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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주 Oct 19. 2024

넌 누구냐?

시인: 문주집에 사는 순이

어느 날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집에 왔다.

갈색과 흰색과 검은색이

얼룩덜룩 제 멋대로 섞인

털은 민들레 홀씨처럼 푸석푸석 날리고

몸에선 소똥냄새

눈에는 빨간 체리아이

나를 보면 귀를 납작 눌러 공손한 자세를 취하는

아주 볼품없이 해괴한 강아지다.


오죽 못생겼으면 엄마가 울이라는 이름을 지었을까

소 우리, 소막에서 소를 지키던 개.

방정을 못 참고 목줄을 잡아당겨

체리아이가 생긴 천방지축


그래도 나는

그 아이를 너그러이 받아준다.

물지도, 으르렁대지도, 짖지도 않는다.

허겁지겁 사료를 먹을 땐

내 사료를 남긴다.


엄마가 웃는다.

서영이언니가 웃는다.

그 녀석의 발라당 애교에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도는 못난 짓에도

엄마와 서영이언니가 까르르 웃는다.

그러면 됐다.


이제 4개월 된 녀석은

내가 사료를 먹으면 먹고

내가 간식을 먹어야 먹는다.

내가 짖어야 따라 짖고

흰자위가 많이 드러나는 커다랗고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그러다

내가 틈을 보이면

은근슬쩍  다가와

 뺨을 한 번 쓱 핥아준다.


선은 넘지 마라

눈빛으로 경고를 보낸다.


난 유전적인 엄마랑 한 달 만에 떨어져 이 집에 왔지만

저 녀석은 개엄마랑 4개월이나 살았다.

그래서 난 동족을 핥아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어쩌라고.


그래도  내 방석에서 자는 것

허락한다.

내가 널 사랑할 순 없지만

고향에 두고 온

엄마 꿈을 꿀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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