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진이네 Jun 05. 2023

애플워치에게 시계를 묻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시간 확인이 가능한 이 시대에서, 왜 여전히 시계를 차는가. 여름엔 더워서 답답하고 겨울엔 긴 옷들에 짓눌리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나는 주기적으로 시계에 빠져서 허우적대곤 하는데, 메모장 한 켠에는 사고 싶은 시계들이 진열되어 있다. ‘태그호이어’를 시작으로 ‘오메가’까지. 간혹 유튜브에서 시계 등급표(?) 같은 것들을 보다 보면 단순히 비싸고 높은 등급의 시계에 대한 로망보다는 역사와 의미가 있는 시계에 더 매력을 느끼곤 한다. 여러분은 어떤 시계에 끌리는가.


시계는 그동안의 천체에 대한 이해를 담아낸 물건이라고 한다. 인류는 계절의 변화와 밤낮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것으로 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이해하여 연, 월, 주, 일과 같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그런 이해를 담아낸 것이 시계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상황에 따라 사용되는 시계가 있었으며 그런 시계들이 발전해서 이를테면, 다이버시계와 같이 하나의 종류로서 자리 잡은 오늘날을 보면 시계라는 것이 기능적으로, 패션 아이템으로서 사용되는 것 외에도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토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아날로그시계의 매력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역사가 짧은 시계에 눈을 못 떼고 있다. 바로 ‘애플워치’ 다. 아날로그시계의 매력도 매력이고 역사도 역사지만, 사실 시계는 시간을 확인하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잠깐 시간을 보기 위해 좋은 시계에 상당한 투자를 하자니 심히 망설여진다.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시간과 +α의 기능이 있는 애플워치를 기웃거리게 된다. 나의 발걸음을 늘 돌리는 이 워치의 매력은 도대체 뭘까.


분명 시계를 포함한 다양한 기능들일 텐데 그것들이 무엇이냐는 말이다. 결국 메모장을 열어 내가 애플워치에서 기대하는 효과를 정리했고, 애플워치3를 구매 후 사용하면서 실제로 사용한 기능을 구분해서 정리했다. 내가 정리했던 내용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결론은 애플워치 사용후기다...)



기대했던 효과 및 기능 → 실제 사용 후기

음악

워낙에 테크 유튜버분들이 기능 설명을 잘해주셔서 애플워치로 음악 선곡과 볼륨 조절이 되는 것쯤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기능이 정말 필요했다.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차를 타다 보면 이 기능이 필요해진다. 운전을 하면서 음악을 듣다 보면 바이브가 맞지 않는 곡이 나올 때 현재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얼른 다음 곡으로 넘겨줘야 한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켜져 있고 가로로 눕혀져 있는 핸드폰에서 다음 버튼을 누르기란 쉽지 않다. 이상하게 음악 어플은 가로모드를 지원하질 않아서 내 고개를 돌려놓고 화면을 봐야 한다. 다음 곡 좀 들으려다 다음 생으로 갈 판이다. 하지만 애플워치가 있으면 이러한 번거로움이 없이 손목에서 다음 버튼을 눌러주면 되니 정말 기대했던 기능이었다. 뿐만 아니라 특히 야외에서 러닝 같은 운동을 할 때도 핸드폰 필요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하여 잔뜩 기대를 했었다.

→ 먼저 운전을 하면서 곡을 바꾸는 기능은 너무 잘 사용을 했다. 물론 운전을 하면서 애플워치를 보는 것도 위험하지만, 애플워치로 곡을 고르는 작업이 아닌 다음 곡 버튼만 누르는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애플워치가 없으면 다음 곡 버튼을 누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유용하게 사용했다. 야외에서 음악을 듣는 기능은 셀룰러 기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미리 애플워치에 곡을 다운 받아놔야했다. 음악을 다운받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매번 새로운 곡들을 다운받는 것도 생각보다 귀찮아서 나중에는 잘 쓰지 않게 되었다.


대중교통

애플워치가 있으면 ‘카카오버스’ 같은 어플로 정류장에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등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했었다.

→ 처음에는 신기해서 사용했었다. 그런데 사람이 작은 화면에서 큰 화면은 보겠으나, 큰 화면에서 작은 화면을 보려고 하면 답답해서 보기 힘들다. 큰 핸드폰 쓰다가 ‘아이폰 미니’ 귀여워서 사 본 사람들은 이런 답답함을 좀 느껴봤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이다. 간혹 환승을 해야 하거나, 한 정류장에서 여러 개의 버스를 타도 되는 경우에는 봐야 하는 정보량이 많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한눈에 보는 것이 편리하다. 근데 이걸 작은 화면에서 스크롤 내려가며 보자니 답답해서 그냥 핸드폰으로 보게 되었다.

   

운동

운동 시 세트 사이마다 쉬는 시간을 보통 50초 정도 가져가는데 그걸 재는 초시계의 역할로 사용할 것을 기대했었다.

