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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백 Apr 18. 2024

아내 말고 애인이랑 몰디브 다녀오기

모히또 대신 초코쉐이크를...

24.4.8


초등5학년인 딸과 몰디브를 간다고 하면

대개의 반응은 이랬다.

'아내분은 어쩌고요?'


(간혹 '40년 후면 몰디브 잠긴다던데, 저도 그전엔 가고 싶어요~'

이 비슷한 말은 2006년 몰디브 갈 때도 들었단다.)


누군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에메랄드 색깔이 비치는 파도를 맞으며

인적이 드문 해변에 누워

모히또나 홀짝거리면서 책을 보거나 낮잠을 청하고 싶지 않을까?


(18년 전 다녀왔으면서도 이런 단편적인 인상만 남아있었다.

나중에 쓰겠지만, 몰디브에서 보팅과 프리다이빙을 안 한다면

뉴욕까지 가서 호텔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은 것과 같다.)




누가 나에게 딸바보라고 한다면, 대답은 한결같다. 아니다.

ENTJ-A인 성격유형과 관계있는지 모르겠지만

희(딸내미 이름)가 잘 때만 그저 예뻐 보이지

행동거지를 보고 있으면 도통 속이 터지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랑 둘이서 여행을 계획한 데는 이유가 있다.

. 희가 좀만 더 크면 나랑 둘이서 여행을 하려고 할까?


나는 원가족과 가족 여행을 많이 한 편이다.

특히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시는 부친과 둘이서 여행을 꽤 했는데

그땐 싫은 적도 있었지만, 지나고 돌아보니

지금 억만금이 있다면 (가정법이다), 전재산을 다 주고라도

그날들 중 하루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그때가 그립고 그냥 귀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춘기가 오면, 아니 1년 후라면 지금처럼 따라간다 나설까?

멋모르고 아빠랑 둘이서 간다고 할 때 재빨리 예약해 버렸다.


. 두 번째로 아이에게 큰 세상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아무리 세상은 넓다 듣고 읽은들 본인이 보는 것만 하겠는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도는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

넓은 하늘과 깊은 바다를 보다 보면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세계, 지구, 태양, 우주까지 넘나드는

메타인지에 조금이라도 도움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 마지막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내 시간은 여유로워지겠지만

딸은 학원이나 수업 시간에 쫓길 것 같다.




여기까지가 브런치에 쓸 수 있는 대외적인 입장이고.

아내랑 가지 않는 진짜 마음을 적어본다.


서두에 말했지만 딸바보가 아니라 집에선

아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아내바라기다.

늘 저리 가라고 JSR를 듣는다.


그런데 왜 같이 안 가냐고?!

. 우선 아내는 수영을 전혀 못한다.

그냥 휴양이 아니라 프리다이빙 투어기 때문에

구명조끼만 입고 바다 위에 두우둥실 떠다니면

물고기들한테 놀림을 받을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우리 부녀는 공통적으로 수영을 너무나 좋아한다.

예약하기 전에 살짝 물어보았다.

프리다이빙 투어라 바다에서 수영해야 하는데 같이 갈 수 있겠냐고?

결과는 역시나였다.

그냥 누워만 있으면 누가 물속에서 끌고 다니지 않을 거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걸요? 제가요? 왜요?!


. 두 번째로 허니문 트립이라면 아내에게 같이 가자고 했겠지만

프리다이버들 패키지라 단체 여행이다.


아내는 휴양지도 꺼리지만 단체 패키지 투어는 더욱 질색한다.

특히 개인의 신체 상태를 무시한 채 새벽에 일괄 기상하거나

단체 식사, 쇼핑과 같은 무리한 일정을 잡는 걸 극도로 증오하는 편이다.


. 마지막으로 아내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쇼핑 본능이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몰디브에 무슨 쇼핑할 것이 있을까 싶지만,

그렇다고 아내가 그냥 지나칠 순 없겠지.

작은 기념품 가게에 들러 정말 필요하다는 핑계로

(내가 보기엔) 조잡한 물건들을 사서

결국 부피만 차지하는 짐이 되거나 환불하기 일쑤다.




그렇다.

나는 옛 애인의 뒤치다꺼리가 무서워

새 애인의 뒤치다꺼리를 스스로 선택했다.


이 역시 얼마나 큰 오산이었는지

후에 비행기를 타는 순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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