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백 Oct 04. 2023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Home, Sweet Home

2023.10.2. in NY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2013.3.23 in Seoul

35세 남성33세 여성, 둘이서 결혼을 했습니다.


2023.3.

10주년을 맞아

아내에게 뜻깊은 선물이 뭘까 고민하다

가족여행을 결정했습니다.

9살 딸과 함께 하는 미국행 비행기표를 끊자마자

아내에게 톡으로 보냈습니다.


그녀는 미국 역사에 대해 북클럽을 진행했고

호텔을 예약하고 계획표를 짰습니다.




2023.9.28 ICN 10:00 => JFK 11:05

2023.9.28~10.2 The Knickerbocker Hotel

2023.10.2 JFK 13:25 => 10.3 ICN 17:55


타임스 스퀘어, 필라델피아, 밸리 포지, 자연사 박물관, 월가, 증권거래소, 황소상, 트리니티 성당, 그라운드 제로, 911 추모관 박물관, 자유의 여신상, 엘리스 아일랜드, 센트럴 파크...(애플스토어, 맛집들...)



이번 여정을 두 단어로 요약하면 '자유'와 '역사'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영국으로부터 왜 그토록 희생을 하면서까지 어떻게 독립을 하였는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어떻게 과거와 현재를 보존하고 기념하는지

(미리 공부를 한만큼) 볼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뉴욕이 3번째고, 저는 아내랑 2015.10.3~10. 다녀왔음에도

과거 여행과는 무척 느낌이 달랐습니다.


저희가 머무른 호텔만 해도 1901-1906년에 지어진 것인데

여러 번의 리노베이션을 거쳤다곤 하나

옛 모습이 남아있고 지금까지 사용할 정도로 튼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892년부터 1954년까지 하루에 5천 명 이상 유럽 등지에서 몰려오는

이민자들의 입국 심사를 했던 엘리스섬에 갔습니다.


유럽 본토에서 익숙했던 온갖 터전을 포기하고 들어와

여러 테스트를 기다리는 심정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입국이 허가된 사람들은 오랜 기다림이 기쁨으로 바뀌었지만

이내 낯선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을 겁니다.


일부는 본국으로 추방을 당했다는데

이미 재산을 정리하고 왔기에

돌아갈 집이 없다는 비참함과 서글픔이 몰려왔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날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꿈을 꾸었는데 전국에서 온 여러 사람들이 한 곳에서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차 내비게이션에 집 주소를 넣어야 하는데 갑자기 주소가 생각나지 않는 겁니다.

아무리 떠올려 보려 해도 동과 아파트 이름은 물론 구까지도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겨우 생각한 것이 고속터미널 근처여서 핸드폰에 거길 검색한 다음 근처 아파트를 찾아보자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계속 손가락을 갖다 대어도

아주 조금씩 지도 반경이 커질 뿐

시원하게 줌인/아웃이 되지 않는 거였습니다.


너무 답답해하며 잠이 깼습니다..

깨고 나니 생각났습니다. 서초구 잠원동 어느 아파트라는 것을요.


결혼 전엔 누님들과 계속 살다,

결혼 직전엔 작은 평수를 얻어 혼자 살기까지 했는데 기억이 안 나다니요.


꿈에서지만 돌아갈 집이 없다는 것, 집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지금 현실에선 (전세이긴 하지만) 언제나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게 '편안한 안도감'을 가져다주네요.


아내와 딸과 함께,

저의 가족(우리 부부, 딸, 냥이)이 생활하는 곳으로요.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네~

'즐거운 나의 집' 노래가 계속 맴돌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