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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백 Aug 21. 2023

갑자기 불면이 시작되었다.


23.8.21.

원래 별명이 3초다.

언제 어디서든 머리만 기대면 바로 자니까

붙은 말이다.


출퇴근 지하철에서도

앉아서 핸드폰을 조금 보다 보면

어느새 눈이 잠겨있다.

내려야 할 역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깨서

창밖의 역이름을 확인하고

멀었으면 다시 잔다.


원래대로라면

아까 깨어 느릿느릿 일어나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서도

머리를 눕히면 바로 잠들었어야 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를 세다 양 세 마리에서 멈춘다.

어 이상하다! 

몇 번이나 하품이 나왔는데

왜 아직도 깨어있는 거지?


때마침 거실 벽시계에서 정시를 알려주는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뻐꾹(뻐뻐꾹 - 뒤에 나오는 소리는 볼륨이 작아 소문자로 표기하면 좋으련만, 국어엔 그런 표현이 아직 없다) 뻐꾹(뻐뻐꾹)




열대야 때문인가?

환절기 일교차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알레르기성 비염인가?

코 속이 찌릿하게 시큰거리머 맑은 콧물이 난다.


토요일 저녁에 마신 소주 한잔 때문인가?

주말에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힘을 쫘악 주어야 풀릴 것처럼 뻐근함은 근막통인기?

저녁때 얼음 없이 마신 아이스 디카페인 라떼 괜히 마셨나?


이따금 냉장고 바닥에서 깔려오는 묵직한 모터음 소리,

부엌 정수기 본체의 얼음 떨어지는 소리,

자세를 고쳐 누울 때마다 비명처럼 들리는 침대 매트의 삐걱거리는 소리

엎치락뒤치락하면 들리는 관절 소리,

아내가 옆에서 가끔 뒤척이며 내는 소리,

13살 된 냥이의 신음 비슷한 잠꼬대 소리,

새벽인데도 발꿈치로 쿵쿵거리는 윗집의 소음.


1단으로 틀어놓은 선풍기 바람이 다리에 닿는 감촉,

저 멀리서 모기가 위잉~위잉거릴지도 모른다는 착각,

아내가 충전하는 핸드폰에서 나오는 미세한 전류 소리.


깊은 밤 시간에 나 빼고 모두 멈춰 있는 공간 속에서

그런 소음이 들리거나 들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내일 월요일 휴가에도 불구하고

몸이 기억하는 일요일 밤의 습관적인 긴장.

딸 개학이 화요일이라 뭔가 달라질 것 같은 느낌.


지금 핸드폰 메모장에 쓰는 글이

내일 아침 다시 보면

유치해서 서랍 속에서 한참 있어야 할 것 같은 두려움.




갑자기 귀로 들어온 익숙한 소리가

머릿속 쓸데없는 상상을 헤집고 들어왔다.

뻐꾹(뻐뻐꾹)

뻐꾹(뻐뻐꾹)

뻐꾹(뻐뻐꾹)...


불면이 아니라 불안이 시작되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수면제 말고 항불안제나 항우울제를 먹어야 하나?

다시금 꼬리를 물고 시작되는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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