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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송이 Jul 20. 2024

내 목숨이 위험하다는데

남걱정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세수를 하고 나니 조금 정신이 들었다.


'입원을 해야 하는구나. 아이는 어쩌지?'


아까 병원에서와 마찬가지로

태어나 한 번도 엄마 없이 잠들어 본 적이 없는

아이가 먼저 떠올랐다.


'아, 회사에는 어떻게 말하지.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그리고는 이제 막 입사한 회사가 떠올랐다.


'하... 죽을지도 모른다는데 남걱정이나 하고 있고.

어디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


나란 인간은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돼버린 것일까.

아니면 아직 이 상황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일까.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황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타인의 입장만 생각하고 있었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띠리리-

"전화했었네?"


아까 전화를 받지 못한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자초지종을 덤덤하게 설명했다.


"-해서 정밀 검사가 필요하대."


"괜찮아, 나을 거야."


"아니, 낫지 못하는 거야. 엄마.

혈관이 한번 팽창한 이상 다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서.

이건 나아지는 건 아니야. 더 심해지지 않을 수는 있어도."


"아냐, 다음에 검사하면 씻은 듯이 나아있을지도 몰라."


나는 더 이상 말잇기를 단념했다.


"...그래, 엄마 말이 맞아. 나아 있을지도 모르지."


어릴 때부터 엄마는

문제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 하셨다.


'괜찮아질 거야.'


그렇게 무조건 믿고 싶으신 것 같았다.


무언가를 덮어버리면 일단 눈앞에 안 보일 뿐,

사라진 것이 아니다.


난 얼마나 수많은 감정들을

덮어버리며 살아왔을까


그것들이 혈관을 떠돌다

결국 부풀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들은 가장 충격적인 사실 앞에서

나는 내 삶의 모든 것을 재정비해야 함을 느꼈다.

다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아직 전혀 감이 오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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