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서윤 Jul 15. 2022

도망치고 싶을 텐데
도망치지 않는다


살다 보면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내 앞에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많을 땐 더더욱 그렇다. 실패했다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도, 그것을 인정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해결할 자신도 없을 때 도망을 친다. 나의 20대는 늘 도망친 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글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쓸 자신이 없어서 대학교에서 도망을 쳤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가 일을 잘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마다 사직서를 준비하다가 결국 퇴사했다. 당장은 더 이상 머리 아플 일 없어서 이제야 숨을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문제를 해결할 힘을 기르지 못하고 도망칠 때마다 내가 쌓아놓은 걸 내 손으로 허무는 기분이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컨펌이 나지 않아 무한 수정을 반복하며 작업하던 프로젝트가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음) 그 프로젝트로 인해서 다른 프로젝트 마감 일정에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나를 포함하여 직원들이 추가 근무를 해야 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클라이언트도 우리도 모두가 만족스럽지 못한 채로 계속 몇 개월간 작업을 하면서 나는 정말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손실도 컸다.      


그런데 해당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아서 힘들지 않냐는 나의 질문에, 힘들기는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힘들게 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너무 힘들어서 직원들이 퇴사를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다가도, 결국 끝까지 마무리하는 직원들을 보면 많이 배운다. 힘들어도 끝까지 완주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얼마나 길러질지 그려진다.     


오늘도 밤 12시까지 직원과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 직원이 마주하게 될 세상에는 못 풀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씩 하나씩 어떻게든 꼬인 매듭을 푼다. 


도망치고 싶을 텐데... 

도망치지 않는다.      


도망치는 것 대신에,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일단 멈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