 매일 만날 수 있는 sns 벗들도 중요하다. 사실 현실 친구 못지않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편이니까.


그리고 내가 그려두고 재밌게 본 것은 나는 친정이 대구고 시집이 경남이라서 가족과 친구들이 대부분 경상도다. 그래서 수도권, 중부권을 미래 친구들로 보고 사돈댁과 함께 한 방향으로 그려두었다.

물론 영호남으로 전라도를 그려 넣은 것은 내가 지리산별장을 지을 때부터 소를 행정적으로는 경상도나 지리적으로는 전라도가 더 가까운 경계인 곳을 택했듯이 내 마음이 그렇다는 방향성이었다.      



인생에서 집과 차, 옷, 돈 등 ‘사물’이 중요할 것 같지만
실상 인생은 ‘사건’ 중심이요 그 사건 속에 ‘관계’가 있다 본다. 





지금 내 인생에서 나의 인간관계나 하고 있는 일을 이런 식으로 동심원으로 그려보면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관계가 내 중심과 얼마나 가까이 혹은 멀리 있는지 알게 되면 지금 내가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와 시간을 그리 적절히 사용하고 있는가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내가 글쓰기를 중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면서 shorts나 유튭이나 영화 드라마 보기 아님 쇼핑하고 모임, 만남이나 혹 다른 일에 시간을 더 쓴다면 그건 나의 내면적 바람과 외적 활동사이에 갭이 다는 거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동심원 그리기를 했는데 예상외로 칠 팔십 대 분들도 본인이 1번이 많았다. 인생 살아보니 결국 나, 내가 중요하고 결국 내가 온전해야 주위 사람들도 행복하고 편안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리라.

그리고 한 분은 남편이 4위였는데 왜냐면 같이 사는 딸과 사위가 본인에게 너무 잘해주고 그다음이 아들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수강생 6 명중 다 본인이 1번인데 딱 한 사람만 남편이 1번이었다. 그분은 남편이 건강이 안 좋아서 돌봐주어야 해서 1번으로 했다고 변명 아니 설명을 했다. 겉보기에도 현모양처형 외모에다 순종적인 성품이시라 그분에겐 남편 1번이 당연한 거 같았다.      


저녁 먹으면서 남편에게 내가 당신을 아들 둘 보다도 먼저 2번으로 해 주었는데 기분이 안 좋으냐? 했더니 실제 사랑표현은 그리 안 하면서 말로만 그런다고 했다. 나는 맨날 얼굴 보고 같이 사는 사람하고 가끔씩 보는 아들들 하고 어찌 사랑표현이 같겠냐고 했다.      



암튼 간단하지만
이렇게 인간관계 동심원을 그려보니
내 마음속의 현주소가 보이는 거 같아 좋았다.
  
각자 지금 현재 나이에 맞는 관계는
어떤 게 좋을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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