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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굴레를 끊어내지 못한 이유, 신점 청시동할매 인터뷰

인터뷰(청시동할매)

사주나루에서는 매달 이달의 상담사를 선정하고 있다. 신점, 타로, 사주 모든 분야를 아울러 900명 중 한 명을 이달의 상담사로 선정한다. 진행하는 인터뷰인 만큼 긴장도 많이 하고 한편으로 설레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4월 사주나루 이달의 상담사로 선정된 청시동 할매의 인터뷰이다. 


앞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청시동할매는 사주나루에서 신점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무당이 되기 전에는 춤꾼의 삶을 살았다. 


윗대에서 무당의 굴레를 끊고자 했지만 결국 운명 앞에서 신의 뜻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춤바람에서 신바람으로 욕쟁이 할머니를 모시게 된 과정을 짚어보고자 인터뷰를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선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시동 할매

안녕하세요. 사주나루에서 신점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청시동 할매입니다. 

지금 심장이 너무 쿵쾅쿵쾅 뛰는데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처음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땐 다 하는 건 줄 알고 오케이 했는데, 그것도 아니데요? 


-

그냥 친구랑 얘기한다 생각하고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되는데 많이 떨리세요?  


    청시동 할매

예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그러네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요. 

이렇다 할 행보랄 건 없는데, 요즘은 사주나루에서 이달의 상담사로 인정도 해주시고

많은 분들이 신점으로 저와 인연이 닿으니 10년 세월을 보상받는 듯 뭉클할 때가 있어요.

만감이 교차하는데 마냥 감사하죠. 


-

오히려 선생님께서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런 솔직한 답변에서 인간미가 엿보여서 좋습니다.

10년의 세월이라 하니 남다른 사연이 있어 보이는데 어떤 사연으로 무당이 되신 건가요?  



    청시동할매

대대로 무속을 이어오는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신기를 그대로 다 물려받고 태어나서 6살에 말문이 트이고 화경을 봤어요. 

세습은 아니고 강신무로 대를 이어왔는데, 어머니가 우리 자식들한테 이어오지 않게 하려고 굴레를 끊으려고 했지요.

그 의지가 하도 굳세서 제자의 길로 바로 입무는 못하고 흔히 땜이라 하는데 그걸 국악으로 풀었어요. 

무당은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말만 막연히 믿고 춤꾼으로 국악으로 일평생 살았는데 끝내 신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역경, 병마는 수도 없이 겪어서 말할 것도 없지 말문이 새 나오고 화경이 보이고 주변인이 아프고 이런 고통을 견디다가 40대에 들어서 운명을 받아들였어요. 

어머니가 한평생 굴레를 벗어나고 싶어 했는데... 아~ 신 앞에서는 장사 없데요. 


-

어떤 국악을 하셨는진 모르겠으나 국악 중에서도 시나위로 연희된 것 같아 인생 자체가 가락이자 예술 같습니다. 

그렇게 신점으로 사주나루 상담사까지 오셨는데 소감은 어떠신지요? 


-   청시동할매 

소감이라 하면 가슴이 벅차죠. 저보다도 훌륭한 선생님들과 나란히 자리를 잡고 이달의 상담사까지 선정되었으니까요. 

그저 감사해요. 너 잘하고 있다는 의미로 행운을 주신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

사주나루 선생님들 중에 이유 없이 소속되신 분들은 한분도 없습니다. 그건 선생님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럼 이 시점에 중요한 질문 하나 드리고 싶네요.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자신만의 신점 특징이 있나요? 

 

-   청시동할매 

솔직히 신점도 점사만으로 100% 모든 내담자를 만족시킬 순 없어요. 

똑같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대신 누구나 감정은 느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감정에 이입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합니다.

친구처럼 애인처럼 때론 부모의 마음으로 들어준 진심이 통하지 않나 싶네요. 

점사를 보는 것 이상으로 함께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내담자분을 대하게 되더라고요. 

가끔은 너무 동요된 나머지 공감 이상으로 아프고 슬프고 간절하고 행복한 심정이 온전히 전달돼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희로애락을 나누게 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진실한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남이 아닌 나의 일처럼 같이 슬퍼해주고 웃어주고 공감해 주는 그런 가까운 마음이요.   



