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5일
울란바토르에서 기념탑과 시장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자이승 전승 기념탑은 러시아와 몽골 연합군의 2차 대전 승리를 기념하여 1971년에 세워진 기념탑으로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으니 전망대의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300개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면 기념탑 주변의 경치가 눈앞에 펼쳐지고 울란바토르 시내와 투울강의 멋진 전경을 볼 수 있다. 기념탑 자체는 소련군과 몽골군의 우정을 나타내듯 원형 모자이크화로 장식되어 있는데 기념탑을 돌면 360도로 도시가 훤히 다 보인다. 울란바토로 평균 고도가 해발 1350인데 그 꼭대기에 있으니 꽤 높은 곳이다.
원형으로 된 구조물 형식이나 그 위에 새겨진 모자이크까지 내가 작년에 조지아 카즈베기산에서 본 구다우리 기념탑이랑 넘 비슷했다. 그곳은 러시아-조지아 조약 200주년 기념으로 지은 것이고 이곳은 러- 몽 연합군이 함께 일본군을 무찌른 승리의 기념으로 세운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1939년 몽골과 만주국경 지대 할하강에서 몽. 소 연합군이 일본 최강 군단 관동군을 1, 2차에 걸쳐 무찌른다. 일본군 최초의 패배였던 이 전투에서 사로 잡힌 포로들은 몽골 노역에 동원되거나 대부분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진다. 이를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가 장동건이 주연으로 나온 '마이웨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장동건은 포로로 잡혀 시베리아 수용소로 끌려가고 거기서 러시아군에 입대하여 독일군과 싸우다 다시 독일군 포로가 되어 노르망디에 배치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한 개인의 삶이 국가와 같은 전체적 상황과 맞물려 어떻게 비극적으로 흘러가는지 보여준다. 개인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삶의 수레바퀴는 마치 운명을 느끼게 한다.
자이승 승전탑과 연관이 있는 영화 마이웨이의 포스터
나도 궁금하던 차에 왓챠에서 영화를 찾아보았다. '태극기 휘날리며' 감독이 최대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다. 장동건 역할인 김준식의 상대역으로 나온 타츠오는 일본 청년배우인데 촬영 당시 청년은 아니고 나이가 들었던 장동건보다 신선한 느낌이다. 역시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천하의 장동건도 ㅎㅎ.
암튼 한중일 공동제작 영화에다 내용도 방대해서 그런 지 딱히 영화가 무얼 말하려는 지 초점이 흐려지는 듯하고 뭔가 스토리라인이 딱딱 안 맞아떨어지는 장면들도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무게감, 깊이 이런 걸로 볼 만은 하다 여기며 봤다.
원수 아닌 철천지 원수 같은 일본과 우리의 지배, 피지배 관계, 그러나 전투에서 패하고 둘 다 같이 전쟁포로가 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중간중간에 인간적 복수도 가능한 장면에서 준식(장동건)은 다른 선택을 한다. 어쩌면 용서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단순한 휴머니티 같은 인간적 순수함으로 복수를 안 하고 넘어가면서 그렇게 둘 다 경쟁, 적대관계에서 차츰 화해와 우정모드로 바뀌어간다.
결국 영화가 말하려 했던 것은 중국과 소련, 독일을 거쳐 노르망디에 이르는 12,000Km의 힘든 여정을 함께 겪으며 점차 용서와 우정으로 국적을 초월한 인간애였던 걸까. 사실 결국 국적을 떼어내고 군복만 벗어버리면 단순한 인간, 자연인으로 돌아가니 말이다.
마지막 대사, 그래도 집으로 가야지가 그를 말해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광기 어린 집단 이기주의로 발생시키는 전쟁이 아니라 한 개인, 그리고 가족, 그리고 남는 인간 본성인 따뜻함과 평화에 대한 갈망 이런 것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영화를 보고 난 후 소감이었다.
매년 5월 8일 승전을 기념하는 날, 러시아군 관계자는 지금도 이곳에 와서 몽골과 함께 헌화행사를 한다. 기념탑 안쪽에는 조지아 구다우리 전망대에서 본 거와 그림화법이나 색채까지 유사하게 1917년 러시아 혁명과 1921년 몽골의 독립, 몽골에 입성하는 러시아 혁명군을 맞이하는 모습, 1945년 2차 대전의 승리 같은 장면들이 그려져 있다.
전망대를 돌아보다 탑 위로 비둘기들이 나란히 줄지어 앉아있는 모습을 본다. 불현듯 저 새들이나 우리나 어느 한 시점에 한 공간을 점유하다가 날아가서 결국 사라지는 건 같구나 싶어 진다.
자매 인듯한 두 소녀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앉아있기에 나도 잠시 곁에 앉았다가 이것도 한순간의 흔적이다 싶어서 사진으로 남겼다.
