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피디 Jun 23. 2023

성산일출봉, 지미오름

백기완 선생님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걸었던 날..

#제주한달살이_22일차

2021.02.15 월요일 비, 맑음, 바람14m/s


새벽..백기완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남편이 방송후배들과 풍찬노숙을 하던시기, 백기완 선생님께서 너무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남편과 후배들이 새로운 방송을 만들어 모두 입사를 하게 되었을때.. 누구보다 기뻐 하셨던 선생님의 그 활짝 웃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오늘은 백기완 선생님을 추모하며 산에 올랐다. 원래 일정을 바꿔 제주 동쪽으로 가자는 남편의 말을 따라주었다.


<오늘의 일정>

1.성산일출봉


집을 나설땐 비가 내리고 바람이 초속 10m/s 로 강하게 불었다.

“성산 일출봉에 가자. 김미경”


성산일출봉에 오르고 싶어하는 남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일출을 볼 시간도, 날씨도 아니고..그럴 기분도 아니었지만 우린 무작정 제주의 동쪽으로 가기로 했다.

제주를 방문한 그 많은 시간동안 성산 일출봉 정상에 오른적이 없었다.


비바람이 거세지고 산길은 안개도 약간 있어서 동쪽으로 향하던 중 길을 잘못 들었다. 솔직히 제주의 바람과 날씨 변동은 시사각각 달라서 걱정이 됐다.

그런데....

성산일출봉이 막 보이기 시작하는 도로가 나오자... 언제 그랬냐 싶을 정도로 해가 얼굴을 내밀더니 하늘이 밝아지고 구름도 걷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린 성산일출봉에 오르기로 했다.

바람이 14m/s 였다.....


그 세찬 바람을 뚫고 성산일출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올라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남편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쓸쓸해 보였다.

성산일출봉에서 하산하는 길에 남편에게 지미봉에 오르자고 제안했다.

동쪽 바다를 다 보고 무거운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싶었다.


2.지미오름


종달리 마을 가까이에 있는 지미 오름 정상에선 동쪽 바다와 성산일출봉.. 우도.. 동쪽의  종달리 마을이 모두 펼쳐졌다.

가슴이 뻥 뚫리긴 했지만 남편의 축 쳐진 어깨가 너무 슬퍼 보였다.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나의 시선...


지미봉에서 남편과 난

 “선생님.... 선생님... 백기완 선생님.... 사랑합니다...감사합니다...이제 편히 쉬세요“

그렇게 목놓아 선생님을 불러봤다...ㅠㅠ


오늘은 백기완 선생님을 추모하며 산에 올랐다...

이 시대의 큰 등불이자 버팀목이셨던 어른이 안계시다는 것이 이 밤..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 무거운 맘을 어찌해야 하나...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모질게 바람이 불었던 오늘... 그 모진 바람을  이겨내며 힘겹게 산을 오르던 그 순간을 기억하리라...


#제주한달살이_22일차 #백기완선생님 #성산일출봉 #지미오름 #광치기해변

작가의 이전글 제주현대미술관, 명월리, 저지예술마을, 달리책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