- -


실례이지만 

저는 선생님께서 여자 내담자분들께 '공주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시는 걸 얘기하실 줄 알았어요. 

그 호칭도 진실된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내가 겪지 않은 일을 포함해 사람을 진실되게 대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    청시동할매 

아 큰일 날 소리를! 진실된 마음을 특징으로 꼽은 데에는 무당이 되기 전 40년이 한몫하는 것 같아요. 

힘껏 힘들고 아프고 누군가의 진실된 마음이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해 줬으니까요. 

공주님이라는 호칭은 저한텐 좀 당연해요. 

예쁘고 가냘프지만 정진하려는 모습이 꼭 꽃피기 전 꽃봉오리 같잖아요. 


-

그런 만큼 현재 유명한 무당으로 살고 계신데, 감사함이 크다곤 했지만 고충이 있으실 것 같아요. 


-   청시동할매 

유명한 무당이라 해서 기분이 최고 다하면 좋겠지만, 내 말에 힘이 생기는 만큼 어깨가 무겁죠.

변치 않는 모습으로 신령님에게도 내담자에게도 최선을 다해야만 나를 통해 큰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까요. 

유명하다고 해서 요행을 부리거나 기도를 게을리하거나 하게 되면 제가 이 일을 오래 할 수 없어요.  

유명세는 정직하고 바르게 덕목을 갖추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정도와 비례합니다. 

그래야 무속이 제 역할을 하고 계속 전래될 수 있으니까요. 

자만하지 않고 더 노력해야죠. 

그렇지만 당연히 제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

답변들이 겸손하지만 솔직하셔서 흔히 밀당을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무당 청시동 할매가 아닌 인간 청시동 할매는 어떤가요?


-   청시동할매 

아이고 어떤 질문 보다도 쑥스럽게 느껴지네요.

사실 이 순간만큼은 무당이 아닌 인간으로 제 이야기 풀어드리고 싶었거든요? 

근데 막상 남한테 질문을 들으니까 말문이 턱 막히네요. 

무당이 아닌 나를 설명할 일이 없으니까... 

게다가 신령님을 제외한 오롯한 나를 생각하기가 쉽지 않아서 더 그런가 봐요. 



-

어려우신 질문인가 보네요. 

그럼 무당이 되기 전 청시동할매와 지금의 청시동할매를 비교해 봤을 때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나요?


-   청시동할매 

그럼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배려하자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인건 변치 않네요.

무당이 되기 전부터 춤과 음악으로 사람에게 다가가다 보니 항상 배려하고 이해하며 살아야지 하는 게 몸에 배어있어요. 


-

아! 그러네요. 춤과 음악, 비언어적인 소통에 능하시니 공감능력도 남다를 수밖에 없겠습니다. 

만약 무당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춤꾼으로 사셨을 것 같나요? 


-   청시동할매

네 제자 길에 들어서기 전처럼 춤꾼으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 같아요. 

음악에 맞춰 나대로 춤을 풀어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

방식만 다를 뿐이지 춤도 부업도 결국 소통이니까요. 벌써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네요. 

끝으로 하고자 하신 말씀이 있다면요? 


-   청시동할매 

청시동할매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 오늘 제 인터뷰를 진행해 준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내담자분들, 우리 공주님들과 함께 희로애락 할 수 있는 청시동할매가 되도록 더욱 열심히 기도하며 정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춤꾼으로 언어를 초월하고, 무당으로 인간을 초월하여 소통하는 청시동 할매.


국악인에서 10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제자 길을 걸어온 기백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방식만 다를 뿐 '소통'이라는 건 변치 않는다는 게 새삼스럽지 않은가?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힘껏 이입하고 아파보겠다며 정진하겠다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녀가 왜 무당 굴레를 끊어내지 못했는지 납득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겪어낸 아픔을 다른 아픔에 승화하겠다는 의연함이 영락없는 무당이다.


그래서 사주나루는 무당이자 인간 청시동할매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현재 청시동 할매는 사주나루에서 전화신점 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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