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SEO기반의 프리랜서 마케터로 일 하고 있다. 산책하던 중 문득, 나는 왜 마케터가 되었을까?라는 생각에 잠겼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 성향과 참 잘 맞는 것 같다. 과거 MBTI가 알려지기 전에 어느 카페에서 성향 분석을 통해 내 직업관을 알아보는 데이트 공간이 유행했다. 그 당시 했던 설문 결과에서 나는 마케터, 광고기획자, 카피라이터, 사회복지사, 사진가 등 이런 유사한 직업이 나와 맞다고 했다. 그 외에 공무원, 프로그래머, 소방관 같은 결과는 근처도 가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마케터를 해야지 라는 생각은 없었다.
내가 처음 개설한 블로그는 티스토리였다. 네이버는 찍먹만 했다. 지금까지 디지털 마케터로 약 10년 정도 일했으니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아마도 12년 전이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녁 마감 때는 손님이 없어 시간을 때우다 가기 일 수였는데 어느 날 포스기에 인터넷 접속이 되는 사실을 알고 네이버를 보며 놀았다. 매력적인 제목에 이끌려 링크를 클릭했을 때 나오는 페이지가 대부분 블로그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나도 계정을 만들어 닉네임도 정하고 싸이월드처럼 이것저것 꾸몄다. 한 줄짜리 글부터, 맞춤법이 틀린 글까지 생각대로 쓰고 올려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방문자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방문자 유입경로 검색어를 보니 참 재밌다. 오타로 잘못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노출되지 않은 키워드로도 들어온다. 노골적인 검색어도 있다. 키워드를 가만 보니 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이런 걸 많이 보겠지? 예측하며 사진도 첨부해 글을 썼다. 남들이 하는 티스토리 스킨 html도 수정하고 css도 구글링 해서 바꿔보고 애드센스 배너도 달았다. (지금처럼 애드센스 가입 조건이 까다롭지 않았다. 가입만 하면 거의 되었음.) 약 1년 정도 운영했더니 800개 정도의 글이 쌓였다. 하루에 많으면 3개씩 포스팅하기도 했다. 일(DAU) 방문자는 약 14,000 ~ 25,000명 정도. 하루 애드센스 수익은 월 1,800 ~ 2,000$ 정도 벌었다. (한화로 약 200만 원) 어린 나이에 아르바이트 월급보다 더 많은 수익이 생기니 평소 가지고 싶던 IT제품을 망설임 없이 일시불로 구매하기도 했다. 매달 은행에 가서 달러를 환전할 때마다 구글 INC 어쩌고에서 돈을 받으니 뭐 하는 사람인지 창구 직원분이 매번 물어보셨다. 아마도 내가 가장 비싸게 구입했던 제품이 라이카 카메라와 맥북, 그리고 작은 경차였다.
내가 하는 작업이 '검색엔진최적화'라는 걸 알았을 때 이 정보를 더 얻기 위해 자주 보던 에이전시 대표님 블로그에서 우연히 채용 글을 보았다. 어린 나이에 망설임 없이 일하고 싶다고 블로그 비밀 댓글을 적었다. 그 후 몇 가지 과제를 거친 후 첫 커리어로 신입으로 마케터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 운영 경험으로 아무런 이력 없이 말이다. 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들어오고 댓글이 달리는 경험을 해보니 분명 이걸 필요로 하는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블로그 운영을 맡았다. 글을 못 써서 호되게 혼나면서 배웠다. 이때 마침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등장했다.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때로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글은 생각을 공유하는 유일한 배설의 즐거움이다. 마케터는 블로그를 계기로 처음 시작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광고 툴과 분석을 통해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고 더 나아가 브랜드 경험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에 필요한 디자인이나, 사진도 관심 분야로 연결되어 성장에 필요한 배움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GA 데이터로 유저들의 웹사이트 유입을 분석하는 게 마치 치부와 비밀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재밌다. 그래서 SEO의 중요성을 알고 매일 관련 정보와 글을 본다. 더 멋진 블로그와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정보를 찾다 보니 이제는 워드프레스 구축과 노코드 툴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멋진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사진을 직접 찍다가 내가 사진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고 그렇게 어도비 라이트룸으로 보정하다 보니 내가 디자인에도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런 경험으로 블로그란 하나의 웹사이트이자 온드미디어의 중심이 되고 그 중심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유통시키는 것이 내 마케팅 정공법이 되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를 분석할 때 웹사이트부터 살펴본다. 이제는 웹사이트만 봐도 어느 정도는 이 회사의 문화와 가치관이 무엇인지 보인다.
나는 누군가 내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내가 모르는 분야라도 정보를 검색하고 알려주는 편이다. 먼저 스스로 알아보려 한다. 마케팅과 관련된 고민을 토론할 때는 몇 시간이고 눈이 반짝거리며 떠든다. 그게 그들에게 영감이 된다면. 때로는 피곤한 일이지만 내 성향이 그렇다. 나의 성공보다 누군가의 성공에 기여하는 것에 더 행복을 느낀다. 그게 내 성공처럼 말이다. 이 것이 나는 왜 마케터가 되었는가에 대한 결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