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하는가
저도 부모입니다만
나는 팔이 잘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사고로 팔을 잃었다. 고로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이것이 내가
부모님의 반대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스스로를
받아들인 방식이었다
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돈이 되지 않는다.'
'네가 용띠이기에 저주받은 띠라서
신이 싫어하는 재주를 타고났으므로
평생 그 재주를 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등등의 이유를 대며 내 꿈을 반대하셨지만
사실 나에게 이유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가 반대하니까.
자식을 낳아본 사람은 오히려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식에게 부모가 어떤 존재인지
우주이자 세상 그 자체이다
태어난 아이에게
부모가 적대적이면
아이는 세상을 그렇게 보고
부모가 사랑을 준다면
아이는 세상이 자신에게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과연 엄마의 사랑만 위대한가
나에게도 아이가 있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상처의 크기가 클까
이 아이가 내게 줄 수 있는 상처의 크기가 클까
이 아이가 내게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말이라면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니었음 좋았을 텐데.' 이려나
물론 아프겠지
평생 떠오를 때마다 아프겠지
근데 이 말이 내 인격 형성에 영향을 줄까?
모든 인간관계에 떠오를 말일까?
만약 내가 아이에게
'네가 내 자식이 아니었음 좋았을 텐데.'라고 한다면?
엄마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면
이 말은 이 아이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모든 인간관계에 이 말이 떠오르지 않을까?
글쎄, 누가 더 상처 줄 수 있느냐로
사랑을 가늠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려나
아무튼
내게 부모는 그러했다
이들을 기쁘게 할 만한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고
'나만 없으면 이들이 행복할 텐데
죽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14살 때부터 했던 것 같다
그러니
서른이 넘는 어느 날
밀어줄 돈이 없어 미술을 반대했다는 말이
내 입장에서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하아
그런 이유였음 차라리
그렇다고 해주지
내가 알바를 하든
장학금을 받든
해결할 수 있었잖아
사랑하는 엄마가 싫어한다는 것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단 말이야
과연 엄마가 자식을 더 사랑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