→ 애플워치가 없을 때는 늘 핸드폰 둔 곳으로 몸을 옮기거나 잠깐 기구에서 벗어나서 타이머를 설정해야 했고, 마스크를 쓰고 할 때는 심지어 아이폰 암호까지 풀었어야 했기 때문에 은근히 귀찮았다. 하지만 애플워치를 사용할 때는 손목에서 타이머를 설정하고 진동으로 50초가 다 된 것을 받았기 때문에 보다 더 쉬는 시간을 잘 지킬 수 있었고, 암호를 따로 풀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운동할 때 귀찮았던 점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


카메라

아이폰 카메라 화면을 애플워치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카메라 세워두고 단체사진 같은 걸 찍을 때 유용한 기능인 것이다.

→ 이 기능은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틈틈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어서 잘 사용했다.


알림

스마트워치의 큰 장점 중의 하나로, 메시지나 어플의 알림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고 설정해 둔 습관 관련된 알림들도 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이 또한 기대를 했었다.

→ 실제로도 카카오톡과 메시지 그리고 전화까지 알림을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이때 요일별로 먹는 영양제들이 있었는데 알림을 받으니 제때 영양제들을 챙겨 먹을 수 있었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서 많은 사람들이 영양제를 꾸준히 먹고자 할 텐데 간혹 바쁘고 정신이 없다 보면 영양제를 못 먹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나도 꾸준히 챙겨 먹기 위해 알림을 설정해 놓고 섭취했었다.


시계 본연의 역할

스마트 워치기 때문에 다른 기능들을 다 떠나서 근본적인 시계의 기능과 페이스를 바꿀 수 있는 기능을 기대했다. 일반 시계들은 나중에 질리는 경향들이 있는데 애플워치는 페이스와 시계 줄을 손쉽게 바꿔줌으로써 상황에 맞는 연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무척 기대를 했던 부분이다.

→ 실제로 자주 페이스를 바꿔주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었다. 때마다 아날로그 감성이나 디지털, 혹은 날씨와 같은 정보들이 포함된 페이스로 바꿔주면서 이 기능을 잘 사용했었다. 개인적으로 애플워치의 캘리포니아 워치페이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애플워치3에는 캘리포니아가 없었다. 너무하다.


패션아이템

무엇보다 이쁘다. 일반 시계가 주는 감성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워치페이스뿐만 아니라 시계 줄도 비교적 자유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다양한 연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운동을 할 때는 스포츠 밴드로, 정장을 입을 때는 메탈이나 가죽 줄로. 패션 아이템으로서도 좋은 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기대했던 바와 같이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통화

애플워치로도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기대가 되었다.

→ 비록 스피커폰으로 통화가 가능했지만, 집에 있을 때는 종종 사용하곤 했다. 생각해보면 집에 있을 때도 핸드폰을 들고 있기 귀찮아 스피커폰을 사용하곤 한다. 애플워치도 마찬가지로 밖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긴 힘들지만, 집에 있거나 차 안에서 간단하게 통화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었다. 


낮잠용 타이머

타이머 기능이 있었기 때문에 낮잠을 잔다거나 휴식을 취할 때 알람용으로 사용할 기대를 했다.

→ 가끔씩 낮에 15-20분씩 잠을 청하곤 하는데, 아이폰은 가끔씩 알람이 작동을 안 할 때도 있었고, 알람소리가 너무 커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도 있다. 그런데 애플워치는 진동으로 알람을 줬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고 작동되지 않은 일이 거의 없었다.




벌써 몇 년 전에 애플워치SE를 사겠다며 3를 당근으로 보내버렸다. 문제는 보내버리기만 했다. SE를 사야 할 타이밍을 놓치니 계속 나 스스로와 밀당을 하며 오늘의 구매를 내일로 미루기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애플워치를 구매하고 싶은 이유를 꼽아보자면 '시계 본연의 역할'에 추가적으로 '낮잠용 타이머'와 '넘어짐 감지', 이 세 가지 주요 기능 때문에 사고 싶은 것 같다. 낮잠용 타이머는 내 실생활에서 정말 실용적으로 사용했었고, 시계의 모습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매력은 애플워치에 대한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요즘에 출시된 애플워치에는 '넘어짐 감지' 기능이 있는데 이건 일종의 대비책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차 사고도 감지한다고 하는데 이런 위험사고에 대한 알림 기능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기대했던 효과들은 꽤 많았지만 3개월가량 사용을 해보면서 실질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기능은 2~3개로 추려졌다. 그럼에도 가지고 싶은 사람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번에는 이렇게 앱등이답게 애플워치에 대한 얘기를 다뤄봤다. 실제로 3, 4년 전에 애플워치를 구매하기 전에 작성했던 내용들에 실사용 후기를 포함해서 글을 써보게 되었다. 늘 구매하진 않더라도 애플워치의 신제품들을 살펴보곤 하는데, 성능은 좋아지지만 기능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비록 애플워치3의 사용후기라도 하나의 후기로서 여러분들이 애플워치를 구매할 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Photo by David Švihovec /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