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응원합니다
낮에 신랑 전화가 왔다.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한 달에 한 권 책을 읽어 보겠다고 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놀라고 궁금했다.
함께 육퇴를 한 신랑은 치킨에 한 잔 하고 싶다고 했다. ‘응? 이제 새벽에 운동한다고 하지 않았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슨 할 얘기가 있어 보였고 나도 그런 생각을 한 계기가 궁금해서 콜! 을 외쳤다.
치킨을 앞에 두고 티비도 켜지 않은 채로 대화를 나눴다. 신랑이 왜소하고 사업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거래처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얘기를 나눠보니 외유내강인 분이었다. 업무적인 얘기 끝에 개인적인 고민들을 그분께 털어놓았다. 그분의 답변은 ”체력을 기르고 몸은 쉬더라도 머리는 쉬게 하지 말라“였다.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해도 그분은 힘들지 않다고 하셨다. 그만큼 체력이 강하신 분이었다. 또한 중간중간 책도 읽으시고 집에 술을 사놔도 2주 동안 그대로 있을 정도로 술을 즐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 시간에 운동하고 책을 읽으며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나가셨다.
이런 대화를 나눈 후, 신랑은 혼자 생각이 많아진 듯 보였다. 곧 둘째도 태어나면 집에 여자 셋이 본인만 바라보고 있고, 자기가 중심이 잘 잡혀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데 현재 체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하니 부담이 되는 것 같았다. 퇴근하고 술 먹는 시간이 ‘쉼’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새벽에 커뮤니티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한 달에 한 권은 책을 읽어보며 더 좋은 사람이 되어보겠다고 했다.
내가 예전에 새벽에 운동하고, 책을 읽을 때는 신랑이 전혀 같이 해 볼 생각이 없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좋은 자극을 받고 온 게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다. 아무렴 어때, 신랑이 그런 결심을 한다는 거 자체가 고마웠다. 내 신랑은 결심은 잘하지 않지만, 결심하면 해 내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그 마음 자체가 멋지고 고마웠다.
집에 올라오기 전, 헬스장 등록하려는데 갑자기 기계가 고장 나서 등록을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어제는 술을 먹었고 오늘은 또 회식이란다. 그러면 또 지문등록 못하고 내일 운동 못하겠지만 천천히 그를 기다려보려 한다.
멋진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그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내 신랑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