여행자이든 현지인이든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서 잠시 일별 하는구나~
찰나 같은 이생의 한 순간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내가 주로 예습 없이 발길 닿는 데로의 여행을 하다 보니 자이승 전망대 맞은편에 있는 한국인 이태준열사의 기념공원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놓친 것이었다.
참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거기까지 가서 그걸 안 보고 오다니~! 알았을 때는 이미 사막투어랑 일정이 다 짜여있어서 울란바토르에서 더 이상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를 계기로 앞으로 여행할 때는 미리 예습도 좀 해서 아쉬움이 덜한 동선을 짜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인다.
이태준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였던 선생님은 주로 몽골에서 활동하신 분이시다. 약산 김원봉과 함께 의열단에 가입하셔 독립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셨고 동시에 두루 인술을 펼치신 훌륭하신 분이셨다. 우리 정부에서도 그분의 공적을 기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드렸고 2001년 7월에 울란바토르에 이태준 선생 기념공원이 만들어졌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다 몽골 한국가든에 들러 비빔국수를 먹었다. 한국에서 먹는 것 같은 맛인데 정말 더 맛있게 먹었다. 여주인인 조사장님께서 직접 하시니 그 손맛이랑 재료가 다 한국 본토 것이라 당연하다 하신다. 여행을 좋아하신다는 조사장님이랑 얘기도 나누며 수박을 먹고 헤어져 나란톨 시장엘 갔다.
이 시장은 오래전부터 몽골의 가장 큰 노천시장으로 휴일에는 10만 명 이상 모이는 곳이라 한다.
시장 물품들의 수준이야 우리나라 5 일장보다 못하지만 몽골의 특산품인 부츠, 말채찍, 안장등 말 관련 제품들은 아마도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듯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 외 몽골 전통옷들이랑 악기등이 눈길을 끌었다. 보통 시장의 현지분들이 사진촬영을 꺼린다는데 20년 전부터 울란바토르에 사신 김 선생님의 통역으로 양해를 구하자 선뜻 사진 촬영에도 응해주셨다.
비가 부슬거리며 오는 날씨에도 시장 한 바퀴를 잘하고 근처 남양주회관에 가서 커피도 한 잔 하고 그 아래 사우나에서 마사지를 받고 왔다.
남양주시는 몽골과 자매결연을 맺고 지금도 이혼한 한. 몽 커플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다방면으로 후원하고 있었다. 마침 간 날이 아이들이 엄마들과 장학금 받으러 오는 날이라 해서 내가 대신 식사비를 내겠다고 했다. 작은 후원이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한국인인 아이들이니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비가 부슬 오는 시장 귀퉁이 가게에서 마두금을 연주하며 팔던 모습이 생각나 집에 와서 마두금에 대해 더 찾아보았다.
마두금은 몽골 전통 악기 중 하나로, 목재로 만들어진 둥근 몸통에 두 줄의 현이 달려 있다.
깊고 울림이 있는 마두금의 소리는 때로 연주할 때 낙타가 눈물짓는다고도 한다.
악기 윗부분에 말의 머리를 조각하여 놓아 한자로 마두금이라고 부르며 주로 남성이 연주한다.
국가적 축제나 결혼식등 모든 행사에서 반드시 연주되는 국민 전통악기다.
악기 모양으로 마두금이기도 하지만 연주할 때 소리가 말 울음처럼 애절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수 백 마리 말이 달리는 것 같이 웅장하고 힘차게도 들린다고 한다. 공명판은 동물 가죽으로 덮여 있고, 현과 활은 말총으로 만든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러시아 군대를 반기는 몽골여인 기념탑 사이로 도시가 보인다 도시를 배경으로 앉아있는 비둘기들 전망대에서 만난 순박한 소녀들의 미소
몽골 한국가든 여주인께서 여행하며 모으신 양 인형들이 식당 입구에 있다 승마용 신발이라 제법 비싼 듯~가죽 퀄리티는 최상일 거다 전통 악기 마두금을 연주하며 파시는 분 몽골복식은 모자, 델, 허리띠, 그리고 신발을 갖춰야 한다.
시장 나오신 할머니와 손녀인 듯, 할머니 신발이랑 옷이 인상적이어서 한 장 양해를 구하고 찍었다. 주로 말과 관련된 잡화들이 엄청 많다 옷감 파시는 분이 너그럽게 촬영을 허락해 주셨다~ 남양주시는 울란바토르시와 결연을 맺었고 남양주 장학회 건물이다. 서울의 거리뿐 아니라 남양주 거리도 있다 전망대 소녀와~~나란톨 시장의 천막파는 아저씨의 훈훈한 